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남미는 세계 축구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월드컵의 역사를 대륙 중심으로 돌아보자면 사실상 '유럽과 남미의 패권 경쟁'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동안 치러진 총 20회의 월드컵에서 우승은 모두 유럽 혹은 남미의 전유물이었다. 어느덧 88년에 이르는 월드컵사를 통틀어 제 3세계(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중미) 국가에서 월드컵 우승팀은커녕 결승무대에 진출한 팀도 아직까지 전무하다.

특히 유럽은 세계 축구시장의 중심답게 총 11회나 월드컵을 들어올리며 역대 최다우승국을 배출한 대륙이고, 남미가 9회로 근소하게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단일국가로 월드컵 최다우승 타이틀은 남미가 보유하고 있다. '삼바군단' 브라질은 총 5회나 정상에 오르며 마지막 우승(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벌써 16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 외에 아르헨티나-우루과이가 각각 2회씩 정상에 올랐다.

유럽을 대표하는 강호는 단연 독일과 이탈리아로 각 4회씩 정상에 올라 브라질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 팀의 우승횟수가 다른 유럽 국가들의 우승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밖에 잉글랜드-프랑스-스페인이 각 1회씩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월드컵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는 8팀(유럽 5팀-남미 3팀)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세계 최고의 팀들이 경쟁하는 월드컵에서 이변의 가능성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우승 경험이 있는 국가 중 유일하게 이탈리아만이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고 나머지 7팀은 모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남미-유럽이 양분하던 월드컵 우승, 최근 대회는 유럽이 '강세'

최근의 월드컵 판세를 보면 유럽의 남미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며 유럽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유럽은 최근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팀(이탈리아-스페인-독일)을 배출하며 남미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같은 대륙에서 3회 연속 우승팀을 배출한 것은 최초였다. 남미를 대표하던 강호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최근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번번이 유럽팀에게 덜미를 잡혀 고배를 마셨다.

특히 남미에서 열린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이 홈팀 브라질을 준결승에서 7-1로 대파하는 이변을 일으킨 데 이어 결승전에서는 아르헨티나마저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남미대륙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는 반드시 남미팀이 우승한다'는 월드컵 법칙을 사상 처음으로 깬 사례였기 때문이다.

 2014년 월드컵 우승팀 독일

2014년 월드컵 우승팀 독일(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반면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유럽팀이 우승한다'는 공식은 아직 유효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은 독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다시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네덜란드-이탈리아 등 전통 강호들의 탈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회 챔피언이자 현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비롯하여 프랑스, 스페인 등 쟁쟁한 우승후보들이 여전히 즐비하다. 축구강국이 많은 유럽은 이번 대회에도 가장 많은 14팀이 출전한다.

5팀이 출전하는 남미의 설욕 여부는 이번에도 사실상 '양강'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얼마나 해주느냐에 달렸다. 4년 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세에 톡톡히 망신을 당했던 브라질은 피파랭킹에서 독일에 이어 2위에 오를 만큼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마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4년 전에 비하여 전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라는 세계 최고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지만 메시가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1993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 이후 25년째 FIFA 주관의 A매치 국가대항전 무관이라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페루의 전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우루과이와 콜롬비아도 충분히 우승후보들을 괴롭힐만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코파아메리카 2연패에 빛나는 남미의 또 다른 강호 칠레가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월드컵 역대 득점왕도 유럽-남미... 러시아월드컵에선?

월드컵 역대 득점왕도 유럽과 남미의 독점구도가 뚜렷했다. 초대 수상자인 아르헨티나의 기예르모 스타빌레(8골, 1930 우루과이 월드컵)를 시작으로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6골,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공동 득점왕을 포함하며 총 19개국 26명의 선수들이 골든 부츠를 거머쥐었다. 유럽 14개국에서 18명, 남미 5개국에서 8명의 득점왕을 각각 배출했다. 최다 우승국답게 브라질이 가장 많은 5회의 득점왕 수상자가 나왔고, 서독 시절을 포함한 독일이 3회로 뒤를 잇고 있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16골을 기록하며 역대 월드컵 통산 개인 최다득점자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유력한 득점왕 후보 역시 주로 유럽과 남미 출신들에 몰려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 해리 케인(잉글랜드) 등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사디오 마네(세네갈),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멕시코), 손흥민(한국)은 비유럽-남미권 팀에도 주목할만한 세계적인 골잡이가 적지 않아서 이변도 기대해볼 만하다.

프랑스 UEFA 유로 2016 지난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 2016 F조 포르투갈과 오스트리아의 경기에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섰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유럽과 남미를 제외하고 제3세계 국가로 월드컵에서 최고 성적을 올린 것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홈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4위를 기록하며 현행 32개국 본선 체제가 정착된 이후 아시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북중미까지 포함한 제 3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바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일월드컵의 성공을 '홈 어드밴티지' 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은 데다 실제로 한국축구가 2002년 이후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평가는 박한 편이다.

참고로 비유럽-비남미팀의 4강 진출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월드컵에서 미국(북중미)이 가장 먼저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본선출전국이 13개국에 불과했고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바로 준결승에 오르는 일정이라 현대의 월드컵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2002년의 한국과 1930년의 미국을 제외하고 비유럽-남미권 국가들의 최고 성적은 8강이다. 북중미의 월드컵 단골손님 멕시코(2회)와 미국-코스타리카, 아프리카의 가나-세네갈 등이 8강 무대까지 올라온 경험이 있다.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북중미의 코스타리카가 8강에 오른 데 이어 멕시코와 미국도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며,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와 알제리가 16강에 올랐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조별리그에서 전멸하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현대축구에서 아직은 유럽-남미와 다른 대륙간의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고 당장 이 판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항상 이변의 팀이 한 두 팀 정도는 반드시 등장하곤 했다. 이번 대회에서 기존의 유럽-남미 양강 구도에 아시아를 비롯한 제 3세계 국가들이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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