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는 보기 드물게 '안티'가 없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2004년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로 일약 고교생 스타로 떠오른 이승기는 국민예능 < 1박2일 >을 통해 '국민허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기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와 <찬란한 유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도 잘 다졌다. 특히 2009년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결혼해줄래>는 2010년대 최고의 결혼식 축가로 지금도 많은 결혼식장에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런 이승기가 작년 연말 뜬금없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집사부일체>를 통해 대상을 수상하면서 부터다. 실제로 <집사부일체>는 이상윤이 신인상, 육성재가 우수상, 양세형이 최우수상, 이승기가 대상을 차지하며 각종 부문을 싹쓸이했다. 시청자들은 동시간대 KBS < 1박2일 >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큰 성과는 보이지 못한 <집사부일체>의 시상식 싹쓸이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많은 시청자들이 생각했던 2018 'SBS 연예대상' 대상 적임자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였다. 실제로 <골목식당>은 수요일 심야시간의 터줏대감이었던 MBC의 <라디오 스타>를 넘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라섰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조사에서도 7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골목식당>도 인기와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방송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변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골목 상권 살리던 착한 예능, 빌런 등장 이후 화제성 상승
 
 골목 상권을 살리던 프로그램 <골목식당>은 '빌런'들이 등장하면서 예능적인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추가됐다.

골목 상권을 살리던 프로그램 <골목식당>은 '빌런'들이 등장하면서 예능적인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추가됐다.ⓒ SBS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은 '거리 심폐 소생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소유진의 남편이자 요식업 사업가로만 알려졌던 백종원 대표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통해 인기를 끌자 SBS에서는 2015년 <백종원의 3대천왕>을 선보였다. 단순한 먹방 프로그램이었던 < 3대천왕 >은 백종원 대표가 가진 요식업 경험을 살려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거쳐 <골목식당>까지 진화했다.

지난해 1월부터 방송된 <골목식당>의 초반 반응은 지금처럼 폭발적이지 않았다. 사실 폐업 위기의 식당을 살리는 포맷의 프로그램은 이미 <신동엽의 신장개업>이나 <고든 램지의 키친 나이트메어>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익숙했다. 백종원이라는 방송인의 브랜드 파워 역시 <마리텔>과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등으로 많이 소모된 상태였다. 실제로 <골목식당>은 방송 초기 5%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요식업을 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착한 예능'이었던 <골목식당>의 재미 요소는 지난해 6월 성수동 뚝섬골목편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가시가 씹히는 바다 장어를 팔던 생선구이집, 백종원 대표의 솔루션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만 피우는 경양식집 등이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소위 <골목식당>의 '빌런(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등장하는 악역)'들이 등장한 것이다.

<골목식당>의 빌런들은 인천 신포시장 청년몰의 다코야키집 '비비남'과 <골목식당> 최초로 3명의 MC가 모두 음식을 뱉게 만들었던 고기말이집,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의 자칭 초밥 대통령과 자기 고집이 지나치게 강한 수제 막걸리집으로 이어졌다. 저마다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각 회차의 '문제아'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빌런들의 활약(?)이 커질수록 <골목식당>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졌다.

성내동 만화거리편에서는 가족들의 격려만 믿고 가게를 차린 분식집과 피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기도 없는 피맥집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분식집의 경우 업주의 고집보다는 동정심을 유발해 메뉴를 줄이고 새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을 보여줬고 피맥집은 구체적인 솔루션 없이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원론적인 결론을 남겼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장했던 빌런들은 홍은동 포방터시장편의 홍탁집을 보여주기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시청자들 경악시킨 청파동 피자집, 훈훈했던 과거가 그립다
 
 백종원 대표와 <골목식당>은 많은 시청자들이 '회생불가'라고 했던 홍탁집 아들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백종원 대표와 <골목식당>은 많은 시청자들이 '회생불가'라고 했던 홍탁집 아들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SBS 화면캡처

 
홍은동 포방터시장편에서는 백종원 대표가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극찬했던 돈가스집이 나왔다. 방송 직후 돈가스집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 왔고 현재는 '백종원 장모님도 못 먹고 돌아간' 유명 맛집이 됐다. 하지만 포방터시장의 진짜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바로 어머니와 함께 홍탁집을 운영하는 이른바 '홍탁집 아들'이었다. 실제로 <골목식당>은 포방터시장편을 기점으로 시청률이 급상승했고 이에 힘입어 포방터시장편은 무려 6주에 걸쳐 방송됐다.

백종원 대표 앞에서는 어떤 미션이든 척척 해낼 것처럼 대답을 하다가도 담당 작가 앞에서는 변명으로 일관하던 홍탁집 아들은 '역대급 빌런'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백종원 대표는 '중동에서 돌아온 삼촌'으로 변신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가며 홍탁집 아들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결국 많은 시청자들이 '회생불가'라고 했던 홍탁집은 점심엔 아들의 닭곰탕, 저녁엔 어머니의 닭볶음탕을 파는 맛집으로 변모했다.

과연 <골목식당>에 홍탁집을 능가하는 빌런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바로 다음 편에 홍탁집을 능가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청파동 하숙골목편의 피자집 사장은 홍탁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인물이었다. 피자집 사장은 요리실력이나 맛을 떠나서 장사에 대한 기본적인 의지조차 보이지 않아 백종원 대표와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다(칠리수프 덮밥은 백종원 대표의 호평을 얻었지만 긴 요리시간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함께 받았다).
 
 최근 <골목식당>에서는 백종원 대표가 인상 쓰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편이 거의 없다.

최근 <골목식당>에서는 백종원 대표가 인상 쓰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편이 거의 없다.ⓒ SBS 화면캡처

 
이미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 위한 준비(?)를 끝낸 피자집은 2일 방송을 통해 '폭탄'을 투하했다. 제작진은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 인근 여대의 학생들을 시식단으로 투입해 회전률이 좋은 신메뉴 장사를 점검시켰다. 하지만 피자집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은 물론 어설픈 조리 과정으로 면이 불어 뭉치고 국물이 말라버린 국수를 제공했다. 심지어 손님에게 '못 먹을 거 같으면 그냥 남기라'고 당당하게(?) 말해 3명의 MC들을 경악시켰다.

방송이 나간 직후 시청자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 기사의 댓글을 통해 분노를 표시했다. 손님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피자집 사장을 탓하는 사람도 있고 시청률을 위해 자꾸 더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제작진을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은 것처럼 빌런의 활약(?)이 커질수록 <골목식당>의 화제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백종원 대표가 악당으로 그려지는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훈훈한 결말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

<골목식당>의 열혈 시청자 중에서는 <골목식당>초기에 방송됐던 공덕동 소담길편을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소담길편에서는 뛰어난 음식솜씨에도 불구하고 죽은 상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이 나왔다(특히 '쭈장군'으로 불리던 쭈꾸미집 사장은 포방터시장편에서 스승 역할로 재등장했다). 물론 시청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빌런의 등장 없이 훈훈하게 볼 수 있던 초창기의 '착한 <골목식당>'이 그리울 때도 있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