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위, 아니 그 이상이었다. '잠실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경기력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LG 트윈스는 두산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두산 베어스는 리그 선두 팀의 자격을 입증했다.

두산은 지난 20, 21,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와의 시리즈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 시즌 2연승을 시작으로 올 시즌 8연승까지 LG전 10연승을 내달렸다. 시리즈 내내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지만, 경기 후반에 희비가 엇갈렸다.

첫 경기 여파가 21, 22일 경기까지 이어졌다. 12회 연장 접전 끝에 패배한 것만큼이나 뼈아팠던 불펜 소모가 결국 영향을 준 것이다. 그나마 LG 불펜에서 믿을 만한 투수였던 김지용, 고우석까지 무너지면서 두산의 불방망이를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8번의 맞대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LG는 남은 8경기의 결과와 관계없이 올 시즌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됐다.

선발경쟁에선 앞섰던 LG, 결국 무너진 이유는

LG 선발 소사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LG 선발 소사 5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 LG 선발 소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LG의 빈 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두 팀이 내세운 키워드는 각각 '디테일'과 '분위기'였다. 공-수-주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두산은 사실상 큰 걱정이 없는 상태에서 시리즈에 임했고, LG는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두었던 상승세를 이어가려고 했다. 게다가 두 팀은 이용찬과 소사를 첫 경기 선발로 내세우며 첫 경기부터 승리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사실 20일뿐만 아니라 21일, 22일 선발 등판한 투수들을 보면 선발 싸움에서는 LG가 앞섰다. 이용찬이 소사보다 먼저 마운드를 내려간 데 이어 21일 두산 선발 장원준은 일찌감치 조기강판됐다. 22일 두산 선발로 나선 후랭코프는 선취점을 내주고 출발했다. 결국 불펜과 수비에서 허점을 드러낸 LG의 빈 틈을 두산이 잘 파고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20일 경기부터 돌아보면, 4-4로 팽팽하게 맞선 12회초 무사 1, 2루에서 오재원의 번트 타구를 3루수 가르시아가 잡지 않았다.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타구가 파울이 됐고, 한 번 더 기회를 얻은 오재원은 번트가 아닌 중전 안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작은 차이가 1승을 가져왔다.

이튿날은 두산 타선이 LG 불펜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6회초 LG 선발 김대현을 상대로 김재환-오재원의 백투백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하더니 7회초에만 대거 8점을 뽑아내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LG 벤치에서는 상대 타선에서 좌타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좌완 진해수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통하지 않았고, 신정락과 김지용까지 올라왔으나 두산의 화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두산에게는 올 시즌 최고의 이닝이, LG에게는 최악의 이닝으로 남았다.

8회초는 사실상 LG 야수진의 자멸에 가까웠다. 오재원과 김재호의 백투백 홈런으로 3점 차로 달아난 두산은 양의지의 2루타 때 두 점을 더 추가했다. 이 때, 우익수 채은성의 미숙한 타구 처리와 유격수 오지환의 악송구로 실책 두 개가 동시에 기록됐다. 수비에서 허점이 없었던 두산과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윌슨이 6회까지 무실점으로 끌고 간 마지막날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7회초 2사 2, 3루에서 오재일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 때, 중견수 이형종이 타구를 쫓아가기는 했지만 정확히 낙구 지점을 찾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8회초 김재환의 1타점 적시타, 9회초 오재원의 솔로포와 허경민의 투런포로 스윕승을 자축한 두산은 5승 1패로 후반기 첫 6연전을 마감했다. 2위권 팀들과의 격차는 무려 10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상위권 팀에 약한 LG, 잊고 싶은 3연전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1 LG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7.11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1 LG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7.11 ⓒ 연합뉴스


잊고 싶은 3연전이었다. 자존심을 완전히 구겼다. 3연패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위안거리도 보이지 않았다. 불펜은 망가질대로 망가졌으며 야수들은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투수들을 돕지 못했다.

LG는 두산을 포함해 올 시즌 상위권에 위치한 세 팀(두산, SK, 한화)을 상대로 30경기 8승 22패로 크게 부진했다. 승률이 3할도 채 되지 않는다. 중하위권 팀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4위로 포스트시즌을 간다고 하더라도 이대로라면 길게 가을야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LG가 안정적으로 포스트시즌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문제는, 남은 시즌 두산과 8번의 맞대결이 더 남아있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주 주중 3연전(7월 31일~8월 2일)에서 다시 두 팀이 마주할 예정이다. 두산만 만나면 다소 위축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두산을 또 만난다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정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LG는 현재 상태로 두산의 라이벌이 될 만한 자격조차 없어 보인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벤치의 판단도 4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4위에 만족해서도 안 되고, 안심할 상황 또한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