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사라진 시대. 그럼에도 아름다운 가치를 지키고 나누는 스타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내뿜는 선한 영향력을 찾아봅니다.[편집자말]
 
 2018 tvN 즐거움 전 <수미네 반찬> 토크 세션

2018 tvN 즐거움 전 <수미네 반찬> 토크 세션ⓒ tvN

 
"17살에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임신하고 입덧을 심하게 할 때 엄마가 해준 겉절이와 풀치조림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게 한이 돼 아이를 낳은 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 맛을 떠올리며 요리를 했다" - 김수미, '2018 tvN 즐거움 전' <수미네 반찬> 토크 세션에서 -

결핍이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했던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말이지만, 배우 김수미에게는 유효했던 모양이다. 어릴 때 돌아가신 엄마를 향한 짙은 그리움, 현실에서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엄마의 요리에 대한 향수. 그 간절했던 결핍이 지금의 요리 장인 김수미를 만들었다. 이제 그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허기를 채우고, 엄마의 맛을 재현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만인의 엄마(혹은 할머니)가 됐다.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힘인 걸까. 김수미의 요리는 확실히 남다르다. 이른바 '쿡방'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김수미의 존재감은 우뚝 솟은 산마냥 압도적이다. 6개월째 방영되고 있는 tvN <수미네 반찬>은 3%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롱런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김수미는 <수미네 반찬>에서 '엄마의 맛'을 강조하며, 남자 셰프들이 점령했던 요리판의 헤게모니를 되찾아왔다. 쿡방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셈이다.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tvN

 
"후추! 조금 눈둥만둥. 눈둥만둥 뿌려! 네, 그게 내 레시피입니다~"

요리를 하는 김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인다. 또, 편안해 보인다. 그래서 일까. 보는 사람도 마냥 행복해진다.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들(의 셰프들)이 정확한 계량법을 제시하며 그대로 따라하라고 가르쳤다면, 김수미는 그런 틀 자체를 완전히 깨버렸다. 그의 독특한 계량법은 방송 초부터 뜨거운 화제가 됐다. 기존의 레시피가 암기식 주입교육이었다면, 김수미의 그것은 이해식 자율학습에 가까웠다. 

사람들에게 김수미의 요리가 더욱 특별해진 계기는 그가 일본에서 반찬 가게를 열었을 때였다. 그야말로 '김수미답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김수미가 정성들여 만들어 간 음식들은 고국의 맛, 엄마의 맛을 그리워 하고 있던 교포와 유학생 등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3000인분이 넘는 음식들이 이틀 만에 완전히 동이 났다. 김수미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큰 손' 김수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제가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고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제일교포들에게 큰 꿈도 주고, 반찬으로 정신적으로 치유도 한 것 같아서 '너 참 잘했다'라고 제가 저한테 칭찬하고 싶어요."

짐작했겠지만 김수미의 통 큰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홍수가 발생했을 때, 김수미는 뉴스에서 홍수로 피해를 입은 할머니가 '라면 그만 보내고, 김치 좀 보내달라'고 한 인터뷰를 보게 됐다고 한다. 당시 김치 사업을 하고 있었던 김수미는 당장 회사에 전화를 걸어 '내일 홈쇼핑 취소하고 김치를 트럭에 실으라'고 지시했다. 당연히 홈쇼핑에선 방송이 취소되는 등 난리가 벌어졌다.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tvN

 
김수미의 기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른 수해 지역에서도 김치를 기부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고, 이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계약 위반에 걸려서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결국 김수미는 자신의 고집대로 김치를 다 실어서 기부를 했다고 한다. '역시 김수미!'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일화다. 자신의 손해도 불사하는 따뜻하고 통 큰 마음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지난 2011년 1월에는 '사랑의 김치나누기' 행사를 얼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일 <수미네 반찬> 제작진은 김수미와 셰프들이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김치 2천 포기를 담근다고 밝혔는데, 그 김치는 국내 및 해외 시청자 및 독거노인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방송은 12월 초로 예정돼 있다.) 이렇듯 김수미는 자신의 요리 재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현재 <수미네 반찬>의 레시피를 엮은 동명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레시피북이 이런 인기를 끄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은 "수많은 집밥 책 중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손맛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김수미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센 캐릭터의 매력과 인생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높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SBS

 
MBC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을 맡아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할머니 분장을 해야 했던 김수미는 개성있는 배우였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 <마파도>(2005)를 통해 자신만의 센 캐릭터를 장착하며 주연 배우로 우뚝서며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영화, 드라마, 시트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했고, 작품마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예능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드높이고 있다. 

이미 최고의 스승인 김수미를 SBS <집사부일체>가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며 등장한 김수미는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수미 편은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김수미는 사부(師父)다운 사부라는 찬사를 받았다. 살아 온 인생으로 스스로를 증명한 김수미, 그가 제자들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로 글을 끝맺고자 한다. 

"인생에는 너희같이 한창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끝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사는 날까지 큰 건 못해도 음식이든 뭐든, 나를 아는 사람이 내가 조금 거들어줘서 잘 할 수 있다면 계속 요렇게 하면서 살다 맺을 거야. 나는 정말 행복했어. 고마웠어. 다 사랑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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