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남미 대륙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세계축구 무대에서 가장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대륙은 아프리카 대륙이다. 월드컵과 같은 성인무대에선 우승을 거둔 적은 없지만 올림픽과 청소년월드컵과 같은 연령별 대회에선 우승을 비롯해 뚜렷한 족적을 남기면서 성인무대에서의 가능성을 부족함 없이 보이고 있다.

미국, 멕시코라는 확고한 원투펀치에 코스타리카까지 3강 체재가 확실히 굳어져가는 또 다른 다크호스 북중미 대륙과 달리(미국은 이번 대회 예선 탈락) 아프리카는 매 대회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팀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4팀으로 개편된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매 대회 출전팀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줬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카메룬, 알제리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알제리, 모로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카메룬, 이집트
1994년 미국 월드컵: 카메룬, 모로코, 나이지리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카메룬, 모로코, 튀니지, 남아공, 나이지리아
2002년 한일 월드컵: 카메룬, 나이지리아, 세네갈, 튀니지, 남아공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 가나, 코트디부아르, 앙골라, 튀니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남아공(개최국), 카메룬, 나이지리아, 알제리, 가나, 코트디부아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카메룬, 나이지리아, 알제리, 가나, 코트디부아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나이지리아,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세네갈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32팀 개편과 함께 아프리카 본선티켓 5장으로 증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아프리카의 신흥강호로 떠올랐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본선에 오름과 동시에 전통의 강호였던 카메룬, 나이지리아가 탈락하는 등 아프리카 출전팀이 무더기로 바뀌는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라는 신흥강호와 함께 카메룬, 나이지리아 전통의 강호가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서 그 밸런스가 맞춰지는 모습이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아프리카팀의 키워드는 '오랜만의 나들이'다. 2010년부터 3대회 연속 출전을 기록하는 나이지리아를 제외하면 모두가 실로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신흥강호였던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2014년을 기점으로 전력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이번대회에선 지역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사이 월드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세네갈이 본선무대에 나서게 됐다.

'파라오' 살라를 중심으로, 이집트

 리버풀 FC 모하메드 살라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행된 UEFA 챔피언스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 자축하고 있다.

리버풀 FC의 모하메드 살라 ⓒ 연합뉴스/EPA


이집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본선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7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에 최다 결승 진출 공동 1위(9회, 가나 9회 동률)를 기록하는 등 아프리카 축구 강호로써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또 다른 아프리카 강호인 카메룬, 나이지리아 등과 달리 월드컵과는 유난히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선 2012년 런던 올림픽 8강 외엔 국제대회 성적마저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이집트는 2017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엔 팀의 에이스인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있다.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며 윙어임에도 리그 32골을 터뜨리며 올시즌 EPL 득점왕에 올랐다. 살라는 과거 첼시 시절 EPL에서 실패했던 아픔을 모두 치유하며 EPL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각 조 1위만 본선에 오를 정도로 살벌한 아프리카 최종예선에서 살라는 팀이 넣은 8골 중 5골을 책임졌다. 콩고와의 최종예선 5차전에선 결승골을 넣으며 조국의 월드컵 본선을 이끌었다.

2015년 부임해 조직적인 축구를 앞세워 이집트를 부활시킨 헥토르 쿠페르 감독의 축구에서도 살라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가운데 올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살라에게 집중견제는 당연한 일이다. 살라 외에도 다른 동료들이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이집트의 16강행 열쇠가 될 전망이다.

'최종예선 무실점' 모로코

무스타파 하지라는 모로코 축구 최고의 스타가 활약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월드컵과 거리가 멀어졌던 모로코는 20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

이후에는 지역예선을 넘지 못하며 월드컵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모로코는 에르베 르나르 감독과 함께 화려하게 본선무대로 돌아왔다. 앙골라를 비롯해 코트디부아르 등을 이끌며 아프리카 축구계에서 많은 실적을 냈던 르나르 감독은 모로코를 탈바꿈시켰고, 월드컵 본선진출을 통해 그 결실을 맺었다.

