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포스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영화들은 거대한 아버지에게서 독립하는 아들의 성장기를 반복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아래 <인피니트 워>)는 MCU의 아들들에게 그 다음 질문을 던진다. 이제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관객도 마찬가지다. 아빠 손을 잡고 <아이언맨>(2008)을 봤던 아이들은 이제 애인의 손을 잡고 <인피니티 워>를 본다. 그 사이 그 아이들은 자신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하지?

<인피니티 워>는 MCU의 아들들과 MCU를 보고 자란 관객들에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아빠가 되는 마지막 단계를 보여준다. 지난 1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인피니티 워>는 '거대한 아버지' 타노스(조슈 브롤린 분)를 부정하면서 그간 시리즈를 요약한다.

토니 스타크가 아직 아빠가 될 수 없는 이유

끝내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분)와 앤트맨(폴 러드 분)은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대사에서 언급만 된다. 원조 어벤져스 멤버와 단독 시리즈 캐릭터인 두 사람이 빠진 건 의외다. <인크레더블 헐크>(2008)의 로스 장군(윌리엄 허트 분)마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이어 다시 장관으로 등장시키며 <인피니티 워>는 MCU 전체를 아우른다. 그런 기획에 호크아이와 앤트맨의 세계관이 통으로 빠진 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둘은 극 중에서 가정이 있는 아빠들이다.

 <아이언맨2> 스틸컷

<아이언맨2>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둘의 부재는 아빠가 되고 싶은 토니의 상황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인피니티 워>에서 토니와 페퍼(기네스 펠트로 분)가 등장하는 첫 장면은 약혼을 발표했던 <스파이더맨 : 홈커밍>(2017)의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토니는 페퍼에게 "아이 갖는 꿈을 꿨다"며 수다를 떨며 등장한다. 페퍼는 아이언맨의 상징인 '아크 리액터'를 가리키며 토니의 발언에 부정적으로 대답한다. 토니는 아크 리액터에 관해 "벽장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그 대비책"이라고 변명하고, 페퍼는 "벽장에는 그저 옷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둘의 대화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아이언맨3>(2013) 속 장면을 상기시킨다. 그때 토니는 가슴에 박혀 있던 아크 리액터를 떼어내 버리며 이제는 '장난감'(아이언맨 수트)이 없어도 아이언맨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부착하고 있다. 페퍼는 관객에게 그걸 상기시킨다. 토니는 여전히 벽장 안의 '부기맨'을 걱정하며 자신을 지켜줄 장난감을 둬야 하는 아이였던 셈이다. 그러니 그는 아이의 부기맨을 쫓아줄 아빠가 아직은 될 수 없다.

이후 토니가 아이언맨으로서 내린 결정들을 보면 페퍼가 괜한 걱정을 한 게 아니었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 토니가 선택한 전장이 그렇다. 절묘한 선택이다. 그 많은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이언맨이 <어벤져스> 시리즈 전편들에서 겪은 '우주 트라우마'와 '민간인 피해 죄책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시에 토니가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 암시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아이 침대를 지켜주는 아빠의 역할보다 밖에서 더 많은 사람을 지키는 아이언맨의 역할을 우선할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라 밝힌 '박애주의'의 실체가 그런 것이다. 그는 여전히 인정받고 싶다. 그는 아직 아들을 칭찬하는 아빠보다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싶은 아들이다.

아마도 토니는 '박애주의자'의 역할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버지 역할을 할 것이다. <아이언맨3>에서 자신을 도와준 꼬마 할리에게 최신 시설을 선물한 것처럼 아마 제 자식에게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마치 아버지 하워드가 아들 토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토니 '스타크'는 하워드 '스타크'가 될 것이다. 토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게 페퍼의 걱정이다. 그러니 토니는 그가 바라던 아빠가 아직은 될 수 없다.

아직 아빠가 될 수 없는 토니는 아이의 절실한 외침을 듣는다. <인피니티 워>의 말미는 MCU 사상 가장 처절하다. 이 장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어리둥절할 때 영화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의 대화로 다른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필 두 사람인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아이언맨의 모든 말이 테스트라 여기며 그걸 통과해 인정받으려던 스파이더맨은 <인피니티 워>에서 토니를 좇는다. 그리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던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에게 안긴다. 스파이더맨의 마지막 대사들은 페퍼의 마지막 대사의 반복이나 다름없다. 토니는, 돌아가야 했다.

