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 당시 대회를 빛낼 신예로 3명의 '85년생'들을 주목한 바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급 선수로 활약을 펼치던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리고 독일 축구의 미래로 불리던 루카스 포돌스키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당시 루니, 호날두처럼 세계적인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크로아티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85년생 신예 미드필더가 있었다. 바로 루카 모드리치다.

2002년 만 16세의 나이에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프로 데뷔한 모드리치는 '될 성 부른 떡잎'답게 U-17, U-19, U-21 등 연령별 대표팀을 차례로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크로아티아의 샛별로 성장하던 모드리치는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 즐라트코 크라니카르 감독의 부름을 받아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는 그해 3월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A매치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는데, 20세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노련미 넘치는 공수조율능력과 기막힌 패싱 플레이로 팬과 코칭스태프를 단번에 사로잡으며 월드컵 최종명단 23인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도 맛봤다.

2006 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모드리치는 자신보다 14살이나 많던 '대선배'이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5시즌째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No.10' 니코 코바치에 밀려 조별리그 2경기 교체 출전(일본·호주전)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당시 크로아티아는 코바치를 비롯한 주전급 선수들의 부진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환상적 패스·넓은 시야·활동량'까지 갖춘 미드필더 모드리치

 모드리치가 지난 6월 22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드리치가 지난 6월 22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다. ⓒ 모드리치 인스타그램


당시로부터 12년이 지난 현재 모드리치는 대표팀 내에서 '1984년생 골키퍼' 다니엘 수바시치에 이어 2번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가 됐다. 모드리치는 어느덧 노장급 대열에 들어선 85년생이지만,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미드필더답게 월드컵 무대에서 녹슬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조국의 2018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모드리치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2-0)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3-0)에 이어 지난 8일 '개최국'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활동량과 자로 잰 듯한 패스(성공률 87.3%) 여기에 1개의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이번 대회에서 3번이나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모드리치다.

410만 인구의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20년 만이다. 크로아티아는 20년 전 열린 프랑스 월드컵에서 6골을 터트린 '득점왕' 다보르 수케르의 활약을 앞세워 월드컵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모드리치는 자국축구의 전설이자 현재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장으로 활동 중인 수케르의 위업을 넘고자 한다. 물론 수케르의 업적을 넘어 조국 크로아티아에 월드컵 우승컵을 안길 경우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도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3연패 우승 주역인 그가 월드컵까지 가슴에 품을 경우엔 지난 10년간 발롱도르 역사를 양분한 호날두와 메시도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몰론 모드리치가 위대한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월드컵 4강전에서 맞붙을 잉글랜드를 격파해야 한다. 수비수 2명을 농락하는 드리블과 환상적인 패스 여기에 넓은 시야와 폭넓은 활동량까지 갖춘 크로아티아의 'No.10' 모드리치가 이번엔 프리미어리그 에이스들로 똘똘 뭉친 잉글랜드의 벽까지 허물 수 있을까. 모드리치가 이끄는 크로아티아의 위대한 도전은 오는 12일 오전 3시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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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모드리치 러시아 월드컵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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