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었던 팀에 가게되어 영광입니다."

지난해 열린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연고지 팀 한화의 1차지명을 받게 된 북일고 3학년생 투수 성시헌이 밝힌 소감이다. 충청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던 성시헌에게 연고팀 한화에게 받은 1차 지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을 것이다.
 
 1년만에 팀에서 나가게 된 2018 한화 1차지명자 성시헌

1년만에 팀에서 나가게 된 2018 한화 1차지명자 성시헌ⓒ 한화 이글스

  
하지만 성시헌의 기쁨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8 시즌이 끝나고 1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벗어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지난 11월 30일 발표된 팀 보류선수 명단에서 성시헌의 이름이 빠진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1차지명으로 뽑은 유망주를 1년 만에 내보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특히 큰 성장이 기대되는 고졸로 들어온 유망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화가 밝힌 성시헌의 방출 이유는 '기량 미달'이었다. 이미 시즌을 마친 뒤 성시헌은 일찌감치 군 입대를 했고 전역 이후 선수가 희망할 경우 팀에서 테스트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자을 밝혔다. 이마저도 확실하게 팀에 복귀시키겠다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졸신인, 그것도 1차 지명을 한 유망주를 이렇게 쉽게 포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화가 성시헌의 잠재력을 낮게 평가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입단 이전부터 성시헌의 실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을 팀은 한화다. 학생시절부터 성시헌을 체크했던 한화인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가장 정확하게 내릴 수 있는 팀이라 봐도 무방하다.
 
 성시헌의 고교시절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성시헌의 고교시절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이미 1군에서 존재감을 보인 서울권 1차지명자 안우진(넥센)과 곽빈(두산)등과 비교해보면 초라한 결과다. 이들은 이미 승리투수가 된 바 있고 150km대의 묵직한 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예고한 바 있다.

사실 같은 1차 지명자이긴 해도 성시헌을 서울권 1차 지명자들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베이징 키즈'라고 불리며 고교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서울권 유망주들과 달리 성시헌의 경우 지역 연고 내에 마땅한 선수가 없어서 지명된 케이스라고 보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성시헌이 2차지명 드래프트로 나올 경우 중하위권 순위에 지명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는 비서울권 지역과 서울권 지역의 이른바 '선수 수급' 불균형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만한 사례다. 지난 시즌 성적과 관계없이 해당 연고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1차 지명에서 불균형한 지명이 누적된다면 해가 거듭될수록 전력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롯데기 야구대회'를 주최하는 등 지역 아마야구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롯데는 최근 윤성빈, 한동희, 서준원 등 서울권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뛰어난 신인 유망주들을 1차 지명했다. 끊임없이 지역 팜에 투자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지역 연고팀 중 가장 좋은 인재풀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마저도 불과 3년 전 1차 지명자로 마땅한 유망주가 없어 최고구속이 140km에 미치지 못하던 부산고 투수 박종무를 지명했다. 올해 성시헌의 경우처럼 마땅한 재목이 없어 지명한 선택이었다. 예상대로 박종무는 입단 후 1군 경기에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현재 입대해서 군 복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지역 인재풀 사정이 안 좋은 다른 지역 팀의 경우는 상황이 더 나쁘다. 올 시즌 우승 팀 SK의 경우 1차 지명이 부활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1군 주전 선수로 키워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애초에 SK는 대어급을 지명할 기회가 없었다. 2020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이 예상되는 야탑고 2학년 투수 안인산이 간만에 SK 연고권에서 나온 대어 투수다. SK는 1차지명 부활 후 처음으로 대어급 투수를 지명할 기회를 얻게 될 예정이다.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보인 넥센 1차지명 신인 안우진

포스트시즌에서 압도적인 투구를 보인 넥센 1차지명 신인 안우진ⓒ 넥센 히어로즈

 
서울 연고 구단이 유리한 이유는 단순히 안우진, 곽빈 같은 대어급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소재 3팀은 총 17개의 학교를 공동 관리하기 때문에 지방팀과는 비교가 안되는 숫자의 선수를 신인 지명 대상으로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대어급 선수가 나올 확률도 물론 높지만 많은 선수를 공유하는 만큼 실패할 확률 역시 매우 낮다. 서울권 팀들은 지난해 한화의 경우처럼 전력 보강의 기회를 날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KBO리그가 전년도 순위의 역순으로 지명 순서를 가지게 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전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다. 하위권 팀에게 양질의 신인을 얻게 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력 평준화를 통해 리그의 재미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불균형한 지역 인재풀의 1차지명이 계속된다면 지금의 드래프트의 목적인 전력 균형 맞추기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KBO리그 1차지명 불균형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시헌의 방출은 지역 인재풀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과거 실패한 전면 드래프트로의 회귀가 답이 될 수 없다면 서울권과 지역 구단의 불균형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시급히 도출해야 한다.

[관련 기사] 최고 성적에도 아쉬운 한화, 김태균 부활 절실한 이유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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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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