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캐릭터 포스터.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캐릭터 포스터.ⓒ KBS2


'지니, 음악 좀 틀어줘'. 스피커도 이젠 AI(인공지능) 시대다. 한 광고에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 발음을 따라한다. AI가 선별한 외국어 영상이었다.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아이들 교육을 놀이처럼 이끌어주는데 이보다 더 편리할 수 있을까.

그러니 드라마 남자 주인공을 'AI(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 Artificial Intelligence)가 맡는다는 게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지난 4일부터 시작한 KBS2 미니 시리즈 <너도 인간이니?> 이야기다.

아들이 된 AI

장작 이 드라마가 묘사한 AI의 시작은 '고전적'이다. 마음씨 좋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토막을 깎아 만든 인형 '피노키오'처럼, 아들을 시아버지에게 빼앗긴 인공 지능 로봇 연구자 오로라 박사(김성령 분)는 아들과 꼭 닮은 '남신I'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따라 그녀의 AI도 '남신Ⅱ', '남신Ⅲ'로 변화해 갔다.

그렇게 AI를 아들삼아 지내려던 오로라 박사. 하지만 공항에서 해프닝까지 벌이며 그녀를 찾아 체코로 온 친아들 남신(서강준 분)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맨다. 아들의 부재가 곧 PK그룹 내에서 어떤 위기를 가져올 것임을 직감한 오로라 박사는 아들처럼 여겨왔던 남신Ⅲ에게 부탁한다. '엄마의 아들을 지켜줘!'.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2


엄마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엄마 아들의 역할을 해야 하는 남신Ⅲ의 캐릭터는 스필버그의 역작 < AI >(2001)에서 벤치마킹한 듯하다. AI들의 봉사를 받고 살아가는 인간들, 그런 가운데 하비 박사가 만들어 낸 '감정이 있는 AI'가 아이 없는 인간의 가정에 입양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인간을 사랑하게끔 프로그래밍 된 소년 AI 데이빗이 주인공이다.

<너도 인간이니?> 역시 감정이 없는 동시에 엄마바라기인 AI 남신Ⅲ가 주인공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사들고 오는 길에 남신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남신Ⅲ는 기꺼이 남신을 대신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너도 인간이니?>라는 제목은 이중적 질문을 던진다. 당연히 주인공이 사람이 아님을 내비치면서 그 AI가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을 통해, AI의 인간적 딜레마를 재현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안아줘요' 등의 AI 프로그래밍과 삭제된 설정이지만 본능적으로 다시 발현된 재난 상황 시 인명 구조 모드 등은 영화 < AI > 속 데이빗보다 더 인간적인 남신Ⅲ의 존재론을 묻는다.

동시에 제목은 인간미 넘치는 남신Ⅲ를 아들로 여긴다면서도 친아들이 나타나자 아들 대용으로 사용하는 오로라 박사, 그룹과 자신을 위해 아들과 손자를 독점하려는 할아버지 남건호 회장(박영규 분)과 그의 측근들을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기도 하다. '너도 인간이니?'라는 이 물음엔 비인간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폭로하려는 의도 또한 담겨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통해 인간성을 묻는 방식은 1818년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이래 계속 되어 온 고전적 주제다.

비록 시청률은 6%를 넘겼지만(6회 6.3%,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너도 인간이니?>는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3~4%의 시청률로 고전하던 MBC의 <로봇이 아니야>처럼 인간이 아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에 출연 중인 공승연의 전작 <써클: 이어진 두 세계>처럼 대중과 소통하기엔 버거운 SF물의 운명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럼에도 100억대 예산에 퀄리티 높은 CG, 그리고 김규완 작가와 김용수 연출의 만남을 통해 전작 <아이언맨>(2014)에 버금가는 또 다른 현대적 동화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해본다.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의 한 장면.ⓒ KBS2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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