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2018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29일 저녁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2018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성하훈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위원장은 아시아의 '선댄스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고,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는 영진위의 손을 잡으며 여전한 신뢰와 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20년을 맞는 한독협 역사의 절반은 블랙리스트 탄압이었다고 강조하며 정부 지원에 대한 독립영화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 해의 영화제를 총 정리하는 44회 서울독립영화제가 29일 저녁 CGV압구정에서 개막식을 열고 9일 간의 행사에 돌입했다. 권해효 배우와 류시현 방송인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국내외 영화제 위원장들과 영화단체 대표, 문체부와 통일부 관계자, 영화인 등이 360석 좌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개막영상과 개막선언, 내빈소개, 상영작 하이라이트 소개, 프로그램 및 개막작 소개 등으로 이어졌다.
 
오석근 영진위원장 "예산문제로 속상하게 했다" 유감
 
특히 이날 개막식은 최근 독립영화 예산 삭감에 대한 독립영화진영의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렸다. 영진위에서는 오석근 위원장과 조영각 부위원장, 김혜준 신임 공정환경센터장 내정자와 주성충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의 개막선언과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축사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식순은 고영재 이사장이 "서울독립영화제는 한독협과 영진위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라면서 오석근 위원장을 단상으로 올라오라고 하면서 축사를 겸한 공동 개막선언으로 이어졌다. 
 
 29일 저녁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과 오석근 영진위원장이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29일 저녁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과 오석근 영진위원장이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성하훈

 
오석근 위원장은 준비된 원고 대신 즉석 발언을 통해 "서울독립영화제에 투자자와 제작자가 모여서 라이징 스타를 찾고, 마켓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아시아독립영화인들이 주목하는 행사로 함께 모여서 아시아의 선댄스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서 정부와 영진위가 지원하는 행사로 한국과 아시아 영화 진흥에 중추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오 위원장은 또한 독립영화 예산 축소 문제와 관련해 "속상하게 했고, 풀리지 않은 부분도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예산 부분이 궁금할 텐데, 문체부 관계자들도 오셨으니 영진위가 함께 협의하겠다"며 나름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고영재 한독협 이사장은 잘 지켜지는지 보겠다는 짧은 말로 답변을 대신한 후 오석근 위원장과 함께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독립영화 예산삭감 논란에 대해 한독협이 서운한 마음을 접고 영진위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버리지 않았음을 보여준 셈이다.
 
 29일 저녁 서울CGV 압구정에서 열린 2018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감독과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29일 저녁 서울CGV 압구정에서 열린 2018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감독과 배우들이 인사하고 있다.ⓒ 성하훈

 
개막작 소개를 위해 단상에 오른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한독협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는데 블랙리스트로 인한 탄압이 10년이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탄압받던 독립영화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으로 우회적으로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정부 지원과 관련해 "독립영화인들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정부 지원 예산 문제를 환기시켰다.
 
김 집행위원장은 또한 영화제 진행과 관련해 스태프의 격무 환경이 변할 수 있도록 독립영화인들의 관심을 요청하고, 술자리도 엄격해 질 수 있길 당부했다.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미투 문제 등과 스태프들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개막공연 대신 상영작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상영하고 새로운 기획인 배우 프로젝트 영상을 선보이는 것으로 개막식 행사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주요 프로그램 및 개막작 감독과 배우 소개 후에는 신작 <잠시 쉬어가도 좋아>(강동완, 김한라, 임오정 연출)를 상영하는 것으로 본젹적인 막을 올렸다
 
통일기획전 영화 월드 프리미어 상영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는 가장 늦게 개최되는 영화제 답게 올 한 해 국내 영화제를 결산한다는 의미가 크다. 부산, 전주, 부천, DMZ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영화들이 대거 상영된다. 주요 영화제 수상작들도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후 개봉 일정을 잡기도 한다.
 
올해도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박경근 감독의 <군대>를 비롯해 이옥섭 감독의 <메기>, <보희와 녹양> 전주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겨울밤에> 등 10편의 영화가 경쟁에 참여했다. 서울독립영화제가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8 서울독립영화제 통일기획전에서 상영되는 <판문점 에어컨>

2018 서울독립영화제 통일기획전에서 상영되는 <판문점 에어컨>ⓒ 서울독립영화제

 
올해는 주목할만한 기획전들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그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통일기획전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준비된 통일기획전은 영화를 통해 평화·통일의 국민적 감수성을 증진키 위해 마련됐다. 통일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들이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로 공개된다.
 
뮤직 댄스 무비라는 독창적인 장르에 도전,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남녀의 긴장과 케미를 현재의 남북 관계에 빗대어 은유하는 강이관 감독의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를 비롯해 남한의 여성과 북한의 여성이 우연히 연결된 전화에서 출발, 우정과 공감을 나눈다는 이야기인 부지영 감독의 <여보세요>,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는 수리기사를 통해 우리의 현재 모습들을 비유하고, 총이 아닌 웃음, 열기가 아닌 시원한 바람을 그리는 이태훈 감독의 <판문점 에어컨> 등이 첫 선을 보인다.
 
전쟁의 비극을 로맨틱코미디로 그려낸 서은아 감독의 <러브레따>, 탈북 청소년의 생활과 고민을 담담하게 기록한 아오리 감독의 <보이지 않는 아이들>, 남북교류의 경제적 상징 정도로 인식되었던 개성공단에도 사랑의 감정이 흐른다는 걸 보여주는 김서윤 감독의 <기사선생>, 실향민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김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바다로 가자> 등 기존 통일부 제작지원작 중 4편도 상영된다.
 
2018년 제작된 영화에 대해서는 영화제 기간 중 관람객 대상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별도의 통일영화 시상식을 열어 통일부장관상과 영화진흥위원장상 등이 수여될 예정이다.

독립영화 배우 프로젝트도 관심
 
 2018 서울독립영화제 사회자와 개막작 주연배우에 배우 발굴 프로젝트를 기획한 권해효 배우

2018 서울독립영화제 사회자와 개막작 주연배우에 배우 발굴 프로젝트를 기획한 권해효 배우ⓒ 성하훈

 
권해효 배우의 상금 후원으로 시작되는 '배우 발굴 프로젝트'인 '60초 독백 페스티벌'도 올해 주목받는 기획이다. 독립영화배우를 발굴하겠다는 중견배우의 의지가 투영된 행사라는 점에서 어떤 배우들이 주목받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권해효 배우는 1440명이 보낸 1분 영상을 2~3번씩 보고 최종 후보를 26명을 선정했다며 예심의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배우이면서 연출도 같이하는 구혜선 감독의 영화 <미스터리 핑크>도 단편 부문 특별초청작으로 상영된다. 감독으로서 6번째 연출작인데, 서현진, 양동근의 열연과 구혜선만의 섬세하면서 과감한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상영과 제 19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부분 후보에 올랐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작품 상영 후 GV를 통해 관객들과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44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12월 7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종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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