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포스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전설의 록 밴드' 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을 비롯한 각국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들을 사랑했던 40, 50대 관객뿐만 아니라 퀸을 잘 몰랐거나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젊은이들에게도 시대를 뛰어 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스튜디오에서의 다양한 실험을 통한 완벽한 소리는 퀸 음반의 필수 요소 중 하나였다. 여기에 탁월한 라이브 솜씨가 더해져 퀸은 1970~80년대의 대표적인 밴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영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는 록 음악의 '여왕'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간 퀸의 활동기 공연을 음반으로 담아낸 라이브 앨범은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퀸의 팬이라면 한두 장은 소장하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지만 그들의 히트곡 정도만 얼추 기억하는 분들에겐 다소 낯선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왜 이들이 '최강의 라이브 밴드'인지 보여주는 좋은 자료라는 점에서 꼭 들어봐야 할 퀸의 걸작 공연 실황 음반들을 소개해본다.

[관련 기사] 진정한 퀸 마니아라면 환영할만한 음반

< Live Killers > 1979년 발매
 
 퀸의 1979년 공연 실황 음반 < Live Killers >

퀸의 1979년 공연 실황 음반 < Live Killers > ⓒ Universal Music

 
과거 1980년대 LP 시절만 해도 일부 마니아들은 이 음반을 놓고 '3대 라이브 명반'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물론 당시엔 이 음반은 주요 수록곡의 금지곡 처분으로 인해 국내에선 정상적으로 접할 수 없었고 이른바 '빽판'이라고 불리던 불법 복제 LP로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소 과찬인 부분도 없지 않다(1990년이 되서야 뒤늦게 한국 최초 발매).

하지만 퀸의 통산 첫 번째 공연 실황 음반 < Live Killers >는 한창 혈기 왕성하던 시기의 명연을 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1978년 일곱번째 정규 음반 < Jazz >의 발매 후 같은 해 10월말부터 이듬해 5월초까지 총 7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퀸은 무려 80여 회에 걸친 미주유럽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그 중 유럽 지역에서의 녹음을 2장의 디스크에 나눠 담아냈다.

'Mutapha'를 인트로에 살짝 집어 넣은 'Bohemian Rhapsody'는 중간 부분 스튜디오 원곡의 코러스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공연 실황의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그 외 이 음반에서 주목할만한 곡은 브라이언 메이가 신들린 듯한 기타 솔로 연주를 선보이는 12분짜리 대곡 'Brighton Rock'이다. 

명곡 'Love Of My Life'가 싱글로 발매되었지만 (UK 차트 63위) < Live Killers >는 빌보드 앨범 차트 Top 20 진입, 전미 200만장 판매고를 달성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아쉽게도 이 음반만 유일하게 현재 국내 음원 사이트에선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기자 주).
 

< Live At Wembley Stadium '86 > 1992년 발매
 
 퀸의 1986년 공연 실황 < Live At Wembley Stadium > 2011년 리마스터링 버전 표지

퀸의 1986년 공연 실황 < Live At Wembley Stadium > 2011년 리마스터링 버전 표지 ⓒ Universal Music

 
퀸은 활동 기간 중 총 2장의 공식 공연 실황 음반을 발표한다. < Live Killers >에 이어 1986년 8월 'The Magic Tour' 공연 중이었던 퀸은 영국 네브워스 콘서트를 중심으로 채운 < Live Magic > 실황 음반을 발표한다. 그해 12월 발매한 이 음반은 팬들은 물론 비평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50분이 채 못 되는 1장짜리 구성인 데다 상당수 수록곡에 편집을 가해 연주 시간을 대폭 줄이는 납득 안되는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Bohemian Rhapsody'의 백미인 오페라 코러스 부분을 모두 날려 버렸고 'Tie Your Mother Down' 등 다수의 곡 역시 마치 라디오 방송용 싱글용으로 런닝 타임을 줄여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프레디 생전 마지막 투어였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퀸의 1986년 공연실황 음반 < Live Magic > 속지 사진.  영국의 유명 야외 공연장 네브워스 공원을 관중들로 가득 채울 만큼 이들의 콘서트는 규모부터 초대형이었다.

퀸의 1986년 공연실황 음반 < Live Magic > 속지 사진. 영국의 유명 야외 공연장 네브워스 공원을 관중들로 가득 채울 만큼 이들의 콘서트는 규모부터 초대형이었다. ⓒ Universal Music

 
다행히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92년, 뒤늦게 'The Magic Tour'의 백미로 손꼽히는 1986년 7월 12일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2장 구성의 라이브 앨범으로 발매되면서 다소 위안이 되었다. 박진감 넘치는 록 넘버 'One Vision'을 시작으로 경기장을 가득메운 8만여 관중들의 함성과 떼창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장관을 이룬다.

