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8월에 개봉한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관객 동원 1위를 차지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 그마저 성공하지 못했다면, 탑 스코어 7위까지의 성적을 모두 외화에 내줘야 했을 판이다.

한국 영화로만 국한하자면, 540만 관객을 동원한 <안시성>이 2위에 안착해있다. 물론 영화가 관객수와 매출액만으로 평가 받는 일은 지양되어야 마땅하지만, 이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결과다.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반짝거렸던 국내 영화 6편을 선정했다. 작품 선정에는 성적도 고려하였지만, 그보다는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는 영화 산업을 지탱하면서 스스로의 매력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연출되었는가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2019년에는 조금 더 많은 한국 영화들이 사랑 받기를 기원해 본다.

01.
<리틀 포레스트>
2018년 2월 28일 개봉 / 전체 관람가
감독 : 임순례 / 출연 :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일본의 동명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이미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 겨울과 봄> 두 편으로 나눠 개봉된 바 있었기에 더욱 높은 관심을 받았다.

차이가 있다면, 두 편에 나눠 개봉된 일본 작품과는 달리, 한국의 사계가 한 작품에 모두 담기면서 속도감이 조금 더 두드러졌고, 계절의 변화가 더욱 선명하게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원작이 일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적 정서를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이식해 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이를 위해 임순례 감독은 계절별로 각각 한번씩, 총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거듭하며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침샘을 제어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02.
<버닝>
2018년 5월 17일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이창동 / 출연 :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영화 <버닝> 스틸컷

영화 <버닝>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2016년에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있었다면, 올해는 이 작품 <버닝>이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으로 이미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이창동 감독의 8년만의 연출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젯거리는 충분했지만, 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의 갑론을박은 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존재와 믿음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중심에 놓은 상태로 지금 세대가 영유하고 있는 시대의 문제와 방향을 들여다본다. 작품 속 주인공인 종수(유아인 역), 벤(스티븐 연 역), 해미(전종소 역) 그 어떤 인물을 중심에 놓더라도 이야기는 그 모습을 변화시키며 각자의 이야기를 분명하게 드러내는데, 이는 인물과 관계를 내밀하게 파헤치는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다소 복잡하게 얽힌 부분들과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결과물에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으나, 올해 국내 영화의 성과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03.
<독전>
2018년 5월 22일 국내 개봉 / 15세 관람가
감독 : 이해영 / 출연 : 조진웅, 류준열, 김주혁, 김성령

 
영화 <독전> 스틸컷 영화 <독전> 스틸컷

▲ 영화 <독전> 스틸컷영화 <독전> 스틸컷ⓒ NEW


작가 출신인 이해영 감독은 많은 작품을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천하장사 마돈나>가 그랬고, <페스티발>,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모두가 그랬다.

각각의 작품이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차치하고서라도, 표현 방식의 넓은 스펙트럼에 대한 감독의 유연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명확한 선택과 집중이다. 이 작품 <독전>에서도 감독은 집요하리만큼 현재 상황에만 집중한다. 과거나 미래의 곁가지에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기에 관객들은 정확한 이해를 위한 추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게 될 때가 생긴다.

다만, 그런 선택과 집중이 이 작품에 속도감을 부여하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품들 가운데 진폭이 크거나 파장의 길이가 촘촘하지는 않으나 호흡이 뛰어난 영화들이 있다. 이 작품 역시 후자에 속한다. 적어도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는 고 김주혁 배우의 엄청난 연기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04.
<안시성>
2018년 9월 19일 / 12세 관람가
감독 : 김광식 / 출연 :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배성우, 엄태구, 설현

 
 영화 <안시성> 스틸컷

영화 <안시성> 스틸컷ⓒ NEW


극장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으로 여겨지는 연중 몇 번의 기간 가운데 추석 시즌은 국내 대형 배급사에서 꼭 한편의 블록버스터를 준비할 정도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간이다.

추석 전후로 한달 정도의 기간에 걸쳐 거의 매주 한 편의 대형 작품이 다른 작품을 집어삼킬 정도의 압도적인 스크린 점유율을 보이며 순차적으로 개봉하는데, 올해 주목을 끌었던 작품은 <물괴>, <협상>, <명당>, 그리고 이 작품 <안시성>이었다.

영화 <안시성>을 선정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작품이었다는 것. 간신히 손익분기점은 넘긴 상태지만, 나머지 세 작품의 결과가 너무 좋지 못했기에 상대적으로 <안시성>이 돋보였다. 연출에 있어서는 88일 동안 쉬지 않고 벌어졌던 안시성 전투를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화려한 전투 장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05.
<미쓰백>
2018년 10월 11일 국내 개봉 / 15세 관람가
감독 : 이지원 / 출연 :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영화 <미쓰백> 스틸컷 영화 <미쓰백> 스틸컷

▲ 영화 <미쓰백> 스틸컷영화 <미쓰백>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사실 이 영화는 총 제작비가 20억에 못 미치는 저예산 작품에 속한다(저예산/다양성 작품의 결산을 따로 할 계획이다. - 기자 말). 하지만, 작품이 보여주는 두드러지는 메시지와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힘있는 여성 캐릭터의 설정으로 다양성의 측면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들어 선정하게 되었다.

아픔을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타인에게 의존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상처를 지울 수는 없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는 미쓰백(한지민 분).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지은이라는 어린 소녀의 삶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꼭 닮은 것만 같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그 작고 아픈 손을 놓을 수 없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 어떤 이의 삶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지점 때문이다. 다만, 미쓰백이 자신의 이름을 선택해 그 삶을 살아냈던 것처럼 소녀 역시 자신의 삶을 그렇게 살아가게 되리라 하고 관객들이 믿을 수 있게 만든다. 다소 무거운 감이 있지만, 이 작품을 추천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겠다.

06.
<완벽한 타인>
2018년 10월 31일 / 15세 관람가
감독 : 이재규 / 출연 :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랜만의 커플 모임에서 핸드폰 통화 내용부터 메시지까지 공유하자는 제안에서 시작된 게임이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이 간단한 설정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는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이야기의 볼륨이 너무 작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있었다고.

하지만, 이 작품은 보란듯이 관객들을 뒤집어놓고 말았다. 소재의 선택 뿐만이 아니라, 그 속성, 그 속성을 활용할 이들의 설정까지도 하나의 그림으로 완벽하게 엮어낸, 거의 완벽에 가까운 짜임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재로 활용하는 특정 문제에 다가가는 방식은 가볍게 가져가면서도 문제의 핵심에 이르러서는 냉철하게 돌변하는 모습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쾌감을 느끼게 만든다. 관계와 삶의 모호한 지점들을 날카롭게 찌르는, 국내 영화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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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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