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게 먹자>는 기존의 먹방과 무엇이 달랐을까?

<폼나게 먹자>는 기존의 먹방과 무엇이 달랐을까?ⓒ SBS



'또, 먹방이야?' 

작금의 예능계는 양분돼 있다. 한쪽은 먹방 · 쿡방이 '대세'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고, 나머지 한쪽엔 관찰 카메라가 온 세상을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며 기세등등하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미 피로감을 호소한 지 오래다. 새로운 예능을 보고싶다는 의견이 많다. 오죽했으면 '유느님' 유재석의 새로운 예능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먹방도 아니고 관찰 예능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화제가 됐겠는가.

지난 7일 새롭게 시작한 SBS 예능 <폼나게 먹자>는 제목에서 '선포'하고 있듯 또 다시 먹방 예능이다. 정말이지 "또, 먹방이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물론 포맷이 먹방이라 해서 모두 식상하거나 지겨운 건 아니다. 올리브 <밥블레스유>의 경우에는 최화정 · 이영자 · 송은이 · 김숙 등 언니들의 우정을 기본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사연을 조합시켜 새로운 느낌을 줬다. 먹는 것만큼이나 공감이 중요 포인트로 자리잡은 것이다.

넘치는 먹방... 이 신선한 조합이라면 좀 다를까
 
 <폼나게 먹자>의 한 장면

<폼나게 먹자>의 한 장면ⓒ SBS



"먹방과는 전혀 관계 없는 분들이다. 많은 먹방이 있는데 저희 프로그램은 진짜 입맛에 솔직한 분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했다. 맛있게 먹는 분들이 아니라 식재료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씀해 줄 수 있는 분들을 모셨다." (민선홍 PD)

그렇다면 <폼나게 먹자>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캐스팅에 신경을 쓴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JTBC <한끼줍쇼>, 채널A <도시어부>를 통해 예능 대부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경규를 섭외해 프로그램의 뼈대를 세웠다.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과 8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채림, 젊은 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래퍼 로꼬 등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이들로 구성했다. 

연령대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면서 익숙함과 낯섦의 절묘한 조합을 시도한 섭외라 할 수 있다. 김상중과 채림, 로꼬 등 (예능에서) 신선한 얼굴들은 먹방이라는 친숙(하다 못해 식상)한 콘셉트의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희석시켰다. 특히 오토바이까지 타고 나타난 김상중의 살신성인이 돋보였다. 한편, 달리 생각하면 남자 3명에 여자 1명이라는 조금 뻔한 구성이라 볼 수도 있었다. 채림은 리액션을 제외하면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삭힌 김치'
 
 <폼나게 먹자>의 한 장면

<폼나게 먹자>의 한 장면ⓒ SBS



"저는 고민이 조금 많습니다. 먹방 · 쿡방이 대세잖아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어떻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재미와 식상하지 않음과 이런 걸 줄 수 있을까." (김상중)

<폼나게 먹자>의 비장의 무기는 다름아닌 '식재료'였는데,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사라져가는 희귀한 식재료를 찾아서 소개하고, 스타 셰프의 요리를 통해 현대식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사라질 식재료 살리기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기존의 먹방들이 '먹는 행위'에 집중했다면, <폼나게 먹자>는 '무엇을 먹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라질 식재료'는 충남 예산에 있는 삭힌 김치였다. 단 10명만이 지키고 있는 멸종 위기의 식재료였다. 일반 배추김치가 아닌 구억배추를 사용하고,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삭혀서 담그는 그야말로 전통식 김치였다. 식재료 전문가 김진영이 출연해 설명을 곁들였고, 생소한 식재료를 접한 MC들은 자신만의 표현으로 역시 생경했을 시청자들에게 맛과 향을 전달했다.

맛 없으면 솔직하게 말해주길

 
 <폼나게 먹자>의 첫 번째 게스트는 아이유였다.

<폼나게 먹자>의 첫 번째 게스트는 아이유였다.ⓒ SBS



<폼나게 먹자>의 또 다른 차별점은 과장된 제스처로 일관하는 먹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먹방은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지배하고 있다. 그 압박이 좀더 진행되면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모든 음식이 어찌 다 맛있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소위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을 다녀온 사람들의 만족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주로 이경규가 보여주는) 약간의 호들갑은 먹방의 한계라고 하더라도 <폼나게 먹자>는 적정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맛 없는 음식은 과감하게 맛이 없다고 했던 사유리(MBC <사유리의 식탐여행>)의 진정성있는 맛 평가까지는 요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김상중이 시도하고 있는 맛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끈질긴 탐구만큼은 붙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 말미, 10이라는 숫자가 14로 바뀌었다. 단지 10명이서 지켜가고 있는 '삭힌 김치'였지만, MC들의 합류로 그 숫자가 조금 늘어난 것이다. 채림은 "지금은 14명이지만 시청자들이 보시면 숫자가 어떻게 될지 몰라요"라고 말한다. <폼나게 먹자>는 공익적 요소가 다분했다. 시청률 3.4%(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순조롭게 시작한 <폼나게 먹자>의 사라져 가는 식재료를 지켜가고자 하는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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