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드 맨 워킹> 포스터

영화 <데드 맨 워킹> 포스터 ⓒ Havoc,Polygram Filmed Ent

 
영화 <데드 맨 워킹>은 사형수와 유가족, 양쪽의 입장을 통해 사형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사형제도는 찬반논란이 뜨거운 제도다.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짐승 같은 행위를 한 사람을 위해 격리와 수감이라 는 사회적 비용을 소비하는 건 안 된다며 사형제를 찬성하는 측이 있다. 사형수를 만나본 사람들은 사형제를 반대하고 유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사형제를 찬성한다고 한다.

<데드 맨 워킹>은 중립에 서서 양쪽의 입장을 전달한다. 헬렌 수녀는 살인범 매튜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또 유가족들과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적인 갈등을 겪는다. 그녀는 매튜를 무죄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피해자 가족이 겪은 고통을 알기에 갈등을 거듭한다. 사형을 앞둔 매튜는 갑작스러운 고백을 한다. 사실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지금 모든 것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니 제발 살려달라고. 그의 얼굴에는 새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이 피어난다. 이 열망은 관객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죄수들에게는 '죄의 무게'라는 형량이 있다. 형량이 클수록 사회에서 형용될 수 없는 큰 범죄를 저지른 것이며 형량을 다 마치기 전까지 감옥이라는 사회와 분리된 공간에 감금된다. <아들>과 <보이A>는 이 '형량', '죄의 무게'를 다룬 작품들이다. 먼저 <보이A>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소년 A, 잭은 과거 친구들이 저지른 사건으로 14년 간 복역을 하고 감옥에서 나온다. 어린 시절을 감옥에서 보냈기에 그의 모습은 소년처럼 순수하다.
 
 영화 <보이A> 스틸컷

영화 <보이A> 스틸컷 ⓒ Cuba Pictures,Film Four

 
그의 착한 본성을 알고 있는 보호감찰사 테리의 도움으로 잭은 직장도 얻고 친구들, 여자 친구, 그리고 삶을 얻게 된다. 어느 날 교통사고 현장에서 소녀를 구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과거 소녀 살인사건으로 유년시절을 감옥에서 보냈던 그가 소녀를 구하면서 스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흉악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얼굴은 방송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소년은 세상과 단절된다. 그들에게 남자는 '잭'이 아닌 '소년 A'가 되어버린다.
                                                                                      
'나보고 어쩌라고.' 이 말은 영화 <아들>에서 출소를 한 프랜시스라는 소년이 내뱉은 절규이다. 소년원을 출소한 16살의 프랜시스는 올리비에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가구제작훈련센터를 향한다. 이곳은 출소한 소년원 출신들에게 기술을 익혀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영화 <아들> 스틸컷

영화 <아들> 스틸컷 ⓒ Archipel 35

 
올리비에의 시선은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는 아들과 같은 또래인 프랜시스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하지만 아들을 죽인 그를 한없이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만 볼 수 없다. 올리비에는 알고 싶다. 왜 자신의 아들을 죽였는지. 올리비에의 물음에 프랜시스는 절규한다.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말한다. 

"나는 죗값을 다 받았단 말이야!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프랜시스는 죄를 저질렀던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보이A>의 잭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를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그들 앞에 올리비에가, 그리고 소년 A가 나타난 순간, 그들은 절규한다. '왜 죗값을 다 치렀는데 세상은 날 밀어내죠?'                                                                                                          
인간의 죄를 인간이 판단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종교적이고 근엄하다. 폴란드의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십계명을 바탕으로 한 10부작 TV시리즈 <십계>의 한 편, '살인을 하지 마라'를 바탕으로 한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던진다. 앞서 <아들>과 <보이A>가 시스템과 사회 사이의 괴리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작품은 시스템 그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청년은 택시기사를 죽인다. 그리고 체포된다.

신출내기 변호사는 그를 변호하지만 소용없다. 결국 청년은 사형을 당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살인을 저지른 청년을 살인하는 국가의 행동은 과연 올바른가? 관객은 청년의 살인 장면에서 역겨움을 느낀다. 왜 아무 상관도 없는 택시 기사를 죽이는지, 왜 이유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그 청년이 사형당하는 순간, 감독은 이 역겨움을 다시 불러온다. 
   
 영화 <애니멀 타운> 포스터

영화 <애니멀 타운> 포스터 ⓒ 트리필름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사형제도, 그리고 범죄에 대한 형벌과 인식에 대한 흥미로운 영화들이 있다. 그 중 한 작품을 언급하자면 <애니멀 타운>이다. 작품의 주인공 성철은 어린 아이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이상 성욕 소유자다. 출소 후 택시 기사가 된 그의 얼굴에는 악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경질적인 손님이 화를 낸 순간, 택시 기사는 돌변한다. 성철은 누르고 있던 강박적인 분노를 사정없이 표출한다. 그제야 관객은 느끼게 된다. '아, 짐승 새끼가 세상에 나왔구나'

영화의 결말은 묘하게도 해피엔딩이다. 짐승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기 때문이다. 자연에 돌아다니다 우리에 가뒀더니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영화의 결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될 사람들을 죗값을 치렀다는 이유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고민을 갖게 만든다. 

어린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이 2020년에 출소한다는 사실에 '죄의 값' 즉 '죄의 무게와 형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형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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