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으로 권태원 배우의 '토크 콘서트-연극인생이야기'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그가 자고 갈 숙소 근처 맥주집에서 만나 그의 연극인생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사회는 연극제 기획실장이며 우금치 극단의 배우인 성장순씨가 맡아 진행하였고, 기자와 사회자가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우천으로 권태원 배우의 '토크 콘서트-연극인생이야기'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그가 자고 갈 숙소 근처 맥주집에서 만나 그의 연극인생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사회는 연극제 기획실장이며 우금치 극단의 배우인 성장순씨가 맡아 진행하였고, 기자와 사회자가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조우성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6.17~7.2)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을 초청해 그들의 연극인생이야기를 듣는 '토크 콘서트' 11번째 손님으로 26일 권태원 배우가 야외무대에 설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행사가 취소되었다. 하지만 연재 시리즈를 중단할 수 없어 오후에 대전에 내려와 대기 중인 권태원 배우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행사 사회를 맡을 예정이었던 우금치 극단의 성장순 배우와 함께 권태원 배우가 묵을 숙소 근처 맥줏집에서 26일 늦게 그를 만나 2시간가량 토크 콘서트 진행순서와 똑같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우천으로 취소된 '토크 콘서트' 내용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학생회장의 "3가지에 미쳐봐라"는 말에 감동 받아

권태원 배우는 1961년 경치 좋고 인심 후덕한 바닷가 마을인 경북 울진군 후포리에서 1남 5녀 중 넷째,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학교에서 1, 2등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 서울에서 공부시켜야 된다"며 중학교 1학년 때 그를 서울로 시집간 누나 집으로 올려 보냈다. 서울용문고등학교로 진학한 그는 2학년 때 처음 연극을 접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시켰어요. 제목이 '무엇이 될꼬 하니'라는 연극이었는데, 처음 연극을 봤을 때 느낌이 아주 묘했어요. 그때 '나도 저런 것 한번 해봤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학교에서 밴드부 드럼을 쳤었는데, 그 연극을 보고 나서 학교 연극반에 들어가려고 입단 신청을 했었지만 허락되지 않았어요."

그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학생회장의 "3가지에 미쳐봐라"는 말에 감동을 받게 된다.

"학생회장이 하는 말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3가지에 한번 미쳐봐라. 첫 번째는 학생이니까 공부에 미쳐봐라. 두 번째는 성인이 됐으니 연애에 미쳐봐라. 세 번째는 동아리 활동에 미쳐봐라. 그러면 뜻있는 대학생활이 될 것이다'라고 그래요. 공부야 학생이니까 당연한 것이고, 연애는 미팅을 하다 보면 될 것이고. 동아리 활동은 뭐가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각 동아리 회장들이 나와서 신입생을 뽑으려고 홍보를 해요. 제가 고등학생때부터 연극을 생각해 오고 있었고, 동아리 회장이 멋지고 잘 생겨서 '나도 연극반에 들어가면 저런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란 기대감에 바로 연극반에 들어갔죠."

마당극 '밥'으로 경북대학교 시위현장에서 첫 데뷔

 그는 마당극을 처음 시작할 적에 “전라도 사투리가 콤플렉스로 오는 거야. 안되니까. 의도적으로 막 따라했지만 전라도 사람이 보면 속으로 뭐라고 흉보겠어. 그래도 그냥 했다”며, “요즘은 가끔 ‘고향이 전라도세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해요. 나는 그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는 마당극을 처음 시작할 적에 “전라도 사투리가 콤플렉스로 오는 거야. 안되니까. 의도적으로 막 따라했지만 전라도 사람이 보면 속으로 뭐라고 흉보겠어. 그래도 그냥 했다”며, “요즘은 가끔 ‘고향이 전라도세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해요. 나는 그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조우성


그는 '선배들이 술을 자주 사주는 맛'에 동아리에 매일 출근했다. 하지만 경상도 사투리가 심해 중요 배역은 거의 맡지 못했다. 그는 졸업을 하고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10여 곳에 시험을 쳤지만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실망을 하고 있던 차에 극단에서 활동하던 선배가 '너 연극 안할래. 극단 하나 소개해줄까'라는 말을 듣고 만난 사람이 연출가 임진택이었다.

