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나치게 무겁고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영화 <한공주>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친구는 <한공주>를 보고 나서 기분이 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처럼 버겁고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되더라도, 우리는 고개 돌리지 않고 스크린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그것은 영화 <마돈나>를 볼 때에도 예외는 아니다. <마돈나>의 주인공 '미나(일명 마돈나, 권소현)'의 인생은 차마 비참하다는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발자취를 쫓으면 쫓을수록 끔찍한 고통만이 고개를 들이민다. 더는 불행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마다 그녀의 인생은 더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우리는 바라봐야 한다, 스크린 속 비참한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 돌이켜 봐야 한다. 언젠가 현실 속에서 실제로 마주친 적이 있을 그녀의 삶과 꼭 닮은 그 누군가를.
   
 영화 '마돈나' 속 미나

영화 '마돈나' 속 미나 ⓒ 리틀빅픽처스

   
이야기는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이 미나의 과거를 쫓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해림은 VIP 병동에서 근무하면서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전신마비 환자인 회장 '철오'를 담당하게 된다.

당시 철오의 아들인 상우는 아버지의 재산을 사용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고 있었다. 상우는 위독해진 아버지에게 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는 임산부 '미나'의 심장을 이식하려 하고, 해림에게 미나의 가족을 찾아 심장이식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거래를 제안한다.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 목격했을지도 모르는 고통
 
 영화 '마돈나' 속 해림과 상우

영화 '마돈나' 속 해림과 상우 ⓒ 리틀빅픽쳐스

처음에 해림은 아무 죄책감 없이 이를 수락하지만, 이후 미나의 가족을 찾기 위해 그녀의 흔적을 쫓다가 지독하게 불행했던 미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학창시절에는 왕따였고, 사내에서는 비리의 희생자가 되었던 미나는 마지 못해 찾아간 일터인 공장에서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게 된다. 이후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던 그녀는 또 한번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강가에 버려진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남에게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해림은 그녀를 위해 결국 회장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버린다. 아이를 지켜낼 수 있게 되자, 불행했던 미나는 숨을 거두고, 아이의 이름을 '미나'로 지어준 채 해림 역시 새로운 삶을 위해 병원을 떠난다. 

먼저 영화의 제목인 '마돈나'부터 미나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극 중 미나의 '마돈나'라는 별명에도 결국은 그녀에 대한 희롱의 시선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겪은 고통들은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왕따', '성희롱', '성폭행', '성매매', '불법 장기이식' 등은 우리 사회 내에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일면이다. 모두가 외면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마돈나> 속 미나의 현실이다.

우리는 한 번쯤 '미나'가 겪었던 고통을 목격한 적이 있을지 모른다. 이처럼 <마돈나>는 그 불편한 진실을 마주치게 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하는 영화다.

처음엔 죄의식이 없던 해림, 그의 변화가 뜻하는 건... 
 
 영화 '마돈나' 속 해림

영화 '마돈나' 속 해림 ⓒ 리틀빅픽쳐스

  
미나와 해림의 상상 속 대화 장면에서 미나는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는데, 이 아이가 나를 사랑해줬다'며 아이를 지우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 그렇지만, 상우로 대표되는 절대권력은 미나에게서 마지막 희망인 아이까지 앗아가려 한다.

극 중 해림은 처음에는 이러한 악행에 어떠한 죄의식도 없다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각성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해림이야말로, 관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내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영화 <마돈나>는 칸 영화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고, '미나' 역의 권소현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또한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개봉 당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편안히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더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관객층을 필요로 하는 상업영화에서는 결코 다룰 수 없는, 혹은 다뤄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까지 스크린으로 전해준다. 보기에 버거울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 가치가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aaaa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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