녹음 상태는 썩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영상과 함께 본다면 퀸의 콘서트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흡인력 있는 무대가 인상적이다. 한편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 'God Save The Queen'의 메들리식으로 이뤄진 퀸의 공연 끝마무리 구성도 중간에 신곡 'Friends Will Be Friends'가 추가되는 등 변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1년 리마스터링 재발매된 DVD에선 11일 공연까지 아우르는 풀버전 형태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인 1986년 7월 2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공연을 담은 < Hungarian Rhapsody: Queen Live in Budapest >는 지난 2012년 뒤늦게 발매되었다.
 

< Queen On Fire : Live At The Bowl > 2004년 발매
 
 퀸의 1982년 공연 실황을 담은 < Queen On Fire > 표지

퀸의 1982년 공연 실황을 담은 < Queen On Fire > 표지 ⓒ Universal Music


1982년 영국 밀튼 케인즈 공연을 담은 < Queen On Fire: Live At The Bowl >는 프레디 사후에 발매된 두번째 정식 라이브 앨범이자 DVD다. 같은 해 발표되었던 < Hot Space >는 전작 < The Game >의 대성공(2곡의 빌보드 1위곡 배출 및 밴드 유일의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 차지)에 비해 초라한 성과를 얻는데 그쳤다. 신시사이저의 대거 도입 등 당시 뉴웨이브 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퀸 음악의 정체성이 흔들린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 Hot Space >의 주요 곡은 당시 투어 이후엔 거의 공연에서 연주되지 않고 배제될 정도로 멤버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줬다. 그런 점에서 < Queen On Fire >는 지금은 많이 접하기 힘든 'Action This Day', 'Black Chat', 'Staying Power' 등 < Hot Space > 수록곡의 라이브 버전 대거 삽입이란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반면 이때 무대에서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상황은 무척 좋지 못했다. 그의 상징이기도 한 레드 스페셜 기타의 잔고장, 기타줄 끊어짐 등으로 인해 급히 보조 기타로 연주를 대신하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Dragon Attack'의 2분 35초부터 10여 초 가량은 브라이언의 기타 고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드럼, 베이스로만 곡 진행이 이뤄졌다.)

한편 이 음반은 정식 발매 당시 일부 팬들의 원성을 자아낸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소니, EMI 등이 불법 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한 CD (Copy-Controlled CD)로 제작했는데 이 형식의 음반들이 일부 PC에서 시스템 먹통이 되는 등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복제 방지 기술 적용은 얼마 후 업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Queen Rock Montreal > 2007년 발매
 
 퀸의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 공연 실황을 담은 < Queen Rock Montreal > 표지

퀸의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 공연 실황을 담은 < Queen Rock Montreal > 표지 ⓒ Universal Music

 
2000년대 초반 DVD 유행이 일어났을때 이글즈의 < Hell Freezes Over >,  코어스의 < MTV Unplugged >와 더불어 퀸의 < We Will Rock You >는 유독 국내 음악팬들의 필청 감상 타이틀 중 하나였다. 그 무렵 용산 전자상가의 주요 상점에서 자주 시연하던 작품 역시 이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워낙 빼어난 음질을 담은 탓에 5.1채널 스피커로 감상하는 공연 실황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지녔기 때문이다.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 실황을 기록 영화로 제작했던 < We Will Rock You >는 이후 2007년 < Queen Rock Montreal >이란 새로운 제목으로 리마스터링 재발매가 이뤄진다.  또한 DVD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CD 음반으로도 제작되면서 또 한번 퀸 팬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되었다.

음질 및 멤버들의 연주력 등을 고려할 때 퀸 최고의 공연 실황 음반으로 이 작품을 손꼽는 마니아들이 제법 많다. 37년 전 녹음, 녹화물 답지 않은 양질의 내용물은 왜 퀸이 최강의 라이브 밴드로 불리우는지를 몸소 증명해낸다. 수록곡 구성은 < Live Killers >에 < The Game >과 영화 <플래쉬 고든> OST까지 아우르는, 당시로선 제일 무난한 선곡으로 채워졌다.
 

< A Night At The Odeon - Hammersmith '75 > 2015년 발매
 
 퀸의 1975년 공연 실황을 담은 < A Night At the Odeon > 표지

퀸의 1975년 공연 실황을 담은 < A Night At the Odeon > 표지 ⓒ Universal Music

 
2014년 발매된 < Live At The Rainbow '74 >와 더불어 초기 퀸의 희귀 공연을 담은 이색작이다.  1975년 명반 < A Night At The Opera > 당시 진행된 해머스미스 오데온 극장 콘서트가 이 작품의 주된 내용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BBC가 당시 방송을 위해 제작했던 원본 테이프의 보존이 잘 이뤄진 덕분에 지금 들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무난한 음질을 자랑한다. 이 작품 역시 CD 외에 DVD 및 블루레이 디스크 형식의 영상물로도 제작, 발매되었다.

퀸의 골수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Orga Battle', 'Liar', 'Son And Daughter' 등을 중심으로 'Bohemian Rhasody'의 초기 라이브가 눈길을 모은다. 아직까진 스튜디오 원곡과 유사한 무대를 보여주기 어려웠던 탓에 중간에 1집 수록곡인 'The March of the Black Queen'를 코러스 부분 대신 넣어 처리해 한편으론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QUEEN 라이브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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