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노래로 말걸기 <서울 수원 이야기>
김동산 출장작곡가 x 정수민 콘트라베이시스트 x 박민국 드러머


김동산 출장작곡가가 정수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박민국 드러머와 함께한 '감수성 올림 두 번째 이야기'가 지난 10월 17일(수)에 수원시평생학습관 영상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을 진행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공간 꾸미기에도 정성을 쏟았다. 모빌, 단호리 작가의 드로잉 작품, 퀼트 작품이 강연장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함을 안겨 주었다.
                         
파업 노동자, 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로 노래 만드는 '출장 작곡가'
 
 수원시평생학습관 영상강의실  2018년 편파적 콘서트 '감수성 올림'이 열리는
수원시평생학습관 2층 영상강의실

▲ 수원시평생학습관 영상강의실 2018년 편파적 콘서트 '감수성 올림'이 열리는 수원시평생학습관 2층 영상강의실 ⓒ 시민기획단 나침반

  
                                                     
 감수성 올림  책 전시  '감수성 올림'에 오는 작가들의 책 전시

▲ 감수성 올림 책 전시 '감수성 올림'에 오는 작가들의 책 전시 ⓒ 시민기획단 나침반

 
                                                    
 단호리 작가의 드로잉 작품 전시  '감수성 올림'이 열리는 수원시평생학습관 영상강의실
입구모습. 단호리 작가의 수원 드로잉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 단호리 작가의 드로잉 작품 전시 '감수성 올림'이 열리는 수원시평생학습관 영상강의실 입구모습. 단호리 작가의 수원 드로잉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 시민기획단 나침반

  
김동산 출장작곡가는 노동자,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의 상인들, 지동의 터줏대감인 노인 등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노래로 만들었다. 도서관 모임, 동아리, 학교, 동네 횟집 주인도 노래의 주인공이다. 현장에서는 그가 만든 백여 곡 중에서 11곡이 재즈선율에 맞춰 고요하지만 힘 있게 연주됐다.  

김동산은 오래 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 관련 노래와 반핵송을 만들어 불렀다. 2010년 수원의 어느 공원에서 열린 환경 행사 중 즉흥적으로 단돈 1000원에 노래를 만들어 주었던 게 시작이었다. 그 후 자립음악생산조합 황경하를 만나 연대와 자립의 협업을 배웠다.

몸도 지치고 돈도 없지만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100개 넘는 이야기들을 노래로 탄생시켰다. 저마다의 우여곡절이 주인공의 입에서 김동산의 마음에 들어오는 과정은 모두에게 치유의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아픈 사연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의 노래가 되었다.

첫 노래는 '식인 풍습'이었다. 문명화가 진행되고 자유화의 바람이 불어올 때도 사람들은 무얼 섭취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역사 시간에 배웠던 어느 부족의 식인 풍습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현실과 겹친다. 
 
"인간을 속이고 조롱하고 미행하고 이간질해서 (중략) 인간의 식인풍습을 처음 알았던 날,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었지. 아버지여. 무슨 말을 해주세요."
                               
                  
 김동산 출장작곡가와 정수민 베이시스트  '식인 풍습'을 부르는 모습

▲ 김동산 출장작곡가와 정수민 베이시스트 '식인 풍습'을 부르는 모습 ⓒ 시민기획단 나침반

   
김동산은 다음 곡으로 '아현포차 30년사'를 들려주었다. 1980년대부터 있었던 아현역 근처 포장마차들이 재개발로 2016년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김동산은 포차 이모님들을 만나 출장작곡을 했다. 포장마차와 함께한 그녀들의 인생이 노래로 만들어졌다.

노래가 끝난 후 김동산은 잠시 숨을 골랐다. 기타도 통기타로 바꿔맸다. 다음 부를 노래인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석관시장 골목의 시계방 할아버지의 사연이다. 1930년 생인 주인은 시계국가기능사이자 오래된 시계 수리 실력자다. 젊은이들에게 들려줄 교훈이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라고 답했단다. 후렴구에 반복되는 할아버지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인생이 시계 흘러가듯 가더라. 그렇게 아름답던 시간들도 흐르곤 했었다."

