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사태 계기로 (국민들과 부산 시민들이)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제대로 된 시장 선출해 달라. 다음 선거 때 잘 뽑아야 한다."

지난 2016년 영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부산영화제 사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분노하며 했던 말이다. 해외 영화인의 당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실이 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을 꼭 '전 부산시장'이라 불리게 하겠다는 영화인들의 약속은 지켜졌고, 한국영화계는 서 시장의 낙선에 환호를 보냈다.

오거돈 당선 보다 서병수 낙선에 초점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정민규


6.13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는 오거돈 후보의 당선보다는 서병수 시장의 낙선에 초점이 모인다. 취임 첫해인 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으로 시작해 재임 4년 내내 부산영화제를 괴롭혔던 그를 더 이상 부산영화제 개폐막식에서 볼 일이 없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압하며 표현의 자유를 압박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서병수 시장은 4년 내내 한 해도 빠짐없이 한국영화와 충돌한 악연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병수 시장과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중단과 영화제에 대한 사후조치 등을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등과 5차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역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서 시장은 단순한 공범이 아닌 주범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부산영상위원회도 서병수 시장이 올해 초 인사 논란을 빚으면서 과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윤 운영위원장의 연임을 허락하지 않고 물러나게 한 뒤 전문성 없는 측근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앉히려다 지역 영화인들의 강한 반발을 사 결국 물러섰다. 최 위원장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부산영화제 이사장 복귀에 적극 역할을 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게 지역 영화인들의 인식이었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와 부산영상위원회 등이 정상화되느냐 아니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지는 이번 선거에 달려있다"고 절박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영화 발전에 장애를 초래했던 정치인의 낙선이 한국영화의 승리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서병수 후보는 지난 5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상호 감독을 비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 시장은 "<다이빙벨>을 만든 사람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고, 다큐멘터리 <김광석>을 만들어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상호 감독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서 후보를 고소한 상태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선거 잘 됐고 새 시장에 기대"

 지난 5월 18일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1주기 추도행사를 찾은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이용관 이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18일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1주기 추도행사를 찾은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이용관 이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하훈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서 부산지역 영화인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오 후보의 주말 유세 때 지역 영화인을 대표해 지지연설을 한 김상화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민관 협치를 통해 부산영화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그야말로 영화도시로 도약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화 위원장은 부산영화제 사태 과정에서 줄곧 서병수 시장을 비판했고, 이 때문인지 영화제 지원 예산이 동결되면서 수년간 행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용관 이사장은 그간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선거가 잘 된 것 같다"며 "오 당선자가 부산영화제를 신경 쓰시겠다고 했으니 기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이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로 선정돼 있는 만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산영화제는 올해 영화제 이후 정관개정을 통한 제도적 구조적 독립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거돈 후보의 당선으로 모든 계획이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들도 서 시장의 낙선과 오 후보의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13일 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가 부인 심상애씨와 함께 서면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13일 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자가 부인 심상애씨와 함께 서면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 후보는 지난 5월 18일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1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해 "고 김지석 선생 영전에 약속드린다"며 "부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부산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위원장이 공석이라 사무처장의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영상위원회 역시 조만간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 시장이 낙하산 인사를 내려 앉히려다 실패해 과도체제가 됐는데, 영화인들의 뜻에 따른 인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산시의 도움이 필요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여러 사업 역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관계 재정립 문제와 부산종합촬영소 부지 매입 등은 부산시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안이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후보를 지원한 인연도 있다.

지역 영화인들이 추진하는 부산지역 독립영화관 설립 전망도 밝아졌다. 오 후보에게 영화인들의 지지가 몰렸고 선대위 안에 영화특위가 만들어질 만큼 부산지역 영화인들의 마음은 하나로 모였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