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또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다가오고 있다. 점점 더 빠르게만 느껴지는 '시간의 속도'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설렘으로 마음을 다지게 되는 때다. 더불어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도 자꾸만 생각해보게 된다.

심리학자들도 오랫동안 시간의 의미에 대해 탐구해왔다. 그 중 대표적인 학자가 지난 30년 동안 시간이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 온 필립 짐바르도와 존 보이드다. 이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간관'을 가지고 사는데 이 시간관에 따라 일상을 받아들이는 태도,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 등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들이 분류한 시간관은 크게 과거지향형, 현재지향형, 미래지향형 세 가지(하위 영역을 포함하면 6가지)다.

신기하게도 12월에 발표된 노래들은 이런 시간관을 잘 담고 있었다. 12월에 발표된 노래 세 곡을 통해 시간의 심리학적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과거지향형 시간관 - 엑소의 '12월의 기적'
 
 2013년 12월 엑소가 발표한 '12월의 기적' 앨범 재킷. 과거를 통해 얻은 기적을 노래한다.

2013년 12월 엑소가 발표한 '12월의 기적' 앨범 재킷. 과거를 통해 얻은 기적을 노래한다. ⓒ (주) 아이리버

  
과거지향형 시간관은 일상에서 과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지닌 시간관이다. 크게 '과거 긍정적 시간관'과 '과거 부정적 시간관'으로 나뉜다. 과거 긍정적 시간관을 지닌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에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의미를 찾으며 힘을 얻지만, 과거 부정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지나간 일을 되새기며 후회를 하거나 고통스러워하며 지낸다. 지난 2013년 12월 엑소가 발표한 '12월의 기적'(작사 윤사라, 작곡 Andreas Stone Johansson, Ricky Hanley)은 과거 긍정적 시간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엑소는 "보이지 않는 널 찾으려고 애쓰다 널 찾으려고 애쓰다 들리지 않는 널 들으려 애쓰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게 들려"라고 노래를 시작한다. 아마도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하고 시간이 좀 흘렀을 것 같은 상황이다. 엑소는 "추억의 책은 너의 페이지를 열어"라고 노래하면서 과거를 탐색한다. 그리고 "나 너를 떠난 뒤로 내겐 없던 힘이 생겼어"라며 변화를 깨닫는다.

그 변화의 방향은 긍정적인 것이었을 테다. "늘 나밖에 몰랐었던 이기적인 내가 네 맘도 몰라줬던 무심한 내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게 나조차 믿기지 않아"라고 노래하는 걸 보니 말이다. 이런 성장은 과거의 사랑으로부터 온 것이다. 때문에 엑소는 "네 사랑은 이렇게 계속 날 움직여" "너의 사랑이 이렇게 모든 걸, 내 삶을 모두 바꾼 걸"이라고 노래한다. "난 생각만 하면 세상을 너로 채울 수 있어"는 힘들 때마다 너와의 추억이 내게 에너지가 됨을 의미하는 소절이다. 이처럼 엑소는 과거의 사랑을 꺼내보며 힘을 얻는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보고 여기서 힘을 얻는 이런 모습은 '과거 긍정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현재 쾌락적 시간관 - 용준형의 '망설이지 마요'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OST로 올 12월 용준형이 발표하 '망설이지 마요' 현재에 충실한 시간관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OST로 올 12월 용준형이 발표하 '망설이지 마요' 현재에 충실한 시간관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 (주)지니뮤직/스톤뮤직


현재지향형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은 일상에서 과거를 회상하지도, 미래를 치밀하게 계획하지도 않는다. 대신 지금 여기서의 경험에 충실하다. 현재지향형 시간관 역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긍정적인 유형이 바로 현재를 즐기고 충만히 보내고자 노력하는 '현재 쾌락적 시간관'이다. 반면, '현재 숙명론적 시간관'을 지닌 사람은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이 내 노력과 상관없이 운명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에 매사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한 태도를 보인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OST로 올 12월에 발표된 용준형의 '망설이지 마요'(작사 남혜승, 박진호, 작곡 남혜승, 박진호)는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그는 "아주 작게 느껴 너의 눈에 떨림이, 지금이라도 말해줄 것 같아"라며 노래를 시작한다. 지금 여기서 상대방에게 집중해 그 작은 떨림까지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긍정적인 현재시간관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런 주의 깊음 때문에 그는 "너무 다가가면 뜨겁고 너무 멀어지면 추울까봐 보고 있어 이렇게 멀리서"라는 노랫말처럼 상대방을 배려하며 기다릴 줄도 안다.
 
