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드 워>의 한 장면.

영화 <콜드 워>의 한 장면. ⓒ OPUS FILM


동서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냉전시대는 영화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제71회 칸영화제 장편 부문 경쟁작으로 11일 기자들에게 공개된 <콜드 워>(원제: Zimna Wojna)도 차갑고 비참했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피어난 특별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국립음악학교를 졸업한 뒤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던 카즈마렉(Borys SZYC)과 그에 의해 음악단원으로 뽑힌 줄라(Joanna KULIG)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한쪽은 강요에 의해 공산당을 찬양하는 음악을 해야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살아가기 위해 음악을 해야 하는 인물.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문이 무성한 줄라를 두고 사람들은 거리를 두지만 카즈마렉은 재능을 알아보고 기꺼이 오디션에서 합격시킨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파리 등을 오가며 이들의 운명은 서로 엇갈린다. "평생을 기다리고 함께 하겠다"는 줄라의 다짐은 무심하게도 시대를 배반하지 못하고, 결국 카즈막은 자신의 업을 팽개친 채 세계를 떠돌게 된다.

보편적이면서 특별한 사랑

냉전 속에서 피어난 비극적 사랑은 이미 관객들에겐 익숙한 소재다. 전작 <이다>로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상을 받은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폴란드 민요와 재즈 음악을 분모로 삼아 두 남녀의 정서적 교감과 비극성을 표현한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흑백화면을 선택한 영화에서 줄라의 심리적 변화와 카즈마렉의 퇴행을 대비시킨다. 애초에 권력을 쥐고, 선택할 힘이 있었던 카즈마렉은 시간이 지나며 줄라게도 버림받고 떠돌이 신세가 되는 반면,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줄라는 승승장구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어떤 극적 사건의 전개에 있지 않다. 민요와 전통 무용을 선보이던 줄라와 카즈마렉이 시간이 흐르며 주요 도시 속에서 재즈를 연주하고 노래하게 되는 그 변화에 있다.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폐쇄된 문화권에 속해있으면서도 음악적으로는 진보하고 심지어 민요를 변주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일종의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영화가 화면을 제시하는 방식 역시 물 흐르듯 이어지는 편집이 아닌 고의로 연도별로 분절시키는 쪽을 택했다.

 영화 <콜드 워>의 한 장면.

영화 <콜드 워>의 한 장면. ⓒ OPUS FILM


1953년의 폴란드, 1955년의 베를린, 그 이후의 파리 등 자막으로 각 장면의 시작을 제시하는 식이다. 끊어지는 화면 속에서 민요, 클래식 재즈, 스윙 재즈로 넘어가는 음악은 정서적으로 단절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음악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두 남녀의 인연을 상징한다.

다만 이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충분히 아름답지만 영화는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제시하는 데 머문다. 건조하다면 건조하고, 절제미라면 절제미겠지만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다.

평점 : ★★★(3/5)

콜드 워 칸영화제 폴란드 냉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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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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