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를 풀러 온 슈퍼서브

현재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는 6골. 5골을 기록 중인 2위 알라산 플레아, 온드레이
두다와는 고작 1골 차이지만 사실 엄청난 차이가 숨겨져 있다. 득점 선두는 고작
3경기만을 뛰었을 뿐이고 플레아와 두다는 7경기에 출전했다. 심지어 득점 선두
주자는 3경기 동안 고작 81분만을 소화했을 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페인 출
신의 스트라이커 파코 알카세르다. 레반도프스키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했던 도르트문트의 등번호 9번에 걸린 저주를 풀러 온 슈퍼서브라 해도 과하지 않다.

올해 25세인 파코 알카세르는 비교적 왜소한 체격(175cm, 71kg)이지만 순간
스피드가 빨라 라인 브레이킹 능력이 뛰어나다. 단신임에도 헤딩을 따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날카로운 골 결정력을 겸비했다. 이번 시즌 10번의 슈팅 가운데 6개가
유효슈팅이었고, 이것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참고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슈팅 1위는 31회(유효슈팅 10회)를 기록해 4골을 넣은 티모 베르너(RB 라이프
치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스트라이커 이외의 포지션은 잘 소화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
고 드리블과 연계 능력이 약한 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양발을 잘 사용하고 왕성
한 활동량으로 수비 시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능력이 뛰어나 이러한 단
점들을 잘 보완하고 있다.

발렌시아의 촉망받는 유망주에서 꿀벌군단의 일원으로

발렌시아CF 유소년 출신인 알카세르는 발렌시아 소속으로 2012년 1월 14일 레
알 소시에다드와의 리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아직 유망
주였던 그의 성장을 위해 11-12시즌 종료 후 알카세르를 헤타페CF로 임대 이적
시켰다. 그는 2013년 1월 7일 라예 바예카노와의 경기에서 라리가 데뷔골을 성
공시켰으며, 그 해 총 20경기에 나서 3골을 기록했다.

12-13시즌 종료 후 원소속팀으로 복귀한 알카세르는 13-14시즌 리그 23경기에
나서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14-15시즌에는 6경
기 4골로 순조롭게 시작해 리그 32경기 11득점 5도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15-16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다가 리그 출전횟
수도 13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입지가 흔들렸다. 하지만 적은 기회에도 6골 2도움
을 성공시키며 출전시간 대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결국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FC바르셀로나가 공격수 보강을 위해 2016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알카세르를 영입했다. 이때 공식발표가 알카세르의 생일인 8월 30일에
났기 때문에 발렌시아 수뇌부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그러나 상승곡선을 그리던 알카세르의 바르셀로나 생활은 험난했다. 데뷔전부터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하는 등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17-18
시즌까지 가뭄에 콩 나듯 골을 넣으며 근근이 버텨오던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 소속팀인 도르트문트로 임대 이적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2일 도르트문트가
완전 이적 옵션을 발동시켜 알카세르는 완전한 꿀벌 군단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꿀벌 유니폼을 입은 알카세르는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리그 3라운드에 후
반 25분 교체 출전하여 역전골의 기점이 된 연계 플레이를 선보였다. 여기서 그치
지 않고 데뷔골까지 작렬시키며 최고의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리그 6라운드 레버쿠젠전에서는 결승골과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4-2 역전승
의 주역이 됐고, AS모나코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선발 출장하
여 비록 PK를 실축했으나 이를 만회하는 득점에 성공하며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
다. 그리고 이어서 리그 7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는 후반 교체 출전하여 해
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팀에 4-3 짜릿한 역전승을 안겨주었다.

악몽과도 같았던 바르셀로나 생활을 청산한 뒤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거듭나고 있
는 파코 알카세르. 앞으로 그가 도르트문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
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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