이번 최종예선 기록은 3승 3무에 11득점, 무실점. 코트디부아르, 가봉, 말리와 한 조에 속한 모로코는 성적이나 득점보단 무실점으로 최종예선을 마쳤다는 것이 더 돋보인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는 경험많은 센터백 메흐디 베나티아가 이끄는 수비라인은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과시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코트디부아르와 말리, 가봉을 상대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짠물수비를 과시했다.

수비가 단단히 버티면 공격은 기술이 뛰어난 2선을 중심으로 한 '카운터 어택'이다. 모로코는 아약스에서 활약하는 하킴 지예흐를 비롯해 2011~2012시즌 프랑스 리그 앙에서 몽펠리에를 우승으로 이끈 유니스 벨한다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모로코는 뛰어난 기술에 빠른 발을 겸비해 역습에 상당한 강점을 보이며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모로코의 가장 확실한 공격루트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도 이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3골을 넣으며 3-1의 완승을 거둔 기억도 있다(당시 한 골 실점도 필드골이 아닌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수비와 공격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이는 모로코는 최근 팀의 핵심멤버였던 EPL 사우샘프턴에서 활약하던 소피앙 부팔이 최근 소속팀 마크 휴즈 감독과의 불화설로 인해 대표팀에서 탈락하며 르나르 감독이 얼마나 팀 조직력을 우선시하는지를 잘 보여줬다.

다만 포르투갈, 스페인이라는 공격력이 뛰어난 2강이 포진한 데다 모로코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수비를 과시하는 이란을 상대해야 한다. 이들을 상대로 역습으로 한 공격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포르투갈, 스페인과 한 조인 탓에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모로코의 현실이다.

2회 연속 16강에 도전하는 나이지리아

 젊어진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는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젊어진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는 2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이번 아프리카 진출팀 중에 16강 진출에 가장 큰 기대를 걸수 있는 팀 중 하나는 나이지리아다.

지난 대회 16강 진출에 이어 2016년 리우 올림픽 동메달 등 4년 사이에 국제무대에서 실적을 냈던 나이지리아는 이번 대회 지역예선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나이지리아는 전통의 강호 카메룬을 비롯해 다크호스 잠비아, 지난 대회 16강에 오른 알제리와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나이지리아는 이 조에서 잠비아, 카메룬, 알제리를 모두 꺾는 등 4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죽음의 조를 뚫고 본선에 진출했다.

나이지리아의 최대 강점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의 존재다. 이번에 발표된 예비엔트리에도 존 오비 미켈과 엘데르손 에치에질레 정도가 30대일 뿐 다수가 20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EPL에서 활약하는 알렉스 이워비(아스널), 윌프레드 은디디, 켈레치 이에나초(이상 레스터 시티), 빅터 모제스(첼시)를 비롯해 러시아 CSKA 모스크바에서 활약하는 아메드 무사의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 무사와 모제스는 이번에 발표된 나이지리아 예비명단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다.

이러한 젊은 선수들을 바탕으로 한 나이지리아의 빠른 공격이 장점으로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16강 진출은 수월할 전망이다. 반대로 이들이 막힐 경우 뚜렷한 공격전술이 없다는 점은 동전의 양면 같다.

나이지리아의 장점이라면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제외하곤 꾸준히 본선 무대에 출전한다는 점과 2002년과 2010년을 제외하면 모든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꾸준함이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에 나이지리아가 가진 16강 DNA가 빛을 발한다면 나이지리아의 16강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

