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tvN


"노사연씨가 신곡을 내서, 이 프로그램을 오늘로 마지막으로… 너무 섭섭한데."

출연진의 변동은 어떤 경우(하차, 투입, 교체 등)라 하더라도 큰 도전이다. 기존의 출연자가 바뀌는 건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원년멤버(혹은 창업공신)의 하차는 그 구멍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기존 출연자들과의 조합이라든지, 그동안 맞춰왔던 호흡을 무시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제작진이 의도했던 콘셉트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노사연은 지난 8회를 끝으로 tvN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를 떠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신곡 앨범 활동으로 인한 바쁜 스케줄 때문이었다. 노사연은 "끝까지 못 지켜서 미안합니다"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정들었던 김수미의 곁에서 물러났다. <수미네 반찬> 제작진은 노사연의 공백을 '게스트 섭외'를 통해 채워 나가고 있다. 임기응변에 가깝지만, 현재까지 이 선택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tvN


사실 노사연의 하차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시청자들은 요리에 문외한인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요리를 못하는 남자에겐 "바깥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라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 어째서 노사연에겐 그토록 야박했던 걸까. 가수로서 평생 사회 생활을 했던 그가 요리를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쏟아진 비난이리라. 온당치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역할'에 있었을지 모르겠다. 눈치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잽싸게 잡아버린 장동민과 달리 노사연은 프로그램 내에서 별다른 역할을 꿰차지 못했다. 김수미의 음식을 맛보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것 말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점차 겉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가수로서의 재능을 발휘해 '무반주 노래 부르기'를 시도했지만, 그걸 매회마다 반복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제작진이 노사연을 섭외했던 이유가 뭘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까? 먹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노사연이 사실 요리무식자라는 사실을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의외로 요리무식자인 노사연이 김수미에게 매번 구박당하는 걸 웃음 포인트로 삼았던 게 아닐까. 연예계에서 기가 세기로 유명한 노사연을 휘어잡는 김수미의 카리스마야말로 <수미네 반찬>의 히든 카드였을 것이다.

노사연의 빈 자리 채운 이혜정-황신혜, 김수미의 힘

"저희들은 공부한 음식을 하잖아요. 근데 선생님 음식을 보면 늘 추억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맞아, 나도 어릴 때 저렇게 엄마가 저랬어라는 게 있는데. 그 안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으시더라고요."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tvN


하지만 이 카드는 통하지 않았고, 마치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노사연은 하차를 선택했다. 그에 따라 9회에는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출연했고, 10회에는 황신혜가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혜정은 전문가답게 깔끔한 감정(鑑定)과 완벽한 보조로 김수미를 빛냈다. 또, 김수미와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황신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대화는 친자매의 그것처럼 매끄러웠고 맛깔스러웠다.

게스트 체제로 전환하고 나서 <수미네 반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훨씬 좋아졌다. 노사연에게는 좀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수미네 반찬>의 핵심은 김수미이고, 제작진이 이런 변화를 거침없이 시도할 수 있는 배짱은 아무래도 김수미의 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리라. 출연진이 바뀌어도, 셰프가 바뀌어도 <수미네 반찬>에는 큰 지장이 없다. 김수미만 건재하다면 그 어떤 것도 문제될 게 없다.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tvN


"우리 정만이 하고는 참 추억이 많아. 첫 번째 이혼하고(일동 폭소), 참 마음이 힘들 때잖아. 얘는 무조건 아침에 와. 밥 먹고 하루 종일 자. 그 다음에 2시나 되면 밥 좀 달라고 해. 먹고 또 들어가서 자."
"그때는 진짜 우리집보다 수미 언니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던 거 같아."

"우린 정말 친자매처럼 지냈어."

푸근한 언니와 같았던 노사연의 공백이 그립긴 하지만, 요리무식자인 그가 김수미의 구박에도 괘념치 않고 큰 웃음을 떠뜨리는 장면이 문득 생각나긴 하지만, <수미네 반찬>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뽐내고 있다. 김수미의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말투는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하고, 그의 정겨운 음식 이야기와 요리 솜씨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또, 새로운 손님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다음 게스트로 누가 출연할지 궁금해하고,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것도 <수미네 반찬>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로 자리잡게 됐다. 노사연이 빠지자 <수미네 반찬>이 더 맛깔스러워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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