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말

 새 음반 'LOVE YOURSELF 轉 'Tear'를 발표한 방탄소년단

새 음반 'LOVE YOURSELF 轉 'Tear'를 발표한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사람들은 특정역할에 어울리는 가면을 쓰고 이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고 공적인 관계들을 맺어간다. 하지만 다시 혼자가 되거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도 괜찮은 상황에서는 이 가면을 벗어놓고 편하게 숨을 쉰다. 그런데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얼마 전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는 등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FAKE LOVE (작사 Pdogg, 방시혁, RM 작곡 Pdogg, 방시혁, RM)'는 가면을 벗지 못한 채 이룬 사랑의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 

거짓자기의 발달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 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가 있었어.

방탄소년단은 단도직입적으로 노래한다. '~척'하며 살아왔다고 말이다. 도대체 '~척'하면서 사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신분석의 도날드 위니캇은 사람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척'하면서 사는 기제를 발전시킨다며 '참자기(true self)'와 '거짓자기(false self)'를 이론화했다.

위니캇에 따르면 유아는 어머니(혹은 1차 돌봄제공자)와의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내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느낌은 내가 나답고 창조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참자기이다. 이런 참자기를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핵심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참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도 함께 발달시킨다. 바로 이 기제가 거짓자기다.

거짓자기는 돌봄제공자가 유아의 몸짓에 조율하는데 실패할 때 발달된다. 유아는 보호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때문에 울음이나 몸짓으로 자신의 참자기를 주장할 때 보호자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 유아는 본능적으로 보호자에게 순응하게 된다. 즉, 자신의 존재의 핵심인 참자기가 보호자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을 막기 보호자의 요구에 맞는 거짓자기를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다.

거짓자기는 참자기를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척'하면서 사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위니캇 역시 건강한 거짓자기는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지 않고 공손하고 예의바른 사회적 태도로 나타나며 이는 사회적 적응을 돕는다고 했다.

'강한 척' 해야 하는 거짓자기

문제는 대부분의 삶을 참자기를 보호하면서 살아야 하는 경우다. 유아기 부모가 지속적으로 조율해주지 않는데다 이 후 지속적으로 거짓자기로 사는 것이 강화된다면 거짓자기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가 특정한 방향으로 순응을 요구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깊은 곳에 부모의 요구를 자신의 핵심신념으로 간직하게 된다. 거짓자기는 이 핵심신념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달된다.

'슬퍼도 기쁜 척' '아파도 강한 척' '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이라는 가사 속에 담긴 핵심신념은 '약하거나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 한다'이다. 이 노래 속 화자의 부모는 아이가 힘들거나 슬퍼서 울 때 그 감정에 공감해주기 보다는 "우는 건 약해보이는 일이니 울면 안 돼. 늘 강하게 보여야한다"는 생각을 주입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어린 아이는 이런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강해보이는 거짓자기를 발달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맺게되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느꼈던 애착체계를 활성화시킨다. 이럴 때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했던 만들어왔던 거짓자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전면에 등장한다. 때문에 '사랑받으려면 강하고 완벽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노래 속 화자는 연인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강한 척, 기쁜 척 하며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빗어내'고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 하는 것이다.

참자기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공허감 


방탄소년단이 반복해서 외치는 'fake love, fake love, fake love'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척했다는 의미의 '가짜 사랑'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진실한 나머지 거짓자기의 모습으로 하게 된 사랑을 말한다. 앞 소절의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이라는 가사는 사랑하는 그 진실한 마음만으로 거짓자기의 모습이 덮여지길 바라는 외침이다. 그런데 이렇게 진실한 사랑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거짓자기로 이뤄낸 관계는 공허하기만 하다. 때문에 결과는 참자기를 잃은 고통과 가슴 아픈 이별이다.

'우리만의 숲 너는 없었어. 내가 왔던 route 잊어버렸어.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게 됐어. 거울에다 지껄여봐 너는 대체 누구니'

방탄소년단은 열심히 사랑했지만 자신의 참모습을 알 수 없게 된 심정을 이렇게 처절하게 노래한다. 너를 위해 나를 다 바꿔왔는데 이제 보니 나의 참자기를 알 수 없게 돼버다는 깨달음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라는 인식인 참자기를 느끼지 못하는 건 매우 고통스럽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은 '나조차도 버린 나'라고 절규한다.

