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백만명 관중 시대 잠실야구장 전국의 야구장은 한 해 8백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는다. 선수 등장곡 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구단과 KBO는 무엇을 했을까. 사진은 서울 잠실야구장 전경.

▲ 8백만명 관중 시대 잠실야구장전국의 야구장은 한 해 8백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는다. 선수 등장곡 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구단과 KBO는 무엇을 했을까. 사진은 서울 잠실야구장 전경.ⓒ 김용국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왜 내 눈 앞에 나타나 (박!용!택!) 왜 네가 자꾸 나타나~(박!용!택!) 두 눈을 감고 누우면 왜 네 얼굴이 떠올라(엘~지~ 박!용!택!)

부산갈매기 야구장에서 못 듣는 까닭

프로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은 가사다. 아니 멜로디가 곧바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부산갈매기'는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 응원에 필수곡이었다. 김범수의 노래 '나타나'는 LG 트윈스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후렴구에 박용택 선수의 이름을 넣어 응원가로 사용해왔다.

한국만의 독특한 응원문화에 빠져서는 안 될 노래, 바로 응원가와 선수 등장곡이다. 게다가 휴식시간 치어리더들의 단상공연에도 흥겨운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30여 년간 야구장에서 관중들의 '떼창'과 함께 울려 퍼지던 응원가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부산갈매기'와 '나타나'도 이젠 야구장에서 들을 수 없다.

급기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일부터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선수 등장곡 사용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무슨 까닭일까. 바로 저작권 때문이다.

KBO "5월부터 프로야구 선수 등장곡 사용 잠정 중단"

저작권하면 저작권자에게 금전을 지급하는 것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 응원가 중단 사태는 훨씬 복잡하다. 단순히 돈을 주고 받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1982년 프로야구 창단 당시 우리 사회엔 저작권 개념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응원가와 치어리더 단상공연에서 국내외 음악을 제한 없이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저작권 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2003년부터 구단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저작권 단체를 통해 작사, 작곡가 등 저작권자에게 음원사용료를 지급해 왔다.

그런데 2016년 일부 저작권자가 처음으로 권리침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음원만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구단들이 음악을 편곡하고 개사하면서 저작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구단과 저작권자 사이에 음원사용과는 별도로, 이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양측이 협상 과정에서 금액 차이를 보이거나 곡 사용방법 등에 대해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해당곡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2017년 6월부터는 개별접촉을 넘어서 저작권 단체와 KBO 차원의 협상시도도 있었지만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관중석 전경.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관중석 전경.ⓒ 김용국


윤일상씨 등 저작권자, 구단 상대 손해배상 소송도

이 때문에 2017년 이후부터 응원가나 선수 등장곡이 자주 변경되기 시작한다. 구단들은 자구책으로 저작권 행사기간이 끝난 고전클래식 음악을 사용하거나 자체 제작한 응원곡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지난 3월에는 삼성라이온즈 응원곡의 원작자인 유명 작곡가 윤일상씨 등 일부 작사, 작곡가가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은 삼성 구단 때문에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되었으므로 금전으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응원곡을 사용하면서 저작권자를 표시하지 않았고, 동의 없이 원곡을 변경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조용한 음악을 흥겨운 템포로 바꾸거나 가사를 마음대로 바꾸는 바람에 피해를 보았다는 말이다.

이들은 "음악저작물을 응원곡으로 무분별하게 편곡, 개사하여 응원가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저작인격권 보호 및 발전을 위하여 청구를 인용하여 달라"고 청구했다. 아직까지 저작인격권과 관련된 판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사건은 향후 유사 재판에서 의미심장한 잣대가 될 수 있다.

8백만 관중시대, 구단과 KBO는 지금까지 뭐했나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야구팬들은 답답하다. 유명 선수의 응원곡은 10년 이상을 사용해서 그 선수를 상징하다시피 한다. 갑자기 응원곡이 바뀌거나 영문도 모른 채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걸 팬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KBO는 응원곡 사용 잠정중단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야구장은 좀 더 조용해질지 모르나 관중들이 기대하는 응원문화는 보기 어려워졌다. 몇 년전부터 저작권자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소송까지 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프로야구 경기장은 한 해 8백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는다. 구단이나 KBO는 지금까지 뭘 했을까.

팬들에게 진작 내막을 공개하고 공론화해서 답을 구했다면 응원곡 중단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KBO와 구단은 밀실과 소송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저작권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더불어 저작권자들도 스포츠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상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팬들은 야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다시 듣고 싶다.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이란
일단 저작권 개념부터 살펴보자. 저작권이란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의 권리로 정의된다.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뜻한다. 예를 들면 소설, 시와 같은 문학작품은 물론, 음악, 미술, 도형, 컴퓨터 프로그램 등 창작성이 인정되면 저작물로 본다.

보통 저작권 하면 경제적인 권리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작자가 갖는 권리는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2가지가 있다.

저작재산권이란 복제권, 공연권, 배포권, 대여권 등 경제적인 권리이다. 저작재산권은 저작자가 사망 후 70년동안 존속된다.

이와 달리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는 권리이다. 세부적으로는 공표권(저작물을 공표할 권리), 성명표시권(이름을 표시할 권리), 동일성유지권(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에서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 등이 저작인격권에 속한다.

프로야구 응원가로 쓰인 원곡의 작사-작곡가가 주장하는 내용도 동일성유지권과 성명표시권 침해다. 구단이 동의없이 편곡하거나 개사를 하고, 저작자의 이름도 표시하지 않아 자신들이 저작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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