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소가 설치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사옥 로비. YTN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기표소가 설치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사옥 로비. YTN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 김윤정


YTN 최남수 사장의 거취가 걸린 중간 평가 투표가 오늘(2일) 오전 8시 시작됐다. 투표 시작 8시간 만에 전체 유권자의 66.8%가 투표를 마쳤다. 

최남수 사장의 일방적 노사합의 파기와 부적격성을 지적하며 파업을 시작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 사장이 내건 '50% 이상 불신임시 자진 사퇴'안을 받아들여 파업 84일 만인 지난달 26일 전원 업무에 복귀했다.

YTN 노사는 사장 중간 평가 투표 관리 규정 등에 합의했다. 투표 대상자는 YTN 정규직 전원(총 653명). 최남수 사장에 대한 '신임'과 '불신임' 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전체 구성원의 뜻을 빠짐없이 물을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참여하는 투표를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한 최 사장의 안을 받아들여 투표율 95%가 달성될 때까지 개표하지 않는다. 

예정된 투표 일정은 2일 오전 8시부터 오는 4일 오후 8시까지지만, 투표율이 95%에 미치지 못하면 3회에 한해 각 하루씩(휴일 제외) 투표일을 연장한다. 그래도 투표율이 미치지 않을 때는 일일이 유권자를 찾아 투표 의사를 확인한 뒤 개표를 시작한다. 전체 정규직 구성원의 50% 이상이 최 사장에게 '불신임' 투표를 던지면 최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한다.

해외 특파원, 해외연수/출장/휴가 등 해외거류자, 휴직자, 출산휴가자, 병가자, 직계가족이 상을 당한 자, 선관위원, 장기휴가자 등 33명을 제외한 620명은 서울 상암동 YTN 뉴스퀘어 로비에 위치한 기표소에서 오프라인 투표를 해야 한다.

현재 유권자 중 YTN 노조원은 총 383명으로 58.7%지만,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수는 전체 유권자의 50%가 채 되지 않는다. 어느 쪽도 승리를 낙관할 순 없는 상황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우선 노조원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YTN 노조위원장 "구성원들, 현명한 판단 내려줄 것"

박진수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최근 사측이 일반직과 연봉직 처우 개선 논의를 제안하고, 저연봉자들을 불러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면서 "투표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일반직과 연봉직 직원들의 처우개선과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를 외면해온 것은 사측이었기 때문이다. 박 지부장은 "여러가지로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최 사장의 부적합성에 대한 노조 안팎의 공감대가 높다"면서 "우리 구성원들이 YTN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투표 열기도 뜨겁다. 투표 첫날 기표소가 설치된 서울 상암동 YTN 로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위해 길게 줄을 선 YTN 직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표 8시간 정도가 경과된 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436명(오프라인 620명 중 415명, 온라인 33명 중 21명), 전체 유권자의 66.8%가 투표를 마쳤다. 첫 날은 자정까지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YTN 노조는 첫날 75% 이상의 구성원들이 투표에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투표를 마친 한 YTN 직원은 "다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담담하게 투표에 임하고 있다"면서 "투표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어느 쪽도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순 없을 거다. 어느 쪽으로든 빨리 결과가 나와 회사가 안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특별히 과열된 분위기는 없다"면서 "각자 자기 소신에 따라 투표하고 있다.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면서 YTN의 미래를 고민하고,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YTN <YTN24> ‘김기식 금감원장 출국금지’ 오보 장면 (4/15)

YTN 'YTN24' <김기식 금감원장 출국금지> 오보 장면 (4/15) ⓒ YTN


언론노조 YTN지부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최남수 사장은 각종 부적절한 처신으로 입방아에 올랐고, 파업 중 최남수 사장 체제의 YTN은 잇따른 오보로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면서 "만약 부적격 사장을 사원들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커지고 더욱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정권교체기 마다 몸살을 앓아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 우리 손으로 부적격 사장을 몰아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구성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권준기 언론노조 YTN지부 사무국장은 "YTN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투표인만큼, 연장 없이 사흘 안에 투표율 95%가 넘기를 바란다"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성원들의 합리적 판단을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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