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 다투는 로이스와 살세도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마르코 로이스(11)와 멕시코 카를로스 살세도(3)가 헤딩 싸움하고 있다.

▲ 헤딩 다투는 로이스와 살세도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마르코 로이스(11)와 멕시코 카를로스 살세도(3)가 헤딩 싸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도 놀랍지만 과정 또한 관중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올 정도였다. 멕시코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독일을 괴롭힐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독일 수비수들이 공간을 내주며 휘청거릴 줄은 몰랐다. 한국 대표팀이 이들과 만나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멕시코는 신태용호가 강팀들을 상대로 어떤 역습 전술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가르쳐주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멕시코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8일 오전 0시 모스크바에 있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F조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1-0으로 이겼다.

독일, 키미히의 딜레마

독일이 멕시코를 분석하고 연구한 것보다 멕시코가 독일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그 대응책을 준비한 수준이 더 훌륭했다. 멕시코가 본 독일 축구의 키 포인트는 조슈아 키미히가 오른쪽 풀백으로 뛰는 바로 그곳이었다.

경기 시작 후 3분 만에 독일의 주요 공격 패턴 중 하나가 분명하게 제시되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조슈아 키미히가 자기 앞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골잡이 티모 베르너를 향해 과감한 스루 패스를 넣어준 것이다. 베르너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오초아 골키퍼가 지키는 멕시코 골문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기는 했지만 상대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조슈아 키미히 → 티모 베르너' 또는 '메수트 외질 → 조슈아 키미히'의 공간 연결은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선보였다. 한국 수비수 홍철(김민우)과 김영권은 이 패턴이 펼쳐질 때 어떻게 공간 배분을 하며 대처할지 준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멕시코는 이러한 독일의 주요 공격 흐름을 예상하고 기다렸던 것처럼 역습 기회가 날 때마다 조슈아 키미히가 공격에 가담했다가 비운 공간을 어김없이 파고들었다. 35분에 터진 멕시코의 짜릿한 결승골도 바로 그렇게 나온 것이다.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비 지역에서 독일 공격을 차단한 멕시코 선수들은 미드필더 과르다도의 중앙선 패스로 기막힌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한국 축구팬들도 잘 알고있는 멕시코 골잡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공을 몰고 빠르게 뛰어가다가 자기 왼쪽으로 돌아들어가는 이르빙 로사노에게 스루 패스를 보냈다. 이 순간 로사노 앞에는 마크맨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급하게 수비에 가담하여 발을 내밀었지만 로사노의 방향 전환 드리블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로사노의 벼락같은 오른발 슛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낮게 빨려들어갔다.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손흥민-황희찬도 멕시코처럼 해낼 수 있을까?

멕시코의 역습은 이 결승골 순간 말고도 여러 차례 독일 수비수들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2~3골이 더 나오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18분에도 수비형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의 역습 드리블이 빨랐고 골잡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공을 이어받아 독일 골문을 노렸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슛 타이밍을 잡지 못했기에 무산됐지만 독일 수비 라인이 전반전 중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57분에도 독일 수비수들이 따라붙지 못한 멕시코의 빠른 역습이 빛났다. 역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빠르게 공을 몰다가 자기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카를로스 벨라에게 밀어주었는데 조금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77분과 81분에도 멕시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미겔 라윤을 이용한 역습이 위협적이었는데 슛까지 완벽하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독일 수비수들이 휘청거리는 것은 여전했다.

그렇다면 독일 공격은 멕시코를 위협하지 못할 정도로 무뎠나? 그렇지 않았다. 주요 공격 지표(유효 슛, 패스 성공률 등)를 살펴도 독일의 경기력은 멕시코를 압도했다고 봐야 한다. 골잡이 티모 베르너가 멕시코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피해 기습적으로 빠져들어가는 타이밍이 매우 날카로웠으며 그를 향해 메수트 외질이나 토니 크로스의 정확한 로빙 패스가 여러 차례 나왔다.

