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홈런타자 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 3회말 한화 정은원이 솔로 홈런을 치고서 베이스를 돌고 있다.

▲ 2000년생 홈런타자 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 3회말 한화 정은원이 솔로 홈런을 치고서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오랫동안 먼 거리를 돌아서 왔다. 한화 이글스가 강산이 한 번 변하도록 이뤄내지 못했던 한 가지의 목표를 이뤄낸 것이다. 한화는 지난 27일 대전 동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두며 시즌 74승 62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 날 승리로 한화는 같은 날 kt 위즈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7위에서 6위로 올라온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9경기 차이로 벌렸다. 136경기를 치른 한화는 남은 8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최소 와일드 카드를 확보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10년의 암흑기, 우승 청부사 감독들의 무덤이 된 대전

한화의 마지막 포스트 시즌 진출은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활약하던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의 활약으로 시리즈 MVP를 수상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 시리즈 진출 경험으로 한정하면 한화의 마지막 한국 시리즈는 류현진의 데뷔 시즌인 2006년이었다. 당시 개막 선발 로테이션으로 데뷔전부터 승리를 거둔 류현진은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인상, 트리플 크라운 및 MVP 동시 석권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의 활약 속에 한화(당시 감독 김인식)는 한국 시리즈 무대까지 밟았으나 삼성 라이온즈(당시 감독 선동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후 한화는 10년이 넘는 암흑기에 빠졌다. 한화는 2008년 5할 승률을 넘겼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안타깝게 실패햇다. 이후 김인식 전 감독이 2009년 시즌을 끝으로 사퇴했으며, 이후 한대화(2010~2012), 김응용(2013~2014) 그리고 김성근(2015~2017년 5월) 3명의 감독이 거쳐갔는데 그 동안 한화는 기나긴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투수진에서 류현진이, 타선에서 김태균 등이 고군분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가 2012년 선발진에 합류했지만 류현진과 박찬호의 힘만으로는 한화 팀 전체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순 없었다.

선수단 전체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으니 우승 청부사급 이력의 감독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KBO리그 역대 최다 한국 시리즈 챔피언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응용(현 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삼성 라이온즈 구단 사장으로 프런트 경험까지 쌓고 한화에 왔지만 오히려 이글스 역대 최저 승률 감독이라는 영 좋지 않은 기록만 남기고 지도자에서 은퇴했다.

김응용에 이어 SK 와이번스의 한국 시리즈 우승 염원을 이뤄냈던 김성근이 부임했다. 하지만 김성근의 지도 방식은 2010년까지는 통했을지 몰라도 몇 년 사이에 그의 지도 방식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김성근은 그래도 자신이 맡았던 팀들은 최소 포스트 시즌 진출의 성과까지는 보였던 경험이 있었지만 한화에서는 근소한 승차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2015년이 최고 성적이었다. 오히려 김성근의 체제 아래 투수들은 혹사 논란까지 일어나며 일부 선수들은 기약 없는 재활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화를 제일 잘 아는 프랜차이즈 출신 지도자들, 11년 만의 PS 성과

김성근 전 감독이 2017년 5월에 퇴진한 뒤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리빌딩에 착수했다. 2017년 성적을 반등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쩌면 이 시기의 팀 운영이 2018년 시즌 한화의 반등을 이뤄낸 요소가 된 점도 있었다.

그리고 2018 시즌을 맞이하여 한화는 이글스라는 팀을 가장 잘 아는 인물들을 감독과 코칭 스태프로 영입했다. 이글스 프랜차이즈 출신의 스타들을 감독과 코치들로 대거 영입하면서 한화는 이글스의 팀 컬러를 잘 아는 지도자들로 팀을 다시 꾸리게 됐다.

감독으로는 이글스 출신의 투수로 지도자로서도 한화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았던 한용덕이 부임했다. 젊은 시절 각종 부상들을 극복하고 배팅볼 투수부터 시작하여 선발 로테이션에 정착한 연습생이었다. KBO리그 통산 이닝 역대 5위까지 올랐던 한용덕 감독의 부임으로 한화는 이전 시기에 비해 투수진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한용덕 감독 뿐만 아니라 이글스라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 번 이상은 꼭 거론되는 레전드 스타들이 코칭 스태프로 합류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승 투수로서 해설위원 경력까지 거쳤던 레전드 피처 송진우가 투수코치로 합류했고, 연습생 출신으로 홈런 역대 3위까지 올랐던 장종훈도 타격 지도를 겸한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원칙과 상식이 있는 팀 운영의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때 리그 2위까지 올라갔던 한화는 후반기에 들어서 김성근 전 감독 시대의 혹사 누적으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상위권을 지켜냈다.