그 다음 노래는 콜드콜텍 밴드를 찾아가 만든 '노래 하는 이유'다. 이들은 기타를 만드는 일을 하던 중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자 부당해고를 당했다. 지금은 밴드를 만들어 화요일마다 공연을 하고 있다. "그 모든 걸 알리기 위해서" 그들은 노래한다. 다섯 곡과 재즈곡 'All of me'로 1부가 끝났다. 무대를 꾸미기 위해 스탠드까지 준비한 그가 관객에게 소리가 잘 들렸냐고 물었다. 준비를 많이 한 만큼 긴장도 많이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잘 들린다며 박수를 쳤다. 수줍게 웃는 그는 청년이었다.
                         
감수성 올림 2강  김동산 출장작곡가, 정수민 콘트라베이시스트, 박민국 드러머
무대 모습

▲ 감수성 올림 2강 김동산 출장작곡가, 정수민 콘트라베이시스트, 박민국 드러머 무대 모습 ⓒ 시민기획단 나침반

   
다음 곡들은 수원과 지동의 이야기였다. 일곱 번째로 부른 '지동 29길'은 지동에서 오래 살던 할머니 이야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화성이 등재되면서 할머니는 지동을 떠나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적은 보상금으로 지하 월세방을 얻었다. 그마저도 30년 전 도둑맞았던 트럭에 붙은 세금 천만 원이 보상금에서 빠졌다. 예쁜 까페들이 많아지는 행리단길에는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산산히 부서져 자취도 없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동네 마음 착한 주인 부부의 분식점 창고에는 버리지 못해 쌓여있는 포스트잇 박스가 있다.

"여기 맛있는데 tv에 안 나오나요?"
"우리딸 사랑해"
"콜팝이 최고야"


포스트잇으로 벽에 붙어 있던 말들이 노래가 되었다. '뭘 하고 있을까'가 제목이다. 관객들이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리듬을 보탰다. 어린 시절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김동산은 통영생선구이 집 조옥선 사장님 이야기인 '통영생선블루스', 지동 어르신들의 자잘한 집수리를 해주며 재생미술가들을 돕는 친한 형님 김기만씨의 노래 '도면 없는 예술가'를 들려주었다. 노인회관에서 만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남궁 순의 러브 송'을 마지막 노래로 불렀다. 앵콜곡으로 소성리를 지키며 연대하고 노래하는 정진석을 인터뷰하고 만든 노래 '연대의 노래'가 나왔다.

"우리가 만드는 평화가 보이지 않을 지라도, 이미 평화는 그대와 나 우리 안에 있다."

권선 징악·영웅 이야기보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에 끌린다고
 
 김동산 출장작곡가 공연  김동산 출장작곡가와 정수민 콘트라베이시스트, 박민국 드러머 연주

▲ 김동산 출장작곡가 공연 김동산 출장작곡가와 정수민 콘트라베이시스트, 박민국 드러머 연주 ⓒ 시민기획단 나침반

      
공연 후 감수성 두 번째 제목이자 음반 제목인 '서울 수원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동산은 권선 징악과 영웅이 나오는 이야기보다는 "그냥 살아가는 단순한 이야기"에 끌린다고 했다. 선한 이들이 행복해지는 동화 속 결말이 아니라 꿋꿋하게 삶을 써내려가는 이야기들이 노래가 되었다.

김동산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시위현장이나 연대공연이 아니라 '이 곳에서 잘 들려질까' 고민했다고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재즈로 말이다. 바로 이어진 초등학교 선생님 관객의 적극적인 섭외 요청으로 그 우려는 사라졌을 것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학교로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김동산에게 감수성을 어떻게 올리는지 물었다. 그는 조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점점 아름답고 재미있는 것만 남기고 분하고 슬픈 일은 지우려고 한다고 했다. 결혼식에 갈 때도 인생을 알고 장례식에서도 삶을 배우듯이 우리는 아름다움과 슬픔을 다 가지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예술적 감수성이 올라간다고 했다.

기쁠 때도 부르고 슬플 때도 읊조리는 게 노래다. 노래만큼 우리를 연결시키는 게 있을까? 오늘만큼은 당신에게 괜찮냐고 묻는 대신에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노래로 위로받는 10월의 가을 밤이었다. 노래 덕분에 일 주일치 감수성이 충전됐다. 다음 공연이 기다려진다.           
            
김동산 출장작곡가  김동산 출장작곡가가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 김동산 출장작곡가 김동산 출장작곡가가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 시민기획단 나침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노성분 시민기자는 강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 단원입니다.
감수성올림 수원문화재단 수원시평생학습관 김동산출장작곡가 정수민베이스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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