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KT 위즈와 광주 북구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평일 3연전을 치렀다. 보통 같았으면 밤 경기만 3경기가 이어졌겠지만, 22일 화요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관계로 낮 경기가 치러졌다.

KIA는 시리즈의 첫 경기였던 22일 낮 경기에서 화끈한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8-5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3일 2차전에서는 8-4 리드를 잡아놓고 9회초에만 5실점하며 대역전패를 당했다. 성적 부진으로 함평에 있는 2군에 다녀왔던 마무리투수 김세현의 '방화'가 발생했고, 뒤이어 등판했던 임창용도 그 불을 끄지 못한 것이다.

그 여파는 다음 날 경기까지 이어졌다. KIA는 24일 경기에서 1-13으로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KT의 잠수함 선발투수 고영표가 1실점 완투승을 거둔 덕분에 KIA의 타선은 8회까지 단 한 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고영표의 힘이 조금 떨어진 틈을 타 뒤늦은 추격 득점을 한 덕분에 완봉패는 간신히 면했다.

KIA의 2연패, 수비 실책이 가장 큰 원인

KIA가 2연패했던 경기들을 살펴보면, 2경기 모두 수비 실책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일단 23일 경기 9회초 수비만 봐도 그랬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오태곤의 평범한 땅볼을 잡았던 2루수 안치홍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는 유격수 김선빈에게 송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안치홍의 송구는 악송구가 되고 말았다. 타이밍이 조금 안 맞을 것 같으면 보통은 2루는 포기하고 1루에만 송구하여 타자 주자만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것이 수비의 정석이다. 그런데 안치홍이 병살타를 억지로 유도하려다가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했다.

1사 1,3루로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은 무사 만루가 되어 버렸다. 2군에서 조율 뒤에 다시 올라왔던 김세현이 내려가고 결국 베테랑 투수 임창용이 올라왔다. 하지만 분위기를 탄 KT의 공격을 막기에는 때가 이미 늦었다. 1사 1,3루 상황에서 황재균의 뜬공을 안치홍이 외야까지 달려가서 간신히 잡았지만, 3루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백호가 홈으로 달리는 것은 막지 못했다.

24일 경기는 KIA에게 있어서 더 '멘붕'이었다. 3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이진영의 타구가 KIA의 1루수 김주찬의 글러브를 맞고 튕기는 바람에 안타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1루에 있던 멜 로하스 주니어는 3루까지 달렸고 무사 1,3루 상황에서 황재균의 적시타가 터지며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이어진 무사 2루 상황에서 박경수의 깊은 타구를 잡았던 김선빈이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또 악송구가 나왔다. 박경수의 타구는 내야 안타로 기록되었고 황재균도 3루까지 밟았다. 그나마 다음 타자인 오태곤은 비디오 판독까지 가는 끝에 병살 처리하면서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그러나 3회에 점수는 벌써 0-4까지 벌어졌고, 4회에 2점을 더 내주면서 0-6까지 더 벌어졌다.

실책 쏟아져 나온 악몽의 5회, 사실상 승부 갈려

그래도 KIA의 타선을 감안하면 6점 차는 언제든지 추격이 가능한 점수였다. 하지만 5회초, 한 순간에 KIA의 승부 의욕을 꺾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선두 타자 박경수와 다음 타자인 윤석민이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상황이 되었고, 오태곤이 3구 삼진으로 물러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장성우의 초구 타격이 적시타가 되면서 박경수가 홈을 밟았다. 7실점한 KIA의 선발투수 임기영이 책임 주자 2명을 남겨 두고 마운드를 임기준에게 넘겼다. 그런데 박기혁의 타구를 처리하던 2루수 안치홍이 실책을 범하며 누상에 주자 3명이 꽉 차는 상황이 됐다.

다음 타자인 강백호도 2루수 앞 땅볼 타구를 보냈고 3루에 있던 윤석민이 홈을 밟았다(0-8). 그런데 안치홍의 송구 실책이 또 나오면서 2루에 있던 장성우까지 홈을 밟았고(0-9), 1루주자 박기혁은 3루까지 달렸다. 한 점만 내 주고 침착하게 아웃 카운트를 잡으면 될 상황에서 실책이 나오는 바람에 아웃 카운트는 잡지 못하고 두 점을 내 주고 말았다.

