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발매된 숀의 EP < Take >. 이 미니 앨범에 논란의 곡 'Way back home'이 수록되어있다.

지난 6월 27일 발매된 숀의 EP < Take >. 이 미니 앨범에 논란의 곡 'Way back home'이 수록되어 있다.ⓒ 워너뮤직


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가수 숀의 'Way Back Home (작사 이지혜 제이큐/ 작곡 숀)'을 알게 된 건 음원 순위와 관련된 논란 덕분이었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땐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했으나 잊지 못해 다시 연인을 찾아가는 조금은 흔한 사랑이야기로 들렸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왜 연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Way Back Home' 그러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유했을까? 중독성 있는 멜로디 덕분에 반복해서 듣다보니 그 의미가 조금씩 분명해졌다. 숀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빗대어 심리적 애착 대상과의 관계, 그리고 이로 인한 두려움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다.

너라는 집으로: 심리적 애착의 대상을 찾아서

먼저 숀은 결론부터 노래한다.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이라고. 노래 속 화자는 '아무리 막아도'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상대를 찾아가고 있다. '결국'이라고 하는 걸 보니, 이 운명의 상대는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아니다. 만났다가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 소절, 숀은 이렇게 덧붙인다.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숀에게 지금 내가 돌아가고 있는 운명의 상대인 '너'는 '집'과 같은 존재다. 집은 바쁘고 힘겨운 일상 속에서 안식이 되어주는 곳, 내가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나답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너라는 집'이라는 표현은 숀이 돌아가고자 하는 연인이 로맨틱한 사랑의 대상을 넘어 안식을 취하고 온전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 즉 애착의 대상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애착'은 유아와 부모 혹은 1차 보호자 사이에 맺어지는 끈끈하고 특별한 관계를 의미한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유아기 애착은 한 개인의 성격, 사회성, 정서 발달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애착은 유아기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메인(Main)은 '성인애착면접' 연구를 통해 유아기 애착과 유사한 형태의 애착이 성인기 연인들 사이에서 일어남을 밝혀낸 바 있다. 헤이즌(Hazen)과 세이버(Shaver) 역시 사랑하는 성인 간의 애착 유형을 부모-아이 간의 애착유형과 매우 유사하게 분류했다. 유아가 부모와의 애착을 통해 안전 기지를 확립하고 성장해 가듯, 성인들도 사랑하는 사람과 애착관계를 형성해 심리적 안정과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애착이 두려운 이유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너'가 심리적 안정감과 성장의 기반이 되는 애착의 대상이라면, 아기가 엄마를 찾아가듯,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다가가려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숀은 자꾸만 달아나려 한다. '아무리 힘껏 닫아도', '하늘로 높이 날린'은 애착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들을 뜻한다. 심지어 '힘들게 삼킨 이별'을 하기도 한다.

왜 숀은 이런 시도를 한 것일까. 이는 애착의 속성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애착을 추구하는 이유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느꼈던 근원적인 일치감과 친밀감을 본능적으로 갈망하기 때문이다. 사실 안전했던 자궁 밖으로 밀려 나오는 출생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완전히 의지했던 대상으로부터 갑작스레 분리되는 매우 고통스런 사건이다. 심리학자 오토 랭크는 이를 '출생의 충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갑작스레 분리된 이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착과 사랑, 친밀한 관계를 평생토록 추구한다.

그런데 여기에 역설이 있다. 그토록 안전하고 편안한 엄마의 자궁이지만, 자궁 속 나는 내 의지대로 독립해서 행동할 수가 없는 엄마의 일부분 같은 존재였다. 엄마의 자궁을 연상시킬 만큼 친밀한 관계는 때로는 내가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을 불러온다. 때문에 사람들은 애착을 갈구하면서도 한편, 나를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한다.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다. 이런 갈등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이 엄마를 찾다가도 막상 엄마가 다가오면 투정을 부리며 엄마를 밀쳐내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주 이럴 적부터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느껴지고 때로는 달아나고 싶어지는 것은 이런 심리의 반영이다.