"그때 임진택씨가 연출한 마당극 '밥'으로 전국대학가 축제에 순회공연을 다녔어요. 제 첫 데뷔가 대구 경북대학교 운동장이었어요. 너무 떨렸죠. 교실 창문에서도 학생들이 내다보고, 주위에 사람이 수천 명 이었어요. 첫 데뷔라 눈에 뭐가 보이겠어요. 대사가 왔다 갔다 하고. 그래도 목마른 데를 긁어줘서 그런지 학생들이 뒤집어지고 난리가 나더라고요. 마당극 '밥'이 선동적인 작품이잖아요. 공연이 끝나면 학생들이 데모를 나가는 거죠. 학교 앞에는 전경들이 쫙 서 있고."

세상은 암울했다. 그는 임진택 등 의식 있는 선배연극인을 통해 시대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연극인의 사명감, 소명의식이 뭔지 조금씩 깨달아 갔고, 시대의 중심에 서서 남이 하지 못하는 말을 대표하는 광대의 삶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는 자부심을 가지고 마당극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마당극 '밥'이 불온하다며 공연 금지를 당했다. 공연을 못하고 1년을 쉬게 되었다.

"공연을 못하고 쉴 때 학교 친구의 매형 소개로 어느 연수원에서 훈련교관을 했어요. 직장인들을 모아 놓고 행군하고, 발성연습도 시키고, 극기훈련도 하는 일명 '지옥의 훈련'을 시켰어요. 회사 과장, 전무, 상무도 왔어요. 보름에 50만 원을 주더라고요. 그 시절엔 큰 돈이었어요. 당시 보름 만에 외출을 한 번 할 수 있었는데, 27살 젊은 나이에 도저히 못 견디겠데요."

배우 정인기, 징은 치지 않고 입으로만 "징~딱, 징~딱"

 그와 인터뷰는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근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마당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대전의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들과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사이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갔다.

그와 인터뷰는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근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마당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대전의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들과 오랜 세월 알고 지내는 사이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갔다.ⓒ 조우성


그는 6개월 정도 연수원에 있다가 함께 교관을 했었던 아는 형을 따라서 브리태니커 사전을 파는 세일즈맨 일을 시작했다.

"가장 비싼 게 120만 원인가 그랬는데, 그게 팔기가 쉽지 않아요. 부자들이나 사지 못 사요. 저는 인맥도 없고, 나이도 어리고. 25만 원짜리가 있어요. 그걸 많이 팔았어요. 수입은 나름 괜찮았어요. 그러다 진택이 형이 공연금지가 해제됐으니 다시 시작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옛날 형님들은 뿔뿔이 다 흩어지고, 막내였던 제가 고참이 된 거예요. 새 단원을 뽑았는데 그때 박철민, 정인기가 들어왔어요."

새롭게 들어 온 신입단원들에게 풍물과 연기를 지도하기 위해 단원들은 양수리에서 몇 개월간 합숙훈련을 진행했다.

"재미난 일화를 말해줄게요. 합숙훈련을 하면서 제가 상쇠를 하고, 박철민이가 북, 정인기가 징, 여자 배우들은 장구를 잡았어요. 풍물을 치면서 마당극 놀이마당으로 들어가잖아요. 열을 지어서 쭉 들어가는데, 정인기가 징은 안치고 입으로만 징~ 딱, 징~딱 하면서 들어가요. 얼마나 배꼽 잡고 웃었겠어요."

너무 힘들어 "결혼 반지까지 팔려고 마음 먹어"

 인터뷰가 끝난 뒤 권태원 배우랑 우금치 단원들, 맥주집 가게 '먹태홀릭'의 주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좌측부터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 김황식, 사회자 성장순, 배우 권태원, 가게주인 김태관, 우금치 대표 류기형.

인터뷰가 끝난 뒤 권태원 배우랑 우금치 단원들, 맥주집 가게 '먹태홀릭'의 주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좌측부터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 김황식, 사회자 성장순, 배우 권태원, 가게주인 김태관, 우금치 대표 류기형.ⓒ 조우성


세상이 변했다. 마당극 인기가 시들어 공연이 줄어들고, 단원들도 흩어지게 되었다. 그는 '극단 아리랑'에 들어갔다. 29살쯤 결혼을 해 아이를 낳자,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로 다가왔다.

"돈을 벌기 위해 연극이란 연극은 다했어요. 아이 우윳값도 없고, 애가 아픈데 병원갈 돈도 없고. 집사람이 추운 겨울에 제가 집에 있으면 기름보일러를 켜고, 제가 나가면 돈이 드니까 보일러를 끈 채 생활했어요. 전 몰랐죠. 아침에 극단에 나가고, 제가 들어올 때쯤 되면 보일러를 켰으니까. 그걸 알고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에는 작품 제의가 하도 없어 결혼 반지까지 팔려고 마음먹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연극이 좋아서 그런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처자식은 힘들었는데, 나는 연극이 너무 좋아 행복했거든요. 미안하지. 내가 마누라랑 아이에게."