다음 타자 로하스의 타구는 2루타가 됐다. 그런데 KIA 수비진이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미숙한 처리를 하는 바람에 우익수의 송구가 3루 KIA 더그아웃 쪽으로 공이 흘렀다. 투수 임기준이 공을 잡은 뒤 3루에서 홈으로 달리던 주자 강백호를 보고 바로 3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런데 KT의 주루코치 최태원이 코치박스를 벗어나 있었고, 임기준의 송구 경로에 있던 최태원은 급하게 공을 피했다. 결국 3루수 이범호가 임기준의 송구를 잡지 못하면서 악송구가 되었고, 이 과정에 대해 KIA 벤치에서 수비 방해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박기혁과 강백호가 홈을 밟으면서 점수는 11점 차로 더 벌어졌다(0-11). 다음 타자 이진영의 추가 적시타가 터진 뒤(0-12) 황재균의 좌익수 뜬공, 박경수의 안타 그리고 윤석민의 2루수 땅볼이 이어지면서 5회초는 간신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7회초에도 KIA는 또 내야 악송구가 나왔다. 선두 타자 로하스의 안타 이후 이창진의 타구를 이번에는 1루수 김주찬이 2루 송구 과정에서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그나마 황재균, 정현, 윤석민을 우익수 뜬공, 우익수 뜬공, 유격수 땅볼 야수 선택을 통해 연속 범타 처리한 덕분에 실점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던 9회초에도 또 위험한 상황이 나왔다. 선두 타자인 대타 전민수의 볼넷과 로하스의 안타로 다시 실점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나마 전민수가 추가 진루 과정에서 3루에서 태그 아웃되는 덕분에 일단 한 숨은 돌렸다.

이창진의 타구는 좌익수 뜬공이 되었고, 다음 타자인 황재균이 3루수 앞 땅볼을 보냈다. 그런데 여기서 교체된 3루수 김주형의 실책이 발생하면서 1루에 있던 로하스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밟고 말았다(0-13). KIA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나지완의 적시타로 그나마 1점을 만회하면서 고영표의 완봉승은 저지했다.

KIA는 19일까지만 해도 팀 실책 24회로 최소 실책 부문에서 리그 2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후 4경기에서만 실책이 9회나 나왔고, 24일 경기 종료 기준으로 팀 실책 33회가 되면서 최소 실책 7위까지 내려갔다.

5회초 3루심의 오심, 최태원 코치의 수비 방해

문제는 5회초 임기준의 송구 과정에서 송구 경로에 있었던 KT의 최태원 코치에 대한 판정이었다. 경기 당시 상황에서는 수비 방해로 인한 KIA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구 규칙에 의하면 송구가 우연히 베이스 코치에게 닿거나 투구 또는 송구가 심판에게 닿을 경우 볼 인플레이가 인정되지만, 베이스 코치가 고의로 송구를 방해했을 경우 주자가 아웃된다는 규정이 있다(5조 8항).

그런데 심판진은 당시 상황에서는 그 규정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이 날 대기심이었던 박기택 심판팀장은 추후 논의 결과 당시 3루에 있었던 강백호의 아웃이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베이스 코치에 대한 규칙으로는 항상 코치 박스 안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선수에게 슬라이딩이나 진루 또는 귀루 신호를 내릴 때 코치 박스를 벗어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 팀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한" 주루와 관련된 지시를 내릴 때 코치 박스를 벗어나서 지시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규제는 없는 것이었다(4조 5항).

당시 상황에서 임기준의 송구에 하마터면 최태원 코치가 맞을 뻔 했다. 당연히 이범호는 송구가 시야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고, 임기준의 송구를 받아내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서 KIA 김기태 감독은 당시 3루심이었던 황인태 심판에게 수비 방해를 지적하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판정 내용에 관해서는 심판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대기심에게 구단 홍보팀을 통해 클리닝 타임과 경기 후에 한 차례 씩 질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5회말 클리닝 타임 때 야구 규칙 7조 11항인 수비 장소 확보에 대한 내용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질의가 들어왔다.

이에 대해 박기택 심판위원은 당시 최 코치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강백호에게 아웃을 적용하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최 코치에게 송구가 직접 닿은 것은 아니지만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박 심판은 상세한 논의 후 7회말 이후에 강백호의 아웃이 맞았던 것 같다고 심판진의 오심을 인정했다. 야구 규칙 4조 5항과 관련하여 수비 방해가 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5회말 3루심의 판단이 오심이었음이 밝혀졌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9점 차로 끝날 수 있었던 5회는 무려 12점 차로 벌어지고 나서야 끝난 뒤였다.

오심 인정한 심판, 책임은?

물론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듯이 심판도 사람이고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인지했을 때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추후 선수단과 심판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경기 도중 규정을 잘못 적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심판진의 책임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 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나긴 시즌에서 그 여파가 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KIA의 입장에서는 24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25일부터 열리는 창원 NC 다이노스 원정 경기를 위해 이동했는데, 창원 경기에서 그 후유증으로 연패 행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심판진의 합의 판정 또는 비디오 판독은 각 팀에서 요청했을 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24일 경기처럼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이 자신들의 판정에 대해 어려웠다고 생각할 경우 비디오 판독 팀에 의뢰하여 상세한 판정을 요청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경기에서 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한 경기에서 오심을 인정한 심판들에 대해서 일정 경기 출장정지 등의 징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심판들이 보다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시즌 중에라도 적절한 환기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경기의 경우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 큰 영향이 없었지만, 만일 1점 차 승부나 포스트 시즌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리그 심판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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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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