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22일 오전 3시(아래 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위치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D조 2차전 크로아티아와 맞대결에서 0-3으로 대패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이 커졌다.

0-3이란 스코어도 믿을 수 없었지만, 경기력은 더 충격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시작부터 삐꺽거렸다.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이끄는 스리백 수비진은 크로아티아의 강한 전압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백패스를 남발했다. 오타멘디가 패스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헛발질하는 등 어이없는 실수로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중원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엔조 페레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그들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나아가질 못하는데 공격이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리오넬 메시가 볼을 받기 위해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전방의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완전히 고립됐고, 막시밀리아노 메사는 경기 출전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보이지 않았다.

답이 없었다. 선제 실점은 '황당함' 자체였다. 후반 7분, 윌리 카바예로 골키퍼가 백패스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킥 실수를 범했고, 문전에 있던 안테 레비치의 환상적인 발리슛이 균형을 깼다. 아르헨티나는 곧바로 곤살로 이과인과 크리스티안 파본을 투입해 동점골을 노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축구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루카 모드리치가 쐐기를 박았다. 후반 35분, 오타멘디를 가볍게 따돌린 뒤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골문 하단 구석에 정확히 꽂힌 환상적인 득점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총공세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뒷공간을 공략해 후반 추가 시간에 1골을 추가했다. 이번에는 이반 라키티치였다. 과정과 결과 모두 크로아티아의 완벽한 승리였고, 아르헨티나는 굴욕적인 패배에 고개를 떨궜다. 

아르헨티나의 '예견된 몰락'

두 눈을 의심했다. '저 팀이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가 맞는 것일까' 여러 차례 되뇌었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는 어쩌다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된 것일까.

아르헨티나의 몰락은 일찍이 예견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예선부터 휘청거렸다. 홈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에콰도르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고, 4차전(vs. 콜롬비아)에서야 첫 승리를 맛봤다.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는 6위로 처져 본선 티켓 확보 실패 위기에 놓였다. 메시가 최종전이었던 에콰도르 원정에서 해트트릭 원맨쇼를 보이며 본선 티켓은 따냈지만, 이전의 강렬함은 보이지 않았다.

 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메시가 건재하고, 아구에로와 앙헬 디 마리아, 파본, 파울로 디발라 등이 버티는 공격진은 분명 최정상급이었다. 문제는 공격을 제외한 전 포지션이었다. 지난 대회 준우승의 주역 마스체라노는 34세다. 기량과 활동량이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페레즈도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국으로 돌아온 32세 노장이었다. 기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수비는 더 심각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오타멘디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수가 없었다.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와 가브리엘 메르카도는 무게감이 너무 떨어졌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 축구의 핵심인 좌우 윙백 마르코스 아쿠냐와 에두아르도 살비오는 공수 양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인 적이 없었다. 붙박이 주전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부상으로 낙마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본선 첫 경기에서 아이슬란드의 밀집 수비에 크게 고전하며 1-1 무승부에 그쳤다. 무려 27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1골밖에 터뜨리지 못했다. 수비는 몇 안 되는 상대의 빠른 역습에 흔들렸고, 실점도 내줬다. 2차전 크로아티아전은 어느 하나 잘된 것이 없는 최악의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는 매너에서도 졌다. 심한 부상을 불러올 수 있는 거친 반칙을 일삼으며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수차례 자극했다. 후반 38분 오타멘디의 행위는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라키티치가 넘어져 있는 상황, 그의 얼굴을 향해 볼을 강하게 찼다. 스포츠정신을 잃어버린 추악한 행위였다.

마지막까지 최선은 다할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는 이제 조별리그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카바예로 골키퍼부터 기본적인 볼 컨트롤과 패스조차 안 되는 수비, 무기력한 중원,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공격 등 총체적 난국이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뻔한 소리밖에 할 수가 없다. 메시에게 볼이라도 전달해주길 바라야 하는 것이 현재 아르헨티나의 현실이다. 변화를 주면 좋겠지만, 마땅한 벤치 자원도 없다. 그나마 공격 진영에는 2경기 연속 교체로 출전한 이과인, 크로아티아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디발라, '특급 재능' 파본 등이라도 있지만, 중원과 수비에는 인물이 없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난감하다. 아이슬란드가 23일 오전 0시 나이지리아와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아르헨티나의 부담이 매우 커진다. 나이지리아는 1차전 크로아티아와 맞대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존 오비 미켈과 알렉스 이워비, 빅터 모지스 등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나이지리아였지만, 조직력이 없었다. 나이지리아가 끈끈한 조직력이 장점인 아이슬란드를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욱이 2위로 올라선 아이슬란드의 최종전 상대는 크로아티아다.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와 유럽 예선에서 같은 조에 속해 1위를 차지했다. 누구보다 잘 아는 상대이고, 이겨본 경험이 있다. 현재 크로아티아는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터라 아이슬란드와 최종전에 주전을 투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아르헨티나가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잡는다 해도 조별리그 탈락의 가능성이 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신이라 불리는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 본선 조별리그 3차전이 되는 것일까. 아르헨티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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