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19세 소년' 킬리안 음바페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대신할 태양으로 하늘 높이 떠올랐다.

프랑스가 30일 오후 11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를 맞아 쉽지 않은 대결을 벌였지만, 음바페의 믿을 수 없는 활약을 앞세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원맨쇼'였다. 음바페는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스피드를 앞세워 전반 10분 만에 균형을 깼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앙투안 그리즈만이 마무리했다. 끝이 아니었다. 2-2 균형을 이룬 후반 18분, 자신이 직접 득점포를 가동했다. 루카스 에르난데스가 올린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혼전 상황에서 안정적인 볼 터치에 이은 순간 스피드로 수비수를 따돌렸고, 침착한 마무리까지 선보였다. 

음바페는 승부의 쐐기까지 박았다. 후반 23분, 올리비에 지루가 역습 상황에서 내준 볼을 빠르게 달려들어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문전으로 질주하는 그를 막아서는 것도 버거운데 마무리 능력까지 빼어나니 수비 입장에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막판 메시의 크로스에 이은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헤더골로 추격에 나섰지만, 기적은 없었다.

'왕위 계승식', 리오넬 메시가 지고 킬리안 음바페가 뜨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가 2018년 6월 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16강 이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4-3으로 이겼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가 2018년 6월 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16강 이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4-3으로 이겼다. ⓒ 연합뉴스/EPA


깜짝 활약이 아니다. 음바페는 일찍부터 '전설' 티에리 앙리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손꼽혔다. 프로 데뷔 2년 차였던 2016·2017시즌 후반기부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소속팀 AS 모나코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에 올려놓았고, 리그에서는 '절대강자' 파리 생제르맹(PSG)을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앞장섰다.

리그 29경기(선발 17) 15골 8도움, UCL 9경기(선발 6) 6골이었다. 그의 나이 18세였다. 올 시즌에는 PSG로 둥지를 옮겨 리그 27경기(선발 24) 13골 8도움, UCL 8경기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네이마르와 에디손 카바니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탓에 기록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의 재능은 빛을 잃지 않았다.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별리그 1차전 호주와 맞대결부터 팽팽하던 균형을 깬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루와 2차전에서는 결승골을 뽑아내며 조국 프랑스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즈만과 지루, 블레이즈 마투이디 등 내로라하는 선배보다 돋보이는 활약상이었다.

특히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메시와 맞대결 승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부터 본선 조별리그까지 문제를 드러낸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완벽하게 공략했고,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승리까지 가져왔다. 2차례의 슈팅이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7차례의 드리블 돌파 성공을 기록했다. 볼을 잡는 것만으로 모든 이의 기대를 불러 모으는 슈퍼스타의 모습이었다.

메시는 '떠오르는 태양' 음바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구에로와 곤살로 이과인을 대신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지만, 완전히 고립됐다. 아르헨티나에는 메시에게 양질의 패스를 제공할 마법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마법사가 되기에는 프랑스의 협력 수비가 너무나도 강력했다.

메시는 힘겹게 4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문전을 위협한 것은 1차례에 불과했고, 수비의 균열을 불러올 드리블이나 허를 찌르는 패스도 자취를 감췄다. 2개의 도움을 올리며 체면치레는 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실망 그 자체였다.

메시는 자신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실패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때는 만으로 35세다.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나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던 전설의 마무리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 중심에 새롭게 떠오른 태양 음바페가 있었다.

음바페 앞세운 프랑스, 우승 향해 나아가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선 '절대강자'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멕시코와 대한민국에 발목이 잡히며 조별리그 탈락이란 충격을 맛봤다.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도 조별리그 통과에는 성공했지만,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와 페루를 잡고 일찍이 16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즈만과 은골로 캉테, 폴 포그바, 라파엘 바란 등 포지션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팬들이 기대한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치른 덴마크전에선 승리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린 모습을 보이며 큰 실망감까지 안겼다.

아르헨티나전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우승을 노리는 강팀은 8강전을 목표로 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경기력은 앞선 3경기보다 확실히 좋았다. 빠른 공수 전환, 특히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나아가는 역습은 우승 후보다웠다.

그러나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리즈만과 포그바가 살아나야 한다. 그리즈만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음바페가 얻어낸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넣고 있다. '주포'이자 '에이스'인 만큼 필드골이 필요하다. 역습에선 음바페 못지않은 스피드를 가졌고, 수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드리블 능력도 있다. 이제라도 자신의 능력을 꺼내 보여야 한다.

포그바도 마찬가지다. 팀 중심에 서서 승리를 가져와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는 골망을 가르고, 상대편 벤치를 긴장에 빠뜨리는 패스가 필요하다. 그가 자신의 능력을 모두 꺼내 보여야만 프랑스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열린 1998년 대회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그리즈만과 포그바, 마투이디, 바란 등 황금세대에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 등 신성들이 더해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8강)과 유로 2016(준우승)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프랑스가 다시 한 번 '아트사커'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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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VS아르헨티나 킬리안 음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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