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의 주역들.

영화 <공작>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배우 황정민은 "어디든 영화제는 쑥쓰럽다"며 "한국 음식이 빨리 먹고 싶다"고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무역업에 종사하는 기업인처럼 보여야 했던 흑금성은 영화 <공작>의 이야기를 쥐고 흔드는 핵심 인물이다. 위장과 교란에 능한 정부사령부 출신의 군인인 그는 곧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내 정세에도 의도치 않게 이용당한다.

야권이 이길만하면 불었던 북풍, 흑금성은 존재 자체로 분단의 상징이었다. 황정민은 이 인물을 두고 "마치 고전 연극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흑금성이 되다

애초에 사전 정보는 팟캐스트에서 들은 방송뿐이었다. 황정민은 "북풍이 있었다는 것만 알지 그때는 이런 일이 있었나 싶었다"며 그는 영화를 준비하며 실제로 흑금성을 만났던 일화를 밝혔다.

"그 분이 출소한 다음 만나게 됐다. 사실 (연기적으로는) 많은 걸 얻지 못할 생각을 하고 만났다. 기가 매우 강하시더라. 무서운 느낌이었다. 눈을 읽을 수가 없어. 눈동자 전체가 까만 느낌이랄까.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게 그 분의 직업이었으니까. 어떻게 저 눈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게 내 첫 숙제였다."

그렇게 온몸으로 안은 흑금성을 두고 황정민은 "스스로에게 질책하고 좌절하기도 했다"며 "연기하다가도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연기적인 고민이 아니었다. 어떤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극도로 제한된 몸동작 안에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기에 황정민에게도 큰 과제였던 것. "연기를 그만 해야 하나 싶었다"며 황정민은 "<공작>을 찍은 직후 연극 <리차드 3세>를 한 것도 연기적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보수 정권 하에 정부 눈치를 봐야 했었지만 개봉 즈음해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때는 핵을 쏘네 마네 이랬는데 지금은 남북 정상이 만나고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며 그는 "마음이 좀 홀가분해져서 편하다"고 말했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CJ 엔터테인먼트


"전 지금도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이데올로기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우린 교육을 잘못 받았고, 속고 있었다. 이런 걸 관객 분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공작>에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하면서 매우 힘들었지만(웃음). 좋은 경험이었다. 사실 <군함도> 직후 찍은 건데 제 스스로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거든. 왠지 모르게 박석영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조금은 비슷한 면이 있어서 더 감정적으로 몰입한 것 같다."

20여년 경력의 이 베테랑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공작>은 많은 생각과 고민은 안긴 영화였다. 그럼에도 꼭 했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이어져 혹시 <공작>이 칸영화제를 넘어 북한 평양에서 상영되는 날이 올까.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평양국제축전 같은 행사에서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걸 이젠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