2015년에 김성근 전 감독은 혹사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선수들을 다그쳤고, 시즌 막판까지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결국 144번째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오히려 그 때의 후유증으로 김성근 전 감독은 2시즌 동안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다.

이후 한화의 박종훈 단장은 철저한 리빌딩 체제로 팀을 운영하려고 했다. 다만 한용덕 감독이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리빌딩을 원치 않았다. 한용덕 감독은 부임과 함께 리빌딩과 성과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한용덕 감독은 성과를 내겠다는 그 약속을 부임 첫 시즌부터 지켰다. 정규 시즌 8경기를 남겨놓고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것이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 3경기 반의 승차를 벌려놓은 한화는 남은 8경기에서 4경기만 이겨도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다.

더 높은 목표 바라보는 한화, 19년 만의 챔피언 도전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낸 한화는 이제 더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한화의 한국 시리즈 우승 이력은 1999년 단 한 차례 뿐이다. 1999년 당시 매직리그 2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한화는 토너먼트로 치러진 포스트 시즌에서 살아남으면서 현재까지 유일한 한국 시리즈 챔피언 이력을 남겼다.

이글스는 한국 시리즈 준우승 이력만 5번이다. 빙그레 시절인 1988년, 1989년, 1991년, 1992년 4차례 준우승을 경험했고, 한화 시절에는 류현진의 신인 시즌인 2006년에 준우승 이력을 추가했다. 가장 마지막이었던 2006년에도 정규 시즌 3위로 포스트 시즌을 시작했다.

다만 2006년과 2018년의 KBO리그 포스트 시즌은 시스템이 다르다. 당시 8구단 체제의 준플레이오프는 포스트 시즌의 첫 번째 라운드였다. 2015년 10구단 체제가 되면서 KBO리그의 포스트 시즌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라는 한 단계의 시리즈가 추가됐다.

2006년 준플레이오프 당시의 시스템이었다면 정규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한 숨 돌릴 여유도 없이 1~2일 정도의 이동일만 주어지고 바로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3위의 위치였다. 하지만 10구단 체제에서의 3위는 정규 시즌 마지막 날에 등판했던 선발투수가 로테이션 한 바퀴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여유가 생기는 위치다.

한화가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려면 아직 힘든 여정이 좀 더 남았다. 일단 한화는 KIA 타이거즈와의 2연전을 위해 29일 경기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짓자마자 바로 광주로 이동했다.

광주에서 KIA와의 원정 2연전이 끝나면 잔여경기 일정인데, 한화는 일단 대전으로 돌아가 이틀을 쉰 뒤 홈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경기를 치르고 하루 이동일을 가진 뒤 부산에서 다시 롯데와 1경기를 치른다. 비록 8위에 있지만 아직 와일드 카드 획득 가능성이 남아있는 롯데인 만큼 쉽지 않은 2연전이 될 전망이다.

이틀을 쉰 한화는 수원으로 이동하여 kt 위즈와 1경기, 다시 광주로 이동하여 KIA와 한 경기를 치른다.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 이틀을 쉬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는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다. 원정으로 인한 고된 일정에 들어가기 전 롯데를 상대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면 잔여경기가 적은 넥센과의 승차를 여유롭게 벌리며 컨디션 점검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KBO리그의 포스트 시즌은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일정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2018년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두산도 최근의 강한 전력을 만들기 시작한 2015년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여 정규 시즌 1위 삼성을 제치고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이력이 있다. 그런 만큼 포스트 시즌에서는 분위기가 팀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성근 전 감독의 첫 시즌이었던 2015년 정규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한화는 2014년 9위 성적으로 뒤에서 2번째로 입장했다(마지막 입장은 당시 리그 첫 참가였던 kt). 그리고 다음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앞에서 2번째로 들어오겠다던 김성근 전 감독은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만 11년 만에 가을야구 참가를 이뤄낸 한화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김성근 전 감독의 공약을 한용덕 감독이 대신 지켜낼 가능성도 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 또는 원투 펀치를 소모하고 올라오는 팀을 상대로 승리하여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플레이오프에서 분위기를 몰아 한국 시리즈 진출을 이뤄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올 시즌 2위 SK와도 무려 11경기 차이를 기록하고 있는 두산과의 한국 시리즈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한화가 11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경기가 바로 그 두산과의 연장 혈투 끝에 일궈낸 결과였다. 용덕매직이 발효되고 있는 올 시즌 한화의 드라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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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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