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인정받아 2020 도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와 원정 단독 우승을 차지한 남자축구 대표팀은 3일 금의환향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김학범 감독에 대한 중간 평가 결과에 합격점을 내리고 도쿄올림픽까지 신임을 약속했다.

김학범 감독은 아시안게임 우승을 통하여 연령대별 대표팀 사령탑으로 순조로운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짜 '본편'은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연령대별 대표팀이 나설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 올림픽은 아시안게임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한국은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것이 역대 최고성적이며,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8강에 진출하며 아시아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올림픽과의 연속성 단절, 성적에 집중하다 보니

인터뷰하는 김학범 감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

▲ 인터뷰하는 김학범 감독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 도전하게될 김학범호 2기의 최대 난제는 아시안게임과의 '연속성 단절'에 대한 우려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23세 이하 최정예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며 사실상 금메달에 올인했다. 김학범 감독도 아시안게임 우승에 감독직까지 건 만큼 철저하게 성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값진 금메달을 수확하여 20명의 선수 전원이 병역혜택을 얻는 수확도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2년 뒤 다가온 도쿄올림픽에서는 '원점에서' 다시 완전히 새로운 팀을 꾸려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출전했던 20인 중 와일드카드(24세 이상)가 아니어도 2년 뒤 도쿄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선수(1997년생 이하)는 총 9명이다. 하지만 이들 중 주전급으로 활약할 만한 기량을 보여준 선수는 이승우(베로나), 김진야(인천)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더구나 아시안게임 멤버들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병역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간절함이나 동기부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시 김학범호에서 와일드카드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손흥민(토트넘)이나 황의조(감바) 같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파들은 그나마 미필자였을 경우에는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을 이용하여 소속구단과의 협상이 가능했지만, 2년 뒤 올림픽에서는 이런 명분으로 정상급 해외파들의 합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FIFA의 국가대표 의무차출 규정이 적용되는 대회가 아니라 구단들이 굳이 협조할 이유가 없다. 도쿄올림픽에 나설 김학범호 2기가 과연 이번 아시안게임보다 더 좋은 선수 구성이 가능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이유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냈던 홍명보호는 사실상 4년간에 걸친 올림픽 장기 프로젝트를 통하여 탄생한 팀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09년 U-20 월드컵부터 지휘봉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까지 구자철-김영권-지동원-윤석영-김보경 등 '황금세대'와 동행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김학범호

자랑스러운 와일드카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자랑스러운 와일드카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호는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모험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는 2년 뒤 런던올림픽과의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홍명보호는 당시 4강에서 UAE에 덜미를 잡혀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3, 4위전에서 이란을 꺾고 동메달을 수확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며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의 성과로 아시안게임의 아픔을 만회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2020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린 경우는 적지 않았다. 한국이 결승에서 꺾었던 일본이 대표적이다. A팀과 올림픽 팀 감독을 겸임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일본은 이번 대회에 아예 와일드카드도 한 명 없이 전원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리고도 결승에 올라 최정예 멤버의 김학범호와도 연장접전까지 치르는 선전을 펼쳤다. 철저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무게를 둔 선택이었다. 일본 축구계도 한국에 패하여 우승에 실패하고도 이번 대회에 쌓은 경험과 선전에 나름 만족하는 분위기다. 2년뒤 도쿄올림픽에서 만일 같은 팀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일본 외에도 한국이 16강에서 만난 이란도 골키퍼를 제외한 21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사우디, 베트남 등도 2년뒤 도쿄올림픽까지 출전이 가능한 젊은 유망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아시안게임에 월드컵 멤버까지 포함한 최정예 선수들을 출전시킨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김학범호는 다시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도쿄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완전히 새로운 팀을 꾸려서 일본-우즈벡-이란 등 이미 아시안게임을 통해 경험을 쌓은 강팀들과 재격돌 해야 하는 한국축구로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예선 일정부터 감안하면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비록 발탁되지 못했지만 해외파 백승호(페랄라다), 이강인(발렌시아), 정우영(바이에른), 장결희(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 등은 2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김학범호와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K리그에서도 아직 확인해야 할 유망주들이 많이 있다. 도쿄 대회에서 24세 이상이 되지만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와일드카드 후보군들도 미리 점검을 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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