더 절망스러운 건 상대방 역시 이렇게 바뀌어 버린 나를 낯설다 한다는 점이다. 널 위해서 이렇게 최선을 다한 나의 모습을 왜 연인은 싫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내가 바꿔버린 나의 모습이 실은 연인이 좋아하는 모습이 아닌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포장해온 모습이기 때문이다.

'낯설다 하네 니가 좋아했던 나로 변한 내가, 아니라하네 예전에 니가 잘 알고 있던 내가'는 이런 기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 연애 초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지게 되면 상대방은 거짓자기와의 교류에 공허감을 느끼게 되고 더 이상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참자기로 살아간다는 것

과연 이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다행히도 인간을 부분의 합 이상의 존재로 바라보는 게슈탈트 학파에서는 '자기'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매 순간 변한다고 한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자들은 초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자기가 형성되긴 하지만, 향후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거짓자기를 벗고 보다 진짜 자기로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이 노래의 화자는 참자기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거짓자기로 사는 나의 모습이 낯설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상대를 만났으니 말이다. 만일 이 연인마저 기쁜 척 하는 모습, 강한 척 하는 모습을 매력적이라 했다면 노래 속 화자는 거짓자기로 사는 것을 더욱 당연시했을 것이다. 자신이 참자기로 살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지조차 못한 채 말이다. 하지만, 노래 속 연인은 이에 속지 않았다. 대신 어딘지 공허하고 텅 빈 느낌을 간파했고 이를 전달했다. 아마도 이 사랑은 아프게 끝날 것이지만, 노래 속 주인공은 이 아픔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지내왔던 나의 모습이 나 자신이 아님을 깨닫는다는 건 방탄소년단의 처절한 호소와 몸짓만큼이나 아픈 일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거짓자기로만 지내게 될 경우 참자기를 완전히 잃어버린다. 특히, 연인이나 친구관계처럼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게 될 때 무언가 결핍된 모습을 보이게 되고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사랑은 방탄소년단이 노래하듯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일 뿐이다. 

지금 누군가와 친밀하고 진실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만 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힘이 드는가? 이런 느낌이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피우려고 노력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럴 땐 먼저 나 자신을 점검해보자. 지금 그 사람과 교류하는 나의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인지, 아니면 어릴 적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던 모습인지 스스로를 성찰해 보자. 혼자 여행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통해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노래 속 화자처럼 거짓자기를 직면시켜줄 친밀한 관계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잘 안된다면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참자기를 되찾는 꽤 괜찮은 방법이다.

※덧 : 심리학에서 '자기'와 관련된 개념들은 학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참자기/진짜자기는 타고난 나 자신의 생생한 모습대로 사는 것을 거짓자기/가짜자기는 자신의 본래 모습이 아닌 환경에 의해 강요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는 위니캇의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다양한 학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로 참자기, 거짓자기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fake love' 중에서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 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가 있었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

I'm so sick of this
Fake Love Fake Love Fake Love
I'm so sorry but it's
Fake Love Fake Love Fake Love

I wanna be a good man just for you
세상을 줬네 just for you
전부 바꿨어 just for you
Now I dunno me, who are you?
우리만의 숲 너는 없었어
내가 왔던 route 잊어버렸어
나도 내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게 됐어
거울에다 지껄여봐 너는 대체 누구니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 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가 있었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

Love you so bad Love you so bad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빚어내
Love it's so mad Love it's so mad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 해
Love you so bad Love you so bad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빚어내
Love it's so mad Love it's so mad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 해

I'm so sick of this
Fake Love Fake Love Fake Love
I'm so sorry but it's
Fake Love Fake Love Fake Love

Why you sad? I don't know 난 몰라
웃어봐 사랑해 말해봐
나를 봐 나조차도 버린 나
너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
낯설다 하네 니가 좋아하던 나로 변한 내가
아니라 하네 예전에 니가 잘 알고 있던 내가
아니긴 뭐가 아냐 난 눈 멀었어
사랑은 뭐가 사랑 It's all fake love

(후략)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 참고한 책
<대상관계와 자아기능>, N. Gregory Hamilton 저,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윤숙경 공역, 학지사
<쉽게 쓴 정신분석이론>, 최영민 저, 학지사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자기 사랑의 기술>, 이계정 저,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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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로 세상을 관찰하며 살다, 지금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생명감수성'과 '마음의 성장'을 일상과 문화콘텐츠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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