독일은 이르빙 로사노에게 선취골을 얻어맞은 뒤 3분 만에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프리킥 세트 피스로 잡았다. 공을 내려놓은 지점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을 상대로 88분에 그림같은 3-3 동점골을 터뜨린 바로 그 자리나 다름없었다. 이에 토니 크로스의 오른발 감아차기도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 CF 동료 호날두의 그것과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하지만 멕시코의 노련한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손끝으로 쳐낸 덕분에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떨어져나왔다.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일의 골대 불운은 89분에도 이어졌다. 후반전 교체 선수 율리안 브란트가 오른발로 감아찬 중거리 슛이 아슬아슬하게 멕시코 골문 왼쪽 기둥을 스치고 나간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난 대회 챔피언에게 닥치는 불운에 독일도 휩싸인 것이 분명했다.

독일을 최고의 팀으로 만든 요하힘 뢰브 감독은 79분에 왼쪽 풀백 플라텐하르트를 빼고 골잡이 마리오 고메스까지 들여보냈지만 온몸을 내던지며 수비 집중력을 보인 멕시코 골문을 끝내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경기 여파는 F조 최약체로 분류되는 한국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18일 오후에 스웨덴과의 첫 경기를 치르는 신태용호에게 승리가 절실하다. 멕시코가 한국과의 두 번째 경기를 확실하게 잡아 일찌감치 16강 진출 여부를 확정하려고 덤빌 것이며, 궁지에 몰린 독일이 한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설렁설렁 뛸 리가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 승리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선수들이 독일을 1-0으로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멕시코 승리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선수들이 독일을 1-0으로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한국 선수들은 멕시코의 역습이 '카를로스 벨라-이르빙 로사노-미겔 라윤-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네 선수에게 집중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정확한 크로스는 멕시코 수비 라인을 절대로 넘지 못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후반전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티모 베르너와 마리오 고메스 두 골잡이를 한꺼번에 뛰게 하면서도 독일의 크로스는 두 선수의 머리를 빛내지 못했다.

아울러 '손흥민-황희찬-이승우-문선민'이 주도하는 빠른 역습이 독일의 오른쪽 풀백 조슈아 키미히가 비우고 나온 바로 그 공간을 노려야 한다는 것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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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결과(18일 오전 0시, 루즈니키 스타디움-모스크바)

★ 멕시코 1-0 독일 [득점 : 이르빙 로사노(35분,도움-하비에르 에르난데스)]
- 경고 : 엑토르 모레노(39분), 토마스 뮐러(83분), 마츠 후멜스(84분), 엑토르 에레라(90분)
- 관중 : 7만8011명

◎ 멕시코 선수들
FW :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AMF : 이르빙 로사노(66분↔라울 히메네스), 카를로스 벨라(58분↔에드손 알바레스), 미겔 라윤
DMF : 안드레스 과르다도(73분↔라파엘 마르케스), 엑토르 에레라
DF : 헤수스 가야르도, 엑토르 모레노, 우고 아얄라, 카를로스 살세도
GK : 기예르모 오초아

◎ 독일 선수들
FW : 티모 베르너(86분↔율리안 브란트)
AMF : 율리안 드락슬러, 메수트 외질, 토마스 뮐러
DMF : 사미 케디라(60분↔마르코 로이스), 토니 크로스
DF : 마르빈 플라텐하르트(79분↔마리오 고메스), 마츠 후멜스, 제롬 보아텡, 조슈아 키미히
GK : 마누엘 노이어

◇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멕시코 4개, 독일 9개
점유율 : 멕시코 40%, 독일 60%
코너킥 : 멕시코 1개, 독일 8개
프리킥 : 멕시코 11개, 독일 17개
오프사이드 : 멕시코 2개, 독일 1개
패스 성공률 : 멕시코 82%(231/280개), 독일 88%(522/593개)
뛴 거리 : 멕시코 106km, 독일 110km
축구 월드컵 독일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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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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