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황의조가 첫골을 넣은 뒤 축하받고 있다.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황의조가 첫골을 넣은 뒤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세계 축구의 강팀 우루과이를 상대로 경기 종료 직전까지 소유권을 좀처럼 빼앗기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공 돌리기를 완성시키는 한국 축구가 낯설게 보일 정도였다. 여덟 번째 만남에 이르러서 처음 이겼다는 것도 기쁘지만 경기 주요 기록이나 과정을 살폈을 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점을 확인시켰기에 더 놀랍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며 2-1로 이겼다. 

6만4170명 대관중의 기대감에 승리로 화답

축구팬들이 제대로 축구를 알고 즐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잔치였다. 비록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독일이라는 최고의 팀을 2-0으로 이기는 기적의 역사를 장식하고 돌아온 것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영광의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설마했지만 이렇게 다시 뜨거워진 축구 열기를 K리그 현장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이번 A매치에 6만4170명의 만원 관중이 상암벌을 수놓았다. 대관중이 합심한 카드 섹션도 웅장했지만 여기에 경기력까지 최고 수준을 보여주었으니 오랜만에 축구 잔치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우루과이 축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FC 바르셀로나)가 아내 출산을 돕기 위해 한국에 오지 못했지만 FW 에딘손 카바니, MF 로드리고 벤탕쿠르, 루카스 토레이라, DF 디에고 락살트, 디에고 고딘, GK 페르난도 무슬레라 등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위의 위력을 뽐내기에 충분한 실력자들이 모두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전 우루과이 선수들의 표정에서 당황하는 빛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벤투호 한국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 축구가 돋보인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무조건 수비만 한 것이 아니라 손흥민과 남태희가 역습의 가속도를 책임졌고 기성용과 정우영의 침착한 템포 조절과 연계 플레이가 좋았다. 

33분에 양 팀 통틀어 첫 번째 유효 슛이 우루과이 골문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손흥민의 전진 패스가 과감했고 상대 수비수들을 등진 골잡이 황의조가 부드럽게 내준 공을 남태희가 달려들어 슛을 시도한 순간이었다. 남태희의 슛이 그렇게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세계 축구계에 끈끈하기로 소문난 우루과이 수비수들을 상대로 공을 쉽게 빼앗기지 않고 원하는 유효 슛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벤투호는 후반전에 더 자신감 넘치는 패스 플레이로 우루과이 수비 라인을 크게 뒤흔들어놓았고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만원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에 멋진 승리 결과까지 이루어냈으니 관중들이 펼쳐든 '꿈☆은 이어진다'라는 글귀가 너무도 멋지게 맞아떨어지는 장관을 경험한 것이다.

5위 우루과이를 상대로 원하는 대로 공 돌리기
 
 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정우영이 전진패스를 하고 있다.

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정우영이 전진패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어도 우리보다 한 수 위의 강팀이라고 하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과감하면서도 위력적인 패스 플레이를 이루던 한국은 63분에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서도 '손흥민-남태희-황의조'로 이어지는 삼각 패스가 빛났다. 신임 벤투 감독의 '이기는 축구'가 어느 정도 자신감으로 드러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황의조가 우루과이 페널티지역 안으로 빠져들어가는 순간 센터백 코아테스의 걸기 반칙을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이 정확하게 잡아낸 것이다. 이번에도 11미터 지점에 공을 올려놓은 키커는 주장 손흥민이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한국의 첫 골은 지난달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첫 골과 너무도 닮았다. 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을 때 손흥민이 키커로 나와서 직접 성공시키지 못한 공을 이재성이 밀어넣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손흥민의 오른발 인사이드 페널티킥은 우루과이 골키퍼 무슬레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무슬레라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손흥민의 오른발 킥을 막아낸 그 순간 뛰어들어간 황의조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바로 옆에서 우루과이 선수들이 몸싸움을 걸어오는 순간이었기에 황의조의 마무리는 크게 흔들릴 수 있었지만 인사이드 킥 자신감이 남달랐다. 테니스 경기의 포핸드 역크로스 동작처럼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킥 기술이었기에 황의조가 더 돋보인 것이다.

이 골이 터지기 6분 전에 우루과이 벤탕쿠르의 왼발 하프발리슛이 골키퍼 김승규가 지키고 있는 한국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기에 황의조의 이 침착한 골이 만원 관중의 환호성을 더 크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6분 뒤에 한국은 센터백 김영권이 끝줄 바로 앞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마티아스 베시노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이 실수가 소속 팀 경기를 거의 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동료들은 김영권을 듬직하게 응원해줬다.

