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속도'로 아르헨티나를 꺾은 프랑스의 공격력이 과연 우루과이의 '늪' 축구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6일 오후 11시(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노보고로드 스타디움에서 2018 FIFA 월드컵 8강전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16강전 이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던 두 팀은 다시 월드컵 우승을 향한 여정을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맸다. 프랑스는 20년 만에 정상 탈환을 고대하고 있고, 우루과이는 8년 만에 준결승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월드컵에서 두 국가의 맞대결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선 세 번의 승부에서는 우루과이가 1승 2무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우루과이가 2-1로 승리를 거둔 이래 2002년과 2010년의 대결에서는 모두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창과 방패의 '정면 충돌'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 6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양 국의 이번 경기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안 음바페를 보유한 프랑스의 파상공세를 디에고 고딘과 호세 히메네스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을 보유한 우루과이의 수비가 얼마 만큼 버텨낼 수 있는지가 이 경기의 주요 관심사다.

우수한 공격 자원을 다수 보유한 프랑스의 최대 무기는 역시 '속도'다. 프랑스는 자신들이 가진 장점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16강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보여줬다. '에이스' 그리즈만과 음바페는 자신들의 빠른 발을 이용해 아르헨티나의 수비 뒷공간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16강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오스만 뎀벨레, 토마스 르마 등 속도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벤치에 잔뜩 앉아있다.

특히 매경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음바페의 절정의 몸상태는 프랑스에게 호재다. C조 조별리그 2차전 페루와 경기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넣으며 월드컵에서 득점한 '프랑스 최연소 선수'가 된 음바페는 16강에서는 2골을 잡아내며 펠레 이후 60년 만에 멀티골을 넣은 최초의 '10대 선수'가 됐다.

 우루과이의 에딘 카바니가 6월 25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예선전, 개최국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우루과이의 에딘 카바니가 6월 25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예선전, 개최국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EPA


한편 우루과이는 촘촘한 수비 그물을 통해 프랑스의 '속도'를 제어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대표팀이 이란에게 수차례 당해왔던 일명 '늪 축구'다.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는 상대 공격수들을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초대해 질척한 수비로 공격을 막아내는 방식의 늪 축구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록이 말해준다. 16강전까지 총 4경기에서 단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최소 실점 팀이다. 우루과이는 포르투갈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페페에게 실점을 내줬을 뿐이다.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단단한 '두 줄 수비'를 구축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최전방에 에딘손 카바니와 루이스 수아레스도 수비에 성실히 가담하기에 수비의 내구성은 상상 이상이다.

주목할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루카스 토레이라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아A의 UC 삼프도리아에서 활약한 토레이라는 조별리그 3차전 러시아와 경기부터 주전 미드필더로 활용되고 있다. 168cm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토레이라는 왕성한 활동량과 영리한 위치 선정으로 우루과이의 짠물 수비에 일조하고 있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포르투갈전에서 토레이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포백의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상대가 측면 공격을 나설 때는 빠르게 풀백들을 지원했다. 호날두 혹은 곤살로 게데스의 중거리 슈팅은 토레이라의 몸을 사리지 않는 방어에 여지없이 걸렸다. 프랑스 공격 작업의 핵심인 그리즈만 앞에 토레이라라는 '치명적인 덫'이 도사리고 있다.

'공간'을 주지 않는 우루과이, '공간'이 필요한 프랑스

이번 대결은 '공'보다는 어떤 팀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두 팀의 플레이 스타일에 기인한다. 먼저 프랑스는 자신들의 장기인 속도감 있는 공격을 하기 위해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 아무리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어도 속도를 낼 공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넓은 공간을 창조해야 하는 프랑스다.

반면 우루과이는 무실점을 위해 프랑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우루과이 선수단도 우수하지만 객관적으로 프랑스에 비하면 부족하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협력 수비가 필수적이고, 보다 치밀하고 기민한 협력을 위해서는 수비수끼리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요구된다. 더욱이 넓은 공간에서 위협적인 프랑스 공격진을 상대로는 이전 경기보다 수비 지역에서 더 좁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상대 공격진의 속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 공간을 없애는 것임은 이미 여러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1월에 있었던 2017-2018 EPL 24라운드 스완지 시티와 리버풀 FC의 경기다. 당시 경기에서 리그 최하위 팀 스완지는 리버풀을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피드를 보유한 리버풀의 공격진을 틀어막은 비법은 단순했다. 경기 종료 후 스완지 감독이었던 카를로스 카르바할은 "리버풀은 F1(포뮬러 원) 스포츠 카 같은 팀이다. 이 차는 오후 4시 런던의 교통체증에 빠뜨리면 빠르게 달릴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즉, 같은 논리로 우루과이가 공간만 없애면 그리즈만과 음바페의 속도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유리한 쪽은 우루과이다. 프랑스가 여러 방식으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유혹해도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미리 수비 지역에서 선점한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루과이는 지난 4경기를 통해 자신들의 수비 전술에 대한 자신감을 충분히 쌓았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호날두도 무기력하게 만든 수비진이 프랑스의 공격을 무서워할 리 만무하다.

또한 프랑스가 이번 대회에서 공간이 부족한 경기에서는 부진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프랑스는 조별리그 1·2차전 호주와 페루를 상대로 대단히 고전했다. 특히 우루과이와 마찬가지로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선수비-후역습을 시도한 호주에게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스타 플레이어의 한 방으로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우루과이의 수비력은 호주·페루와는 다른 수준임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프랑스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우루과이의 주포 카바니의 출장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몰아치며 맹활약 중인 카바니는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프랑스전 결장이 예상된다.

카바니와 수아레스가 동시에 출격하면 프랑스는 마음 놓고 공격을 시도할 수 없지만, 수아레스만 홀로 경기에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전히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지만 현재의 수아레스는 과거처럼 혼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수는 아니다. 프랑스가 좀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판이 깔린 상황이다.

정말로 카바니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창과 방패의 구도가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음바페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로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고 있는 프랑스. '황금세대'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도전기인 우루과이. 두 팀의 대결이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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