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들이 대거 빠진 넥센이 KIA를 이틀 연속 울리며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8-2로 승리했다. 전날 끝내기에 이어 이틀 연속 승리를 따낸 넥센은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KIA를 6위로 끌어 내리고 LG트윈스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22승23패).

5회말 팻 딘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터트린 포수 박동원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선발 에스밀 로저스는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4승째를 챙겼다. 그리고 3번타자로 출전한 히어로즈의 최고령 타자는 7회 쐐기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시즌 첫 대포를 쏘아 올렸다. 작년 8월 5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285일 만에 짜릿한 손 맛을 느낀 '영원한 캡틴' 이택근이 그 주인공이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해 호타준족 강타자로 거듭난 택근브이

 넥센 히어로즈의 이택근 선수

넥센 히어로즈의 이택근 선수ⓒ 넥센 히어로즈


경남상고(현 부경고)와 고려대 시절 대형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이택근은 2003년 2억 3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베테랑 김동수와 신예 강귀태가 버티고 있었고 이택근은 포수와 1루, 3루수를 전전하다가 2006년부터 외야수로 전향했다. 이택근은 외야 변신 후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떠올랐고 우타 외야수라는 장점을 살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그렇게 히어로즈의 간판스타로 자리잡던 이택근은 2009 시즌이 끝나고 2명의 선수와 현금 25억 원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이택근은 LG에서도 타율 3할을 넘나드는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지만 허리 부상 등으로 경기에서 빠지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LG팬들에게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2011 시즌이 끝나고 무려 50억 원을 투자해 이택근을 재영입했다.

이택근은 히어로즈로 컴백한 첫 해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9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13년 123경기에서 타율 .287 9홈런 66타점 29도루로 반등에 성공했고 히어로즈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택근은 넥센 재입단 후 4년 연속 팀의 주장을 맡아 팀을 잘 이끌었다. 이숭용이 현역 시절 '유니콘스의 영원한 캡틴'으로 불린 것처럼 이택근 역시 '히어로즈의 영원한 캡틴'이라는 수식어가 매우 잘 어울렸다.

2015 시즌이 끝난 후 4년 35억 원에 히어로즈와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한 이택근은 4년 동안 찼던 주장 완장을 서건창에게 넘겼다. 그리고 이택근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없고 박병호도 없고 유한준(kt위즈)도 없었던 2016년, 1번과 9번을 제외한 거의 모든 타순을 돌아다니면서 타율 .309 8홈런 65타점 7도루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나이 따위는 전혀 문제될 게 없어 보였던 이택근도 작년 시즌부터 조금씩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 이택근은 작년 허정협, 마이클 초이스 등에게 외야 자리를 내준 채 지명타자로 출전하거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기가 늘었다.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100경기에 출전한 이택근은 타율 .278 3홈런29타점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2006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주전들 줄부상 속 중심타선 복귀, 시즌 타율 .337- 득점권 타율 5할

사실 올해 장정석 감독의 라인업 구상에도 이택근의 이름은 없었다. 이미 고종욱과 이정후, 초이스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을 구성한 넥센은 내야수 요원 장영석과 김태완, 외야 유망주 임병욱, 허정협, 김규민 등 지명타자로 활약할 선수들이 차고 넘쳤다. 설상가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무릎부상으로 조기귀국하면서 이택근은 개막 엔트리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병호의 복귀로 '넥벤져스 시즌2'를 꿈꾸던 히어로즈의 타선에는 시즌 초반부터 악재가 겹쳤다. '캡틴' 서건창이 정강이 부상으로 시즌 개막 열흘 만에 이탈해 한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박병호도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이에 장정석 감독은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하며 기회를 엿보던 이택근을 1군으로 올렸다.

전성기 시절 평균 이상의 장타력과 포수 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주력을 자랑했던 '호타준족 외야수' 이택근은 이제 더 이상 장타를 펑펑 때리거나 그라운드를 헤집고 다니는 빠른 발을 뽐낼 수 없다. 하지만 다소 느려진 배트 스피드에도 상대 투수의 공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히는 능력과 날카로운 선구안, 그리고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은 여전히 매섭게 살아 있다.

그 결과 이택근은 올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37 1홈런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99, 득점권 타율 5할(24타수12안타)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주전들이 대거 빠진 넥센 타선의 정신적 지주로 활약하고 있다. 17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이날 1군에 등록된 김세현으로부터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다. 물론 주전 선수가 대거 빠진 탓이 크지만 이택근은 최근 12경기 중 11경기에서 넥센의 3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만약 이정후,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고종욱 등 현재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주력 선수들이 모두 복귀한다면 이택근은 지금처럼 붙박이 주전 3번타자로 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택근 정도의 경험과 실력을 가진 선수라면 어떤 위치에서도 언제든지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택근이 넥센에 컴백한 후 팀의 주력 선수로 활약했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히어로즈는 한 번도 가을야구를 거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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