진짜 아빠들은 이랬다. 호크아이와 앤트맨은 와칸다 전투에서 빠진 게 아니라 뉴욕을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이언맨과 달리 두 아빠는 아이들의 침대를 우선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극 중 '거대한 아버지'를 극복하며 성장한 캐릭터들

MCU는 피아나 선악 개념을 강조하지 않는다. 영화화된 마블 시리즈에서는 반드시 적이 있어야만 영웅이 되는 게 아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게 영웅이다. 각 영화마다 진영을 선택하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게 성장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한다.

MCU는 영웅이 극복할 트라우마로 '거대한 아버지'를 놓는다. 아이언맨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 토르의 아버지 오딘, 블랙 팬서의 아버지 트차카, 스타로드의 아버지 에고, 이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아들들보다 더 막강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피니티 워>의 최종 빌런 '타노스'가 '거대한 아버지'들의 결합체인 건 당연하다. 그게 타노스가 새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 <토르 : 천둥의 신> 중 한 장면

영화 <토르 : 천둥의 신> 중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MCU의 '아들'들은 어딘가 틀어진 채로 등장했다. 이들은 극 중에서 거대한 아버지를 온전히 계승하지 못한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아들들은 거대한 아버지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대신 그 유산 혹은 잔재를 극복하고 정체성을 찾아 독립한다.

<인피니티 워>의 직전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 <토르: 라크나르크>, <블랙 팬서>는 서로 사건까지 복사하며 이 구조를 반복한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아들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압축한다. 그루트는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과연 토니 스타크는 아이언맨 슈트를 벗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성장한 아들은 어떤 부모가 될까?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하다. 첫 번째, 제 아버지와 똑같은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극복했다고 그런 아버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인피니티 워>는 첫 번째 가정에 대한 답이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토니와 동일한 캐릭터이다. 자신의 사명에만 몰입한 토니를 통해 거대한 아버지들이 어떻게 폭주하고 통제하려는지 우리는 목격했다. 타노스의 '균형'이 토니의 울트론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반대로 울트론을 타노스가 만들었다고 해도 MCU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타노스가 토니를 대하는 태도는 이에 대한 영화의 친절한 설명쯤 될 것이다. 동료들에게 막혔던 토니의 폭주, 그 끝을 보여주는 게 타노스의 역할이다. <인피니티 워>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다른 버전이다.

두 번째, 자신이 원하던 아빠를 선택할 수 있다. <어벤져스4>(가제, 2019년 개봉 예정)는 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노스와 대결 결과를 경우의 수로 언급한다. 자신이 확인한 평행 세계에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는 걸 명확하게 밝힌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 설명이 필요한 동료들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아이언맨 슈트가 거의 벗겨진 토니에게만 설명한다. 토니가 그 짐을 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짐을 진 토니가 아이언맨으로서 마지막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어벤져스4>에서 전개될 것이다.

그렇다고 토니가 죽지는 않을 것이다. 기껏 여기까지 와서 밖에서 희생하고 고생하는 '거대한 아버지'로 돌아갈 리가 없다. MCU의 그 거창한 아들들도 그토록 벗어나려고 했던 트라우마를 평범한 우리에게 던져줄 리가 없잖은가.

 <아이언맨3> 스틸컷

<아이언맨3> 스틸컷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아이언맨의 마지막 활약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직 보지 않았던 1400만606번째 세계일 것이다. 그래서 <어벤져스4>의 마지막 장면은 토니와 페퍼의 첫 번째 대화로 돌아가 자신이 아빠라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언맨을 따르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를 흉내 내며 어른이 되었지만 슈퍼 히어로는 되지 못한 관객들이 받을 메시지도 마무리 될 것이다. 시간은 선택이라는 소박한 메시지로 <어벤져스4>는 끝날 것이다. MCU 영웅들보다 당신과 함께 극장에서 신나게 그 영화들을 봤던 당신의 아빠가 진짜 영웅이라는 결론을 얻을 것이다. 그들도 자식의 곁을 지키는 시간을 선택했으니까.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 토니스타크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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