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송예정인 MBC <PD수첩> '거장의 민낯, 그 후' 예고편.

MBC '거장의 민낯, 그 후' 예고편.ⓒ MBC


7일 밤, MBC < PD수첩 >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이 방영됐다. 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던 지난 3월 방송의 후속편으로, 추가 피해자들의 증언과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기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방영 전 김기덕 감독이 < PD수첩 >을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의혹이나 피해자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김기덕 감독의 명성과 지위로 인해 성폭력 의혹이 시민의 관심 대상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청을 기각했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은 배우, 스태프 등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의혹 일체를 전면 부인했다. 후속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 PD수첩 > 시청률은 지난 회에 비해 1.1p% 상승한 5.1%를 기록했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배우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시청 후 찜찜함이 남았던 건 '방송 내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극적인 피해 묘사, 보기 힘들었다

< PD수첩 >이 추가 피해자들의 증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방식은 주로 '재연'이었다. 물론 인터뷰 과정에서는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로 피해자들의 신원을 보호했고, 배우와 같이 신원 노출의 위험이 큰 경우에는 인터뷰도 대역으로 진행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추가 피해자가 피해 상황을 진술하는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재연 장면이 등장했다.

한 피해자는 연기 연습을 가르쳐주겠다는 조재현의 손에 이끌려 인적이 드문 화장실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재연 장면에는 조재현이 피해자를 화장실에 밀어 넣는 모습부터 강제 키스를 시도하고, 바지를 벗는 장면까지 자극적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뒤이어 다른 피해자의 증언에서도 술집 화장실에서 조재현의 접촉 시도를 거부하며 괴로워하는 피해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재연됐다.

피해자의 증언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에서, 피해 사실을 세세하게 재연하는 장면은 차마 보고 있기 어려웠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의 시각자료는 필요하고, '재연'은 때때로 특정 이슈의 배경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히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 장면을 재연하는 것은 선정적으로 소비될 우려가 크고,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MBC < PD수첩 > '거장의 민낯 그 후'편 중 한 장면

MBC < PD수첩 > '거장의 민낯 그 후'편 중 한 장면ⓒ MBC


 MBC < PD수첩 > '거장의 민낯 그 후'편 중 한 장면

MBC < PD수첩 > '거장의 민낯 그 후'편 중 한 장면ⓒ MBC


'선정적인 재연' 금지한 성폭력 보도 원칙

성폭력 보도에 관한 여러 가이드라인에서는 공통적으로 '선정적인 재연'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의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고 되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도 "방송은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미투 이후 지난 6월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새로 제작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주세요!' 책자에서도 "영상 보도의 경우 성폭력, 성희롱 사건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자극적인 자료화면을 넣거나, 범행 내용을 선정적으로 재연하여 영상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이미 보도 기준은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지만, 실제 보도에서는 기본적인 원칙조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 결과,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는 더더욱 확산되어 왔다.

< PD수첩 >은 미투 열풍이 거셌던 지난 3월, 처음 두 거장의 성폭력 의혹을 대대적으로 제기하고, 이후 김기덕 감독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당한 상황에서도 이번 후속편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보도를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기존 피해자들이 이미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방송'도 또 하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난 방송의 마지막 멘트처럼 < PD수첩 >이 피해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속 함께 하기 위해서는 취재만이 아닌, 편집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세상의 변화는 우리네 일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 파도 앞에서 조개를 줍는 사람.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