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영화 포스터

<클로저> 영화 포스터ⓒ (주)퍼스트런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이 바뀐 배우들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든 배우들의 결정적 영화를 살펴보면서 작품과 배우의 궁합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기자 말.

'The Blower's Daughter'를 부르는 다미엔 라이스의 잔잔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영화 시작 전부터 흘러나온다. 영화의 제목 '클로저'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나면, 런던 시내 군중들 사이에서 빨간 머리의 그녀가 옅은 미소를 띠며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그녀의 미소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맞은 편에는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이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 걸까?

오프닝 신은 수많은 이방인들 중 서로를 향한 남녀의 본능적 끌림을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담았다. 미처 오른쪽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쓰러진 그녀는 남자를 보고 "안녕, 낯선 사람?"하고 말한다. 두 남녀의 매력적인 미소는 단지 상대를 매료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고 스크린 밖의 관객들까지 매료시킨다.

댄의 이상한 욕망... '사랑의 민낯'이라고?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주)퍼스트런


첫 눈에 반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댄(주드로)은 자연스럽게 연인관계가 된다. 신문사 부고 기사를 쓰던 댄은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경험한 앨리스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출간한다. 프로필 촬영을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댄은 앨리스를 곁에 두고도 안나에게 끈질긴 구애를 한다. 안나 역시 댄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댄과 앨리스의 관계에 괜히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댄을 거부한다. 안나를 향한 욕망을 이상한 방식으로 해소시키는 댄. 안나로 가장해 성인 채팅(채팅을 통해 성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을 하고 상대 남자와 만남까지 약속한다.

안나의 전시회에 앨리스와 함께 참석한 댄은 안나 곁에 있는 남자 래리(클라이브 오웬)가 바로 그때 그 채팅 상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쯤 되면 서로가 인연이 아님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에 충실할 법도 하건만, 서로를 향한 끌림을 거부하지 못한 댄과 안나는 결국 각자의 연인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 함께 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 또한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다른 등장인물 없이 오로지 네 명의 주인공에 집중하는 것도 그렇고 막이 나뉘듯 구분되어지는 영화의 구성도 그렇고 영화는 연극의 성격을 많이 닮아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1997년 패트릭 마버(영화 각본도 그가 썼다)가 쓴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넷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고 또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대신 결정적인 순간들만 분절해서 보여주고 관객은 순간순간 드러나는 사랑의 민낯 그 자체를 마주하게 된다.

작가를 꿈꿨지만 부고 기사를 쓰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댄에게 짐 가방 하나 없이 뉴욕에서 런던으로 온 아름다운 미국인 앨리스는 자신이 그동안 기사로 썼던 수많은 죽음들이 한꺼번에 깨어난 것과 같은 자극과 설렘을 주었을 것이다. '스트립댄서'로 함축되는 파란만장한 그녀의 삶은 그에게 영감을 주고 그 영감은 소설로 발현된다.

사랑에 진실하려면?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주)퍼스트런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연인에게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라고, 거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앨리스는 유령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연인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댄이 "나는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며 래리와의 동침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고 하자 앨리스는 처음 런던에 왔을 때처럼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떠나버린다.

진실되지 않으면 짐승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댄이 요구하는 진실은 정말 진실이 맞을까? 앨리스의 이름이 사실은 앨리스가 아니었다면, 앨리스의 모든 것은 거짓이 될까? 영화는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해 사랑에 있어 '진실하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안나는 댄의 소설을 읽고 자신이 상상했던 앨리스가 실제 이미지와 다르다고 말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청바지에 후드티셔츠를 입은 앨리스의 모습에서 스트립댄서를 연상하기는 누구라도 어려울 것이다. 앨리스 역에 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캐스팅 한 것은 성공적이었다. <클로저>는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만큼 네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고 인상적이다.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영화 <클로저>의 한 장면ⓒ (주)퍼스트런


나탈리 포트만은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1994년 <레옹>으로 데뷔했던 그녀는 많은 아역 출신 배우들이 겪는 시행착오나 방황 없이 이 영화로 무사히 성인 배우로 인정을 받게 된다. <클로저>가 아니었어도 나탈리 포트만은 성인 연기자로 자리를 잘 잡았을 것이다. 다만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은 약간의 노출과 자유분방하고 예측 불가능한 앨리스라는 캐릭터 덕분에 좀 더 그 시간이 짧고 결과는 효과적이지 않았나 한다. 그녀는 차근차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고 배우로서는 2010년 <블랙스완>을 통해 정점을 찍는다.

2008년 <뉴욕 아이 러브 유>을 통해 (단편이기는 하지만) 감독 데뷔를 하고 이후로 그녀는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기획과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5년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직접 각색하고 출연도 했으며 감독을 맡기도 했다.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녀의 행보가 기대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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