한국 대표팀 한국은 전반 41분 김민재의 결승골로 키르기스스탄에 승리했다.

▲ 한국 대표팀 한국은 전반 41분 김민재의 결승골로 키르기스스탄에 승리했다. ⓒ 대한축구협회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16강 진출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이번이야말로 아시안컵 우승의 적기라고 여겼지만 현실은 달랐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했던 벤투호가 약팀을 상대로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흔들리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2승을 거둔 한국은 승점 6을 기록,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었다. 1위 중국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차에서 밀려 2위를 유지했다.

2경기 연속 이어진 답답한 공격력

이날 손흥민, 기성용, 이재성 등 에이스의 부재가 졸전의 원인이라고 문제삼을 수 없었다. 키르기스스탄과 한국의 전력차는 매우 크다. 심지어 키르기스스탄은 지난해 하반기 동안 단 한 차례의 A매치를 소화하는데 그칠 만큼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23세 이하 대표팀 간의 맞대결은 한 차례 있었다. 지난해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성인 대표팀이 겨루는 A매치는 이번이 첫 번째 만남이었다. 이미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어느 정도 키르기스스탄 전력의 윤곽이 드러났다. 중국에 1-2로 패했는데, 수비에서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내심 벤투호의 대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지난 필리핀과의 1차전 비교해 크게 개선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이재성, 기성용, 김진수가 제외됐다. 최전방에 황의조를 내세웠고, 2선에는 이청용-구자철-황희찬이 자리했다. 중원은 황인범-정우영 콤비가 포진했으며, 포백은 홍철-김영권-김민재-이 용이 이뤘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볼 점유율에서 71%를 기록하는 등 경기를 지배했고, 19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반 41분 세트피스에서 나온 김민재의 헤더골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한국은 슈팅과 패스 정확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어이없는 패스 미스를 남발했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무수하게 날렸다. 황희찬과 이청용은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골문 바깥으로 슈팅을 시도하며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구자철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구자철은 잦은 패스 미스로 아쉬움을 남겼다.

▲ 구자철 키르기스스탄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구자철은 잦은 패스 미스로 아쉬움을 남겼다. ⓒ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이재성이 빠진 2선 공격진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황희찬은 저돌적이고 자신감 있는 돌파를 선보였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구자철은 잦은 패스 미스로 경기의 흐름을 끊어놨고, 이청용은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한 차례씩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믿었던 황의조도 이날 침묵했다. 제대로 된 지원 없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여러차례 기회를 창출했지만 후반 두 차례 골대를 맞추는 불운 속에 결국 후반 37분 지동원과 교체됐다.

손흥민-기성용 복귀만 바라보는 현실

후방 빌드업도 낙제점이었다. 특히 기성용의 빈 자리가 도드라졌다. 기성용은 포백이 위치한 지점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상하좌우로 패스를 뿌려준다. 안정적인 볼 키핑과 영리한 경기 운영능력은 기성용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황인범-정우영 콤비가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과 빌드업을 도맡았지만 전체적으로 답답했다.  좌우 측면으로 시원스러운 롱패스로 활로를 여는 기성용의 플레이가 그리웠다. 특히 정우영은 판단력과 집중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구자철 대신 교체 투입된 주세종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그나마 황인범은 후반 중반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된 이후 좀더 활력 있는 플레이로 가능성은 남겼다. 많은 활동량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세밀한 패스를 적재적소에 찔러주며 공격의 창의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현실은 1-0 승리였다. 한국은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등 최약체를 상대로 겨우 2골을 터뜨리는데 그쳤다. 손흥민, 기성용이 없는 플랜 B가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같은 조에 속한 중국은 키르기스스탄(2-1승), 필리핀(3-0승)을 맞아 무려 5골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호주, 일본,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우승후보 국가들은 대량 득점으로 승리하며 한국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제나 손흥민과 기성용에만 의존할 수 없다. 손흥민은 현재 소속팀 토트넘에서 11월 A매치 이후 휴식기 없이 매 경기 출전했다. 오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치른 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살인 일정이다.

또, 기성용은 필리핀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빠르게 복귀시켰다간 다시 재발할 수 있는 부위가 햄스트링이다.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하려면 최소 1~2주의 휴식이 필요하다.

오는 16일 열리는 중국전은 C조 1위 결정전이나 다름없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다른 조 3위 팀과 맞붙는다. 반면 승리하지 못할 경우 2위로 16강에 오른다. 8강에서 이란, 4강 일본과 만날 수 있는 최악의 대진이 기다리고 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몸 상태를 체크해서 중국전에 나설 수 있을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 없이 중국전을 승리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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