아마도 이 노래 속 숀은 지금 이런 두려움 상태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심리적 애착대상이 된 만큼,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자꾸만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시 열린 서랍', '자꾸 내게 되돌아' 오는 너이다. 어린 아이가 아무리 엄마에게 떼를 쓰고 미운 짓을 하다가도 결국 엄마를 찾게 되듯이, 성인 역시 사랑하는 애착대상과 분리되는 일은 쉽지 않다.

두려움 vs. 성장

 최근 `Way Back Home`으로 주요 음원 순위 깜짝 1위에 오른 숀

최근 `Way Back Home`으로 주요 음원 순위 깜짝 1위에 오른 숀.ⓒ 디씨톰 엔터테인먼트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숀은 이별 기간 동안 자신의 마음을 관찰한다. '수없이 떠난 길 위에서 난 너를 발견하고, 비우려 했던 마음은 또 너로 차올라'라는 소절은 관찰의 결과다. 어디를 가도 너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미 나의 자아 안에 '너'가 들어와 있다는 의미다. 즉, 나의 자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너의 자아를 받아들여 더욱 확장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면 상대방의 영향으로 이전엔 몰랐던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의 단점과 장점을 더욱 잘 알게 된다. 결국 애착은 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폭이 더욱 넓어지는 보다 통합된 내가 되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아이가 엄마와의 애착을 통해 심리적으로 성장해가듯 말이다.

때문에 이미 내 안에 받아들여진 너의 모습을 떼어 내려 하는 것은 '발걸음 끝에' 부딪히는,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일이 된다. 너와 멀어지려 했던 시간은 '부서진 시간'이 되고, 이런 아픈 시간 속에서 숀은 애착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길 잃은 맘'으로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드디어 결심한다. '그만, 그만' '지금 다시 Way Back Home' 이라고 말이다. 이는 사랑하는 애착대상으로부터 달아나는 것을 그만두고, 너의 모습을 내 안에 받아들여 성장해가겠다는 결심이다. 어쩌면 숀이 애착의 대상이 되어주는 연인과 이별했던 건 상대방을 통해 알게 된 나의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연인관계에서의 다툼은 내가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나의 그림자를 상대방에게서 발견했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 많은 커플들이 이별을 선택하고 만다.

노래 속에서 숀은 연인과 이별했던 시간 동안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의 그림자를 받아들여야만 보다 온전한 내가 됨을, 이것은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애착대상인 너를 통해서만 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숀은 '오직 너로 완결된 이야기를, 모든 걸 잃어도 난 너 하나면 돼' 라고 말고 자신 있게 노래하며, 경쾌한 리듬으로 다시 너에게 'Way Back Home' 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집을 통한 자아의 확장

신체적인 생존을 위해 물리적인 집이 필요하듯, 마음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심리적인 집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대상이 바로 애착의 대상이다. 어린 아이들은 부모나 부모를 대리하는 1차 보호자에게 애착하며 심리적으로 성장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과 형성되는 성인애착의 관계를 통해 성인들은 심리적으로 성장하고, 자아를 통합시켜 갈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성장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나의 그림자를 만나는 용기를 낼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적 성장은 관계로부터 얻어진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두렵다면, 상대방의 특정 모습이 너무나 싫어 도망치고 싶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이 관계가 나의 심리적인 집은 아닌지 말이다. 심리적인 집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성장하기를 택해보자. 부모와 좋은 애착관계를 맺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더 잘 독립할 수 있듯,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착을 통해 나를 확장해갈 때 보다 더 독립적이고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아무리 힘껏 닫아도 다시 열린 서랍 같아
하늘로 높이 날린 넌 자꾸 내게 되돌아와
힘들게 삼킨 이별도 다 그대로인 걸 Oh oh oh

수없이 떠난 길 위에서 난 너를 발견하고
비우려 했던 맘은 또 이렇게 너로 차올라
발걸음의 끝에 늘 니가 부딪혀"

- 숀 'Way Back Home'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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