12년 만에 본선무대, 그러나 험난한 튀니지

 튀니지는 이번에 출전하는 아프리카 팀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튀니지는 이번에 출전하는 아프리카 팀 중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탄탄한 자국리그를 바탕으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국제대회 실적은 특출나지 않았다. 98년부터 2006년까지 3대회 연속 출전한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3무 6패를 기록한 튀니지는 월드컵 첫 승이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3-1로 물리친 게 전부로 첫 승을 거둔 지도 40년이 흘렀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2004년 우승이 유일한 우승일 뿐 이후에는 8강에만 6차례 오르는 등 그 이상의 기록을 넘지 못했다. 튀니지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프리카 팀 중에서도 가장 약체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로 본선에서 만나는 상대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파나마가 한 조에 속해 40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기대해볼 법은 하다. 하지만 벨기에와 잉글랜드라는 강자가 있는 G조에서 튀니지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엔 너무나도 좁을 듯하다.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하는 나빌 말룰 감독의 튀니지 축구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콩고민주 공화국, 기니, 리비아와 한 조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수비력이 뛰어났다 하기엔 거리가 먼 측면도 있다. 실제 튀니지는 다른 아프리카 진출팀보다 최종예선 조편성은 다소 수월했다.

이런 가운데 본선에서 상대하는 벨기에와 잉글랜드의 공격진은 예선에서 상대한 팀보다 공격력이 몇 배 더 우위에 있다. 튀니지에겐 조별리그 통과가 아닌 1승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될 전망이다.

'Again 2002' 세네갈

세네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퍼포먼스다. 프랑스와 열린 개막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0 승리를 거두며 대회 시작부터 대이변을 일으킨 세네갈은 기세를 몰아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선 당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잉글랜드가 경합한 죽음의 조에서 1위로 통과한 스웨덴을 연장접전 끝에 물리쳤다. 첫 출전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세네갈의 8강 신화를 이끌었던 엘 하지 디우프를 비롯해 살리프 디아오, 칼릴루 파디가, 부바 디우프 등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토고에 밀려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아예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 대회에선 코트디부아르에 밀려 아쉽게 본선진출에 실패한 세네갈은 이번 대회 최종예선에서 부르키나파소, 카보베르데, 남아공이란 다크호스들과 한 조에 속해 4승 2무의 성적을 거두며 16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02년 선수로 월드컵을 경험한 알리우 시세는 감독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2002년 선수로 월드컵을 경험한 알리우 시세는 감독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 ⓒ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8강 신화를 이뤘던 2002년보다 선수층은 오히려 더 탄탄하다. 양 측면 공격엔 EPL 리버풀의 '마누라' 트리오 중 한 명인 사디오 마네를 비롯해 프랑스 AS모나코에서 활약하는 케이타 발데는 개인기량뿐 아니라 득점과 어시스트 능력까지 갖춰 상대수비에겐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세이쿠 쿠야테(웨스트햄)과 이드리사 게예(에버튼)가 포진한 미드필드는 활동량이 돋보이며 수비진에선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활약하는 칼리두 쿨리발리가 눈에 띈다.

개개인의 기량만 본다면 아프리카 팀 중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만 조직적으로 잘 다져질지 여부는 미지수인 세네갈은 조별리그 대진에선 어느하나 뚜렷한 강자가 없어 해볼 만 한 대진이다. 일본은 최근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데다 폴란드는 다른 톱시드 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세네갈과 마찬가지로 공격에 비해 수비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세네갈이 충분히 겨뤄볼 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지난 대회 8강에 오른 콜롬비아와 치르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세네갈의 조별리그 통과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알리우 시세가 이번엔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무대에 참가한다는 점이다. 16년 전에는 주장으로 팀을 8강으로 이끌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감독으로 조국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지 관심이 모인다. 시세 감독은 이번 대회 출전하는 32팀 감독 중 가장 최저연봉(2억 9천만 원 추정)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신태용 감독은 6억 5천만 원 추정).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도 기대해볼 만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카메룬의 8강 진출부터 시작된 아프리카의 '검은 돌풍'은 1994년과 1998년엔 나이지리아, 2002년 세네갈, 2006년과 2010년엔 가나, 지난 대회 알제리가 그 흐름을 이어갔다. 공통점이라면 만만치 않은 조별리그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적을 냈다는 점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프리카 5팀 역시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팀은 분위기가 내려가면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하지만 한번 분위기를 타면 엄청난 상승세를 선보일 정도로 분위기에 좌지우지 되는 면이 있다. 과연 이번 월드컵에선 어느 팀이 분위기를 타서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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