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곡이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현재 미국 힙합씬의 대세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2015년 발매한 앨범 <To Pimp a Butterfly> 수록곡인 'Alright'는 타이틀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

'우리는 차별받고 상처받아왔지만 함께 연대한다면 괜찮을 거야(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는 내용을 담은 이 곡은 인종차별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당시 흑인인권운동의 일종인 'Black lives matter' 시위 때 참가자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떤 사회적 운동의 상징적인 노래가 된 것이다.

최근 또 다른 힙합 트랙이 이 같은 관심을 끌고 있다.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의 새 싱글 'This is America'가 그 주인공이다.

'이것이 미국의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노래

 <This is America> 커버 사진.

커버 사진. ⓒ Sony Music


이 곡은 뮤직비디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초반에 부드러운 합창이 이어진다. 파티를 하고 싶고 춤을 추고 싶어 하는 희망적인 분위기를 가사에서 전달한다. (네가 파티하고 싶은 거 알아 / 나만을 위한 파티 / 아가씨, 나와 춤을 춰 / 춤추고 틀을 흔들어) 감비노가 의자에 앉은 기타리스트를 총으로 쏴 죽이고는 곧바로 '여기가 미국이야'(This is America)' 라는 말과 함께 영상과 곡의 분위기 모두 바뀌어 버린다. (디지털 음원에서는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에서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두운 느낌의 트랩이 이 곡을 지배하는 주된 장르다.

This is America 
이게 미국이야 
Don't catch you slippin' up  
실수하는 걸 보이지 마 
Look at how I'm livin' now 
내가 어떻게 사는지 봐 

더 이상 춤과 파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흑인 계층이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볼 것을 종용한다. 감비노와 같이 춤을 추는 네 명의 흑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영상 내내 뛰어다니기만 하고, 누군가는 몽둥이를 들고 다닌다.

합창 중인 흑인 성가대원을 총으로 난사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 감비노가, 그리고 이 영상이 미국에서 일어난 흑인 대상의 총기 테러를 은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미 언론인 <더 애틀랜틱>은 이 영상에서 성가대 장면을 보고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곡은 인종차별의 문제를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반으로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 중 일부. 실제 교회 성가대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뮤직비디오 중 일부. 실제 교회 성가대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 Sony Music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건 핸드폰이야 / 그건 총이고(This a celly / That's a tool)" 라는 가사가 나온다. 언뜻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이 벌스는 올해 3월 미국 경찰이 흑인 청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권총으로 오인해 사살한 충격적인 사건을 풍자한 것이다.

트랩이라는 장르에 맞춰서 감비노가 춤을 추고 있지만, 가사는 전혀 춤을 부를 법한 내용이 아니다. 그가 추는 춤을 가만히 살펴보면,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허리를 꺾은 포즈를 하고 표정도 이상하게 짓고 있다.

이는 '짐 크로우'(Jim Crow)를 상징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백인이 흑인을 코미디에서 희화화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했던 인종차별적인 역사와 관련이 있다. 이후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백인과 흑인을 분리하는 정책을 '짐 크로우 법'이라고 불렀던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차별과 억압의 상징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감각적이고 트랜디하게, 하지만 시종일관 진중하고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건 감비노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온 '만능 엔터테이너'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감비노는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해서 방송작가로 먼저 데뷔한 전력이 있다. 이전부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으며 배우, DJ로도 활동할 정도다.

특히 에미상에서는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경력이 있을 정도로 연출 능력도 뛰어나다.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 <겟아웃>에 그의 음악이 삽입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능력이 압축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인 것이다.

차별적 현실에 불편한 질문 던지기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 중 일부.

뮤직비디오 중 일부. ⓒ Sony Music


이런 어마무시한(?) 뮤비는 발표된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유튜브 조회수 4600만을 넘었다. 상황이 이 정도니, 많은 언론이 이 곡과 뮤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을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중 일부를 살펴보자.

"글로버(감비노의 본명)는 그의 작품을 통해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정체성의 사람들의) 이질적인 경험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조언하거나 계몽시키고자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대신 그는 청중들에게 그들의 삶의 전반적인 부분과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라고 요청하고, 질문을 던진다." (가디언)

그것('뮤비의 선풍적인 인기)은 #Metoo가 만들어 내는 성별 권력의 재구성만큼이나 중요한 증가하고 있는 인종적 저항에서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강간, 강도, 살해된 흑인 남성들에 대한 추모가 다시 행해지고 있다. (CNN)

"(영상이 보여주고 있는 차별적 현실에 대한) 공감은 시청자들이 실제로는 수동적인 관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상에서는 집단 학살과 무질서의 한 가운데에서도 무표정으로 춤추는 근심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우리를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 (애틀랜틱)

12일 오후 4시 기준(한국시각) 유튜브 조회수 8478만 회를 돌파했다. 혐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미국을 넘어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감비노. 감각적인 영상을 통해서 사회적인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그에게 앞으로도 기대가 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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