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계약을 맺은 지 6일만에 러시아 축구클럽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아프리카계 선수의 소식을 전하고 있는 BBC

입단계약을 맺은 지 6일만에 러시아 축구클럽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아프리카계 선수의 소식을 전하고 있는 BBC ⓒ BBC 공식 홈페이지


최근 막을 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 흑인선수들의 활약은 많은 축구팬들의 환호를 자아내게 했다. 1998년 이후 20년 만에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은골로 캉테, 폴 포그바, 사무엘 움티티를 비롯해 '벨기에 3위 주역' 로멜로 루카쿠 등 적잖은 흑인 선수들이 '축구대전'에서 화려한 기량을 뽐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래 전부터 인종차별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까닭에 대회 개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조용히 막을 내리며 많은 이들을 안도하게 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러시아에서 우려했던 인종차별 사건이 터져 나왔다. 21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프로 축구 토르페도 모스크바는 클럽 서포터즈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받았던 아프리카계 선수를 퇴출시켰다.

모스크바는 지난 14일 러시아 국적의 보타카 요바마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19세의 젊은 수비수인 그가 검은 피부를 가진 콩고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서포터 사이에서 "우리 클럽 엠블럼의 색깔은 검은색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하얀색 구성원을 원한다" 등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글들이 인터넷상에 쏟아졌다.

몇몇 악성 팬들의 비난 목소리가 나온 지 6일 만인 지난 20일 모스크바 구단은 공식 성명을 내고 요바마와의 영입계약을 취소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선수와 영입 계약을 맺은 지 일주일도 안 돼 계약을 취소한 것은 축구계에서 매우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이를 두고 '모스크바 구단이 팬들의 인종차별에 동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구단은 "인종차별은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는 늘 이 관점을 고수한다"면서 "이적료 문제로 요바마와의 계약을 취소하게 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구단의 반박 입장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되자 알렉산더 조토프 러시아 축구협회장은 "월드컵 이후 많은 러시아 축구팬들 사이에서 태도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을 하는 바보들이 있다"라며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러시아 축구협회는 지난 3월 프랑스와의 A매치 경기에서 자국 팬들이 상대팀을 향해 인종차별 구호를 외쳐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2만2천 파운드(한화 약 3250만 원)의 벌금 징계를 받는 등 각종 인종차별 사건으로 여러 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러시아 축구 인종차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