그 덕분에 우루과이의 동점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은 쉽게 휩쓸리지 않았다.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하면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경기력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관중들이 카드섹션으로 태극문양을 선보이고 있다.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관중들이 카드섹션으로 태극문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79분에 한국의 추가골이자 이 경기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손흥민이 왼쪽 구석에서 올린 코너킥 세트 피스가 후반전에 교체 선수로 들어온 키다리 골잡이 석현준에게 정확하게 이어졌고 석현준 이마에 맞은 공은 수비에 가담한 우루과이의 간판 골잡이 에딘손 카바니의 다리에 맞고 옆으로 흘렀다. 여기서도 우리 선수들은 황의조가 넣은 첫 골 순간처럼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뒤에서 달려들면서 왼발 슛을 깨끗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점수판을 2-1로 굳히기 위한 벤투 감독의 '공 돌리며 남은 시간을 관리하는 요령'이 매우 돋보였다. 이전에는 공 걷어내기에 급급했다면 이번 벤투호의 이기는 축구 색깔은 너무나 선명한 것이었다. 

어설프게 패스하다가 맨 앞으로 무턱대고 차 올리는 뻥 축구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 플레이어들이 사전에 연습한 공 돌리기 패턴을 침착하게 펼치는 것이었다. 이는 만원 관중들이 더 박진감을 느끼게 하는데 특효약이었다.

정규 시간이 끝나는 90분에는 왼쪽 측면에 자리잡은 홍철부터 시작한 빌드 업 과정이 반대쪽으로 시원하게 넘어갔다. 홍철의 왼발을 떠난 공이 '손흥민-정우영-황인범'을 거쳐 반대쪽 공간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는 이용을 겨냥하여 뻗어나갔다. 이 마지막 패스가 조금 길어 옆줄 밖으로 공이 나가서 아쉽게 됐지만 벤투 감독이 우리 선수들에게 빌드 업을 어떻게 훈련시켜 몸에 배도록 하는가를 잘 알 수 있는 멋진 장면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만에 우루과이 가운데 미드필더 벤탕쿠르의 정교하면서도 과감한 드리블과 빠른 2:1 패스에 두 번째 동점골 위기를 우리 선수들이 겪었지만 후반전에 바꿔 들어온 센터백 김민재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잘 막아냈다.

그러더니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만에 더 놀라운 패스 플레이로 이기는 축구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멋지게 자랑했다. '남태희'의 발끝에서 시작한 빌드 업이 '황인범-문선민-홍철-손흥민-홍철-정우영-손흥민-홍철'을 거쳐 센터백 김민재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대로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에 우루과이 선수들이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1분가량의 시간이 흘러갔다.

이처럼 파울루 벤투 감독의 '이기는 축구'와 '승리 기운을 흔들리지 않고 관리할 줄 아는 축구'가 무엇인지 확인시켜준 셈이다. 심지어 골키퍼까지 동료들을 믿고 공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을 때 다음 동작을 어떻게 펼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로 드러난 것이다. 축구장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어느 정도 패스 조직력을 다듬어야 하는가를 벤투 감독이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오는 16일(화)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나마를 상대로 승리 기운을 이어가고자 한다. 파나마도 12일 일본과 평가전을 치렀으나 홈 팀 일본에게 끌려다니며 0-3으로 완패하고 천안으로 건너온다.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2-1 우루과이 [득점 : 황의조(66분), 정우영(79분) / 마티아스 베시노(72분,도움-토레이라)]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67분↔석현준)
AMF : 손흥민, 남태희, 황희찬(77분↔문선민)
DMF : 기성용(85분↔황인범), 정우영
DF : 홍철, 김영권(77분↔김민재), 장현수, 이용
GK : 김승규
- 경고 : 나이탄 난데스(27분), 페르난도 무슬레라(65분), 로드리고 벤탕쿠르(74분)

◇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한국 5개, 우루과이 2개
슛 : 한국 9개, 우루과이 15개
점유율 : 한국 53%, 우루과이 47%
코너킥 : 한국 4개, 우루과이 3개
오프 사이드 : 한국 0개, 우루과이 1개
경고 : 한국 0장, 우루과이 3장(난데스, 무슬레라, 벤탕쿠르)
반칙 : 한국 7개, 우루과이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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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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