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황제의 연인> 영화 포스터

▲ <마틸다: 황제의 연인>영화 포스터ⓒ 씨네힐

 
1890년대 러시아 제국의 황태자 니콜라이 2세(라르스 아이딩어 분)는 황실 발레단에 입단한 마틸다(미할리나 올샨스카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해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나눈다. 얼마 후, 아버지 알렉산드로 3세 황제(세르게이 가르마시 분)가 기차 사고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왕위 계승 문제가 대두된다. 황실에서는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서두르고 약혼자인 헤센 대공국 루트비히 4세의 딸 알릭스(루이제 볼프람 분) 공주와 결혼을 종용한다.

영화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와 황실 수석 발레리나였던 마틸다 크셰신스카의 로맨스를 소재로 삼았다. 러시아, 나아가 세계사를 바꿀 수 있었던 스캔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는 러시아에서 연출뿐만 아니라 러시아 최고 스튜디오라 불리는 Rock Film을 설립하여 제작자로 활동하는 알렉세이 유치텔 감독이다.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니콜라이 2세와 마틸다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니콜라이 2세가 황제가 되는 순간까지를 담는다. 영화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바탕을 두긴 하나 많은 부분에서 상상력을 덧칠한, 역사적 사실(fact)과 가공의 이야기(fiction)를 더한 팩션(faction)에 가깝다.

사실과 허구 어디쯤 위치한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러시아에서 논쟁을 일으켰다. 러시아 정교회의 극보수주의 그룹인 '기독교국-신성러시아(KhGSR)'는 성인으로 추대한 니콜라이 2세를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나약한 사람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를 들며 영화를 공격했다.

유치텔 감독의 스튜디오와 극장에 불을 지르고 관련 기사를 쓴 기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러시아 정부는 개봉 취소를 결정했다. 과거 금기시되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 현재엔 관람을 금기하는 현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으로 시작하는 영화
 
<마틸다: 황제의 연인> 영화의 한 장면

▲ <마틸다: 황제의 연인>영화의 한 장면ⓒ 씨네힐


영화는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으로 시작한다. 성당에 몰래 들어간 마틸다는 쫓아오는 남자를 피해 위층으로 달려가 니콜라이 2세에게 "니키"라고 외친다. 그녀를 본 니콜라이 2세는 놀라 쓰러진다. 그리고 영화는 앞선 시간으로 가 둘이 언제 만났고,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를 보여준다.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조 라이트의 <안나 카레니나>나 데이비드 린의 <닥터 지바고> 등이 보여준 금지된 사랑을 그린다. 황태자와 발레리나란 신분 차이, 19세기에서 20세기를 넘어가는 격동의 시대, 화려함으로 가득한 황실 분위기 등 영화는 매혹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것들을 엮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

우선, 시나리오의 문제점이 많다. 니콜라이 2세와 마틸다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생략이 잦다. 니콜라이 2세가 왕위와 사랑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사랑, 욕망, 광기 등 감정의 온도가 피부에 와 닿질 않는다. 이것은 러시아에서 완성한 버전은 130분인데 반해, 해외 배급용으로 제작한 판본이 109분으로 짧아진 탓도 있다.

인물 묘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영화가 가상의 인물로 만든 보론초프(다닐라 코스로브스키 분)가 대표적이다. 몇 마디 대사로 그의 집착을 설명할 뿐이다. 마틸다는 러시아 역사상 단 2명에게만 주어졌던 '아졸레티'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갖춘 천재였다. 하지만, 영화에서 마틸다는 위대한 예술가로 보이질 않는다. 알릭스 공주도 일차원적 존재에 머문다.
 
<마틸다: 황제의 연인> 영화의 한 장면

▲ <마틸다: 황제의 연인>영화의 한 장면ⓒ 씨네힐

 
서사는 빈곤한 반면에 발레, 미술,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발레리나가 주인공인 영화답게 러시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페름 오페라 발레단의 수석 안무가 알렉세이 미로슈니첸코가 영화 속 안무와 전반적인 발레 자문을 맡았다. 마린스키 극장의 아트 디렉터인 발레리 게르기에프가 음악을 만들었다. 금빛으로 가득한 회화를 보는 것 같은 영화 속 화려한 모습은 의상 디자이너 니제즈바 바실리예바와 미술감독 엘레나 주코바가 완성했다.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돈을 많이 썼으나 완성도는 떨어지는 TV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든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자면 돈을 들인 <서프라이즈> 속 재연극을 보는 것 같다. 역사의 왜곡 여부를 떠나 멜로드라마로서 완성도가 높지 않다.

영화에서 줄곧 강조되는 두 가지 이미지만큼은 무척 흥미롭다. 하나는 피, 다른 하나는 불의 이미지다. 두 이미지들은 마치 제국을 무너뜨린 러시아 혁명의 예고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로 블로크가 러시아 10월 혁명에 바친 <열둘>이 떠올랐다.

"부르주아들에 대한 화풀이로
세계에 불을 질러버리리라
피로써 피를 씻는 세계의 화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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