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을 2달 앞두고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한 일본축구의 용단은 콜롬비아전에서 성과로 드러났다.

일본은 평가전에서 다양한 조합을 시험하며 패배했지만 파라과이전에서 4-2로 승리를 거두며 월드컵을 맞이했다. 19일(한국시간) 오후 9시 일본은 콜롬비아와 치른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사코 유야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일본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아시아 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남미 팀을 이긴 최초의 팀이 됐다. 동시에 4년 전 월드컵에서 콜롬비아에 1-4의 완패를 기록했던 아픔을 설욕했다.

니시노 감독이 부임한 지 2달 만에 맞이한 본선인지라 전력이 완전치 않았다. 이런 상황의 일본이었기에 콜롬비아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승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갈렸다.

오사코 유야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오사코 유야는 이 경기 MVP로 선정됐다.

▲ 오사코 유야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오사코 유야는 이 경기 MVP로 선정됐다. ⓒ 피파 공식 홈페이지


경기 시작 3분 만에 나온 퇴장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예상 외로 일본이 득점기회를 잡았다. 볼 경합 과정에서 콜롬비아의 센터백 다빈손 산체스가 오사코 유야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볼을 헌납했다. 오사코는 오스피나 골키퍼와 1대1로 맞이한 상황에서 득점을 노렸으나 오스피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무위에 그치는가 싶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세컨볼 상황에서 카가와 신지의 슈팅을 콜롬비아의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가 손으로 막아내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동시에 카를로스 산체스는 퇴장 명령을 받으며 경기 시작 불과 3분 만에 11대10의 싸움이 시작됐다.

키커로 나선 카가와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그러면서 1-0으로 앞서 나간 일본은 심리적으로 흔들린 콜롬비아를 상대로 수적 우위의 장점을 여실히 발휘했다. 측면 수비에선 하라구치와 이누이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돋보였고 요시다 마야가 중심을 이룬 4백수비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콜롬비아의 공격을 차단했다. 공격에서도 퇴장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무너진 듯한 콜롬비아의 수비진을 공략했지만 결정력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일본은 전반 막판 통한의 프리킥 실점으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 중반이 넘어서자 수적 우위에서 나온 체력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콜롬비아를 공략했다. 일본은 코너킥 상황에서 혼다 게이스케가 올려준 볼을 오사코가 결승골로 연결하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콜롬비아는 전반 3분 만에 찾아온 불의의 퇴장으로 사실상 90분 내내 10명이 싸우는 상황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호세 페케르만 감독의 노련함 속에 능동적인 전술 변화로 근근히 버텼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전반전 터진 후안 퀸테로의 득점이었다. 카를로스 산체스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인 데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선수의 퇴장으로 인해 콜롬비아는 전체적인 팀의 균형이 흔들렸다. 이와 함께 중원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사라져 경기운영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페케르만 감독이 퀸테로나 이스키에르도 중 한 명을 교체로 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페케르만 감독은 의외로 후안 콰드라도를 빼는 용단을 발휘했다. 이는 개인기량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콰드라도의 성향상 일본의 측면수비를 뚫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콰드라도가 심리적으로 흔들려 경기를 그르칠 우려가 있었기에 페케르만 감독이 두 가지 모두를 예상하고 교체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퀸테로는 전반 39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땅볼로 깔아 차서 상대 벽이 뜬 밑쪽을 공략하는 슈팅으로 득점을 터뜨리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운은 여기까지에 불과했다.

수적 열세 상황에서 승리가 필요했던 콜롬비아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카를로스 바카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후반 중반을 넘어서부터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콜롬비아로선 팀의 밸런스가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느슨한 압박, 느린 공격전개 등이 겹쳤고 오히려 일본의 공격이 위협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3분 만에 나온 퇴장은 전반전이 아닌 후반 중반 들어서 두 팀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랐다.

일본 승리의 핵심선수 오사코 유야와 포백, 그리고 혼다 게이스케

일본이 승리할수 있는 원동력으론 원톱으로 나선 오사코 유야와 포백수비, 혼다 게이스케 덕이었다.

원톱 오사코는 전반 2분 다빈손 산체스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밀리지 않고 볼을 따내면서 결과적으로 카를로스 산체스의 퇴장을 이끈 플레이에 시발점이 됐다. 이 외에도 유연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3번의 드리블 성공을 비롯해 4차례 제공권을 따내는 등 콜롬비아 수비진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슈팅 측면에서도 본인이 시도한 5번의 슈팅 중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오사코의 활약은 후반 중반이 넘어서 빛을 발했다. 후반 28분 왼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혼다가 올려줬고 이를 오사코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도 오사코가 콜롬비아의 수비수를 상대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이후 오사코는 후반 막판 하메스의 결정적인 슈팅기회에서 몸을 날리는 태클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포백 수비 역시 인상적이었다. 요시다 마야와 쇼지 겐이 구축한 센터백은 라다멜 팔카오를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팔카오가 과거와 같은 폭발력이 사라졌다 하지만 언제든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그렇기에 팔카오 봉쇄는 일본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이 두 선수에게 막힌 팔카오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측면수비수인 나가토모와 사카이 히로키의 활약오 인상적이었는데 두 선수의 수비력은 하라구치와 이누이 등 측면 공격수들의 수비가담까지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후반전 투입된 혼다 게이스케는 니시노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후반 25분 선제골을 기록한 카가와 대신 교체투입된 혼다는 3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오사코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후반전 페케르만 감독의 승부수였던 하메스와 바카 교체카드가 실패한 데 반해 니시노 감독이 투입한 혼다 교체카드는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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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콜롬비아 일본 오사코 유야 퀸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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