하지만,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Don't hesitate love Don't hesitate love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지나가도록 더는 내버려 두지 마요"라고 반복되는 노랫말은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또한, 지금 여기서 겪고 있는 과정에 집중한다. "오늘 이만큼 한걸음보다 작게 언젠간 닿을 너의 눈앞까지 걸어가고 있어"라는 소절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목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현재쾌락적 시간관이 특히 그 위력을 발휘하는 때는 막 사랑에 빠져든 연인들에게서다. 사랑에 빠져들 때, 많은 이들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연인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온 마음이 집중된다. '망설이지 마요'는 이런 시기의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미래지향형 시간관 - 윤하의 '느린 우체통' 
 
 올 12월 윤하가 발표한 '느린 우체통'은 미래를 상상하며 힘을 얻는 미래지향형 시간간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올 12월 윤하가 발표한 '느린 우체통'은 미래를 상상하며 힘을 얻는 미래지향형 시간간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주)카카오M


과거지향형인 사람들이 과거를 통해 힘을 얻고, 현재지향형인 사람들인 현재의 순간에서 만족감을 추구한다면, 미래지향형인 사람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다보고 계획하는 것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일반적인 미래지향형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하면서 힘을 얻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 현재의 만족을 지연할 줄 안다. 목표를 추구하고 이를 성취하는데서 행복을 찾는 스타일이다. 반면, '초월적 미래지향형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은 신이나 자연, 우주 등 보다 근원적인 존재와의 연결감, 나아가 죽음 이후에 사랑하는 이들과의 연결까지 생각한다. 이들은 종교적인 삶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올 12월 윤하가 발표한 연말 분위기 가득한 노래 '느린 우체통'은 일반적인 미래지향형 시간관을 가진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 윤하는 이 노래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함께 있는 게 당연해질까"라며 1년 후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상상하며 편지를 쓴다. 그리고 "마음이 도착할 내년 오늘엔 꼭 웃을 일이 많았으면 해 여전히 그때도 가장 가까이 너의 곁에 있는 게 나였으면 좋겠어"라며 원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렇게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해 본 윤하는 "받기만을 원해서 삐뚤어진 다툼이 만들었던 마음"이라며 자신을 돌아보고 "실은 너보다 중요치 않은데"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그려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고쳐보겠다 다짐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를 상상하며 힘을 얻고,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래지향형 시간관'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들은 미래의 목표와 꿈을 위해 현재의 즉각적인 만족을 미루고 자제력을 발휘하며, 보다 나은 나 자신을 만들어 가는 데 관심이 많다.

행복의 비결: 유연하고 균형 있는 시간관

그렇다면, 이 시간관들 중 어떤 유형이 가장 행복한 삶을 보장할까? 짐바르도와 보이드는 어느 누구도 한 가지 시간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한다. 이들은 과거 부정적 시간관과, 현재 숙명론적 시간관을 피하고 과거 긍정적 시간관, 현재 쾌락적 시간관과 미래지향형 시간관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사용할 것을 권한다.

과거의 성공경험,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회상하며 경험의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삶에 원동력이 되어준다(과거 긍정형 시간관). 하지만, 지금 사랑에 빠지고 있는 중이라면, 과거의 사랑에서 찾은 의미를 기억하려 애쓰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나와 상대방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면서 과거 사랑했던 사람과의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면 지금 만나는 관계는 곧 금이 갈 테니 말이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할 때는 과거와 미래는 잠시 접어두고, 일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현재 쾌락형 시간관). 또한, 사랑에 빠지는 단계를 지나 열정이 조금씩 식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사랑에 새로움을 부여하기 위해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보며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일에서도 중요한 목표달성을 위해 때로는 현재의 즐거움을 잠시 미루고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자제력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미래지향형 시간관).

곧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해보면서, 지난 한 해 내가 주로 사용했던 시간관이 무엇이었는지 한 번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이 사용하는 지배적인 시간관을 알게 되면, 내가 관계와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대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아는 만큼 더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엑소처럼, 때로는 용준형처럼, 때로는 윤하처럼. 유연하게 시간을 사용하는, 그래서 더 풍요롭고 충만한 2019년이 되길!

* 참고한 책: 필립 짐바드로, 존 보이드 저, 오정아 옮김. <왜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가>, 프런티어

"보이지 않는 널 찾으려고 애쓰다
들리지 않는 널 들으려 애쓰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게 들려
너 나를 떠난 뒤로 내겐 없던 힘이 생겼어

늘 나밖에 몰랐었던 이기적인 내가 yeah
네 맘도 몰라줬던 무심한 내가
이렇게도 달라졌다는 게 나조차 믿기지 않아
네 사랑은 이렇게 계속 날 움직여
(후략)"
- 엑소, '12월의 기적' 중에서.

"아주 작게 느껴
너의 눈에 떨림이

지금이라도
말해줄 것 같아

너무 다가가면 뜨겁고
너무 멀어지면 추울까봐
보고 있어 이렇게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듯이 우린

Don't hesitate love
Don't hesitate love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지나가도록
더는 내버려 두지 마요
(후략)"
- 용준형 '망설이지 마요' 중에서.


"시간을 건너 보내는 편지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함께 있는 게 당연해질까
서로 그리워하는 일은 없었으면
이런 마음을 너에게 전할 땐
무슨 말이 좋을까
마음이 도착할 내년 오늘엔
꼭 웃을 일이 많았으면 해
여전히 그때도 가장 가까이
너의 곁에 있는 게
나였으면 좋겠어
(후략)"
- 윤하 '느린 우체통'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에도 실립니다. 필자의 개인사정으로 한 달간 연재를 쉽니다. 다음 연재는 2019년 2월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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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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