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용철 KBS N SPORTS 해설위원'  지난 2017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KBS N SPORTS 주최로 열린 '2017 프로야구 기자 간담회'에서 이용철 해설위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내가 이용철 KBS N SPORTS 해설위원' 지난 2017년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KBS N SPORTS 주최로 열린 '2017 프로야구 기자 간담회'에서 이용철 해설위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용철 KBSN 해설위원이 '편파 해설' 논란으로 야구팬들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시즌 5차전에서 2회말 한화 최재훈이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의 사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동안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을 호소하던 최재훈은 잠시 후 다행히 스스로 일어나서 1루로 걸어나갔지만 선수보호 차원에서 지성준과 교체됐다. 사구를 던진 이영하는 헤드샷 자동 퇴장 규정에 따라 퇴장당했다.

위험한 장면이었지만 문제는 정작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고 있던 이용철 해설위원의 발언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위원은 최재훈이 사구에 맞아 쓰러진 직후 가장 먼저 했던 발언이 "이거 패스트볼이다. 이렇게 되면 헤드샷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이게 또 변수다. 왜냐하면 지금 두산의 불펜이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오늘 홍상삼과 변진수가 등록이 됐다"라고 해설했다.

이용철 해설위원의 '편파해설' 논란, 내용 살펴보면...

해설가로서 양팀의 상황이나 경기 흐름에 대하여 분석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선수가 위험한 사구를 맞아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아직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굳이 그런 이야기부터 먼저 했어야 하는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위원의 발언은 오히려 다친 선수보다 사구를 던진 상대팀이 받을 피해를 더 걱정하는 것처럼 들릴 만한 여지가 다분했다.

이용철 위원의 발언이 타이밍상 다소 부적절했다는 낌새를 눈치챈 이기호 캐스터가 중간에 말을 끊고 "일단 최재훈 선수의 상태가 가장 걱정된다"고 화제를 돌리자, 이 위원도 그제야 "(최재훈의 부상이) 심하지 않아야 하는데"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위원의 해설은 방송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뒤였다.

일부 야구팬들은 이용철 해설위원이 편파해설을 했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헤드샷 맞은 선수보다 상대팀 불펜이 더 중요하다는 건가?", "해설가로서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한화 팬들은 이용철 위원이 과거에도 한화에 부정적인 내용의 해설을 했다고 주장하며 사례를 들춰내기도 했다.

물론 이용철 위원이 특정팀이나 특정선수와의 관계 때문에 편파적으로 해설을 했다고 단정하는 시각은 약간 무리가 있다. 이날 사구의 피해자였던 최재훈만 해도 이용철 위원과는 덕수고 재학 시절 선수와 인스트릭터로서 사제지간이라고 할수 있을 만큼 인연이 깊다. 또한 이용철 위원은 경기 후 최재훈의 상태에 대해 먼저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팬들에게 사과했다.

하루이틀 아닌 해설위원의 발언 논란, '말의 무거움' 느껴야

사실 해설위원들의 편파성 논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이병규 LG 코치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던 2017년 기아와 롯데의 경기를 중계하던 도중 기아 나지완의 사구로 벤치클리어링이 촉발되자. "제가 볼 때는 고의성이 없었다. 사구에 맞았다면 그냥 걸어 나가면 된다"고 비판적인 뉘앙스의 해설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병규의 현역 시절을 거론하며 '본인은 선수 시절 머리 쪽에 공에 맞고도 그냥 나갔나?'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종열 SBS 해설위원도 2015년 롯데와 한화의 경기를 해설하는 도중, 지나치게 롯데 중심으로 편향된 해설을 한다는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당시 이 위원은 롯데 타자들이 공격이 잘 안 풀리는 모습을 보이자 크게 한숨을 쉬는가 하면, 롯데 타선이 안타를 치면 흥분하는 모습으로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이 위원은 편파가 아니라 투타 중심의 분업화된 해설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심지어 야구해설계의 최고 베테랑으로 꼽히는 허구연 위원도 오랜 경력만큼이나 숱한 편파해설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지난 2009년 삼성과 넥센의 경기 도중 넥센이 역전에 성공하자마자  '대쓰요(됐어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됐다. 야구팬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당시 방송사였던 MBC ESPN이 결국 사과문까지 올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후로도 허구연 위원은 종종 특정팀과 선수를 대한 호불호를 지나치게 드러낸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밖에도 해설의 중립성을 두고 문제가 불거지거나 의혹이 제기된 사례는 수도 없을 정도다. 사실 해설위원도 사람이고 야구계 인맥으로 얽혀있다 보니 더 마음이 가는 특정팀-선수는 존재할 수 있다. 또한 경기마다 3~4시간 이상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야구해설의 경우, 아무래도 중계시간이 더 길고 말이 많아질수록 '실언'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때로는 민감한 상황에서 야구전문가로서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위주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설사 무의식 중에 나오는 발언이라고 할지라도 해설위원의 중립성에 대하여 유독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야구전문가로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 못지않게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만한 해설을 하는게 중요하다. 해설위원들이 말의 무거움을 다시 한번 느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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