김혜수랑 키스신, "속으로 너무 설렜다"

 그는 “연극은 오매불망 그리운 님 같은 것, 다가갈래도 못 다가가는, 이루어지지 않는 멋진 님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은 오매불망 그리운 님 같은 것, 다가갈래도 못 다가가는, 이루어지지 않는 멋진 님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우성


힘든 시기, 영화 제의가 들어 왔다. 그는 일생의 첫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한 달 열심히 연극을 해도 수입이 20만 원정도 였던 그는 하루 출연료로 50만 원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그래. 바로, 이거다"라고 눈이 확 뜨였다. 영화 <태백산맥>을 촬영하면서 출연료가 1백만 단위로 올랐다. 그 뒤 영화 <타짜> 제작사에서 전화가 왔다. 

"제가 맡은 역할이 타짜에게 속는 '흐리멍텅한 바보같은 놈'이었는데, 감독이 좀 불안해하는 것 같았어요. 김혜수를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는데, 사실은 속으로 엄청 떨었어요. 예쁜 배우라 시선처리를 어떻게 할까 걱정도 많이 되었고요. 촬영 때 순간 얼굴을 바로 앞에 갖다 대는데, 속으론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겉으로는 떨지 않고 침착하게 대본대로 연기를 했어요. 그때서야 감독이 안심하는 것 같았어요.

김혜수랑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키스하는 장면을 골프장에서 찍는 날이라 만반의 준비를 해서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요. '그 장면이 생략되었나'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는데, 촬영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대한민국 최고 배우 김혜수랑 키스신을 찍는데 어떤 배우가 설레지 않겠어요. 비 오는 날 우산을 던지며 격정적으로 키스를 하는데, 엔지(NG)가 3번 났어요. 타짜에서 미인계에 넘어가는 바보 같은 인간의 모습, 역할이 재미있었고, 제 기억에 오래 갔던 것 같아요."

"광대란 시대의 꼭짓점에 선 사람"

 권태원 배우는 대전의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들과 절친이다. 그의 첫 데뷔도 경북대학교 시위현장에서 임진택 연출의 마당극 '밥'으로 시작했다. 극단 우금치는 올해로 28년 째 마당극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김황식, 성장순, 권태원, 류기형 순이다.

권태원 배우는 대전의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들과 절친이다. 그의 첫 데뷔도 경북대학교 시위현장에서 임진택 연출의 마당극 '밥'으로 시작했다. 극단 우금치는 올해로 28년 째 마당극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김황식, 성장순, 권태원, 류기형 순이다.ⓒ 조우성


배우는 회차별로 출연료를 받기 때문에 나오는 역할이 크고, 횟수가 많을수록 몸값이 올라간다. 영화 <타짜>가 대박이 나자 그의 몸값도 올라갔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연대장 역할을 맡았다. 영화 <전우치>에서는 옥황상제로 변장한 전우치에게 속아 넘어가는 덜떨어진 왕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그가 생각하는 배우, 광대란 무엇일까.

"제가 어떤 인터뷰에서 '배우란, 광대란 남이 하지 못하는 말을 대표하는 시대의 꼭짓점에 선 사람이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배우는 감동을 줘야 해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움지이게 하는 것이 연극의 목적, 연기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의 이슈를 선도해 나가는 광대로서의 위치에 설려면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되죠. 관객이 나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배우는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음악을 좋아해 2015년에 트로트 음반 '세상을 노래하다'를 내기도 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했는데, 3년 전에 트로트 음반을 하나 냈어요. 그중에 제 고향을 노래한 '내 고향 후포'라는 곡이 있어요. 울진에서 매년 3월에 '대게 축제'를 하는데, 그 노래 덕에 제가 초청가수로 불려갑니다."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 연극을 해라"

그는 연기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톱스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 연극을 해라"고 조언했다. 

"연기에 톱스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역, 조연도 있어야 해요. '스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면 연기를 하지 말아야 해요.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 연극을 해라. 예술의 한 부분으로 행복할 자신만 있으면 연기를 해라. 연극인의 일원이 되는 것만으로도 좋고 행복하다면 연극을 해라, 그러면 인생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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