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서브'는 벤치에서 경기 중간 투입되어 승부의 흐름을 뒤집거나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수를 의미한다. 축구에서는 흔히 조커로도 불린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뛰면서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활약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전 선수 못지 않은 비중을 지닌다. '동안의 암살자'로 유명한 올레 군나르 솔샤르(전 맨유)를 비롯하여 올리비에 지루(첼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 알바로 모라타(첼시) 등은 소속팀에서 주전보다 '슈퍼서브'로서 기용될 때 더 명성을 떨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현대 축구에서 슈퍼서브의 전술적인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같이 강팀들간 전력 차가 적고 한 골에 승부가 좌우되는 빅매치일수록 슈퍼서브의 존재 유무가 승부의 흐름을 뒤바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손흥민은 이미 견제대상 1위... 신태용호의 슈퍼서브는?

 손흥민(자료사진).

손흥민(자료사진).ⓒ 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도 슈퍼서브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는 역시 손흥민(토트넘)이다.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18골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은 A매치에서도 63경기 20골을 기록하며 대표팀 공격의 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오히려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는다. 대표팀은 손흥민의 득점포와 활약 유무에 따라 경기력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날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모두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선다. 해외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손흥민은 이미 상대국들에게도 집중적인 견제대상 1순위다. 만일 손흥민이 막혔을 때 신태용호에 어떤 대안이 있는가 하는 고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중요한 변수다.

한국 축구의 역대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슈퍼서브의 비중은 결코 적지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안정환은 지금도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슈퍼서브'로 손꼽히고 있다. 대표팀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활약했던 안정환이지만 역대 대표팀 감독들은 안정환의 탁월한 기술과 골결정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주로 후반 승부처에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지성(맨유)과 함께 한국 축구 역대 월드컵 본선 최다득점자이기도 한 안정환이 월드컵에서 기록한 3골 중 2골(2002 미국전, 2006 토고전)이 후반 교체 출전으로 기록한 득점이었고 모두 한국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 역전골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골든골을 비롯해 안정환이 골을 넣은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은 한번도 지지 않았다. 안정환이 은퇴한지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이유다.

이천수-차두리-이근호... 역대 한국 축구의 슈퍼서브들

이천수와 차두리 역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슈퍼서브로 스타덤에 오른 선수들이다.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두 선수는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경기 후반 투입되어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곤 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에서 과소평가받던 슈퍼서브의 개념을 재정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공격수가 넘쳐나는 한국 축구에서 히딩크 감독은 "팀내 3~4번째 공격수는 경기 후반에 투입되기 때문에 기존의 스타일과 차별화된 선수들이 필요하다"며 당시 국내 코치진이 예상했던 이동국이나 김도훈 대신, 경험은 부족하지만 스피드가 뛰어난 이천수와 강력한 피지컬을 보유한 차두리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월드컵에서 이 선택은 성공을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비록 조별리그 탈락으로 결과는 좋지못했지만 이근호(강원)와 김신욱(전북)이 슈퍼서브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근호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 나섰음에도 러시아전 선제골, 알제리전 도움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로 분전했다. 당시 군팀 상주 상무 소속으로 육군 병장이었던 이근호는 그해 월드컵에서 가장 낮은 몸값으로 득점을 올린 선수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신욱은 비록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알제리전 경기 후반 투입되어 강력한 제공권을 바탕으로 한국이 추격전을 벌이는데 기여했다. 당시 대표팀 부동의 주전으로 나섰던 박주영(서울)이 월드컵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못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기에 상대적으로 국내파인 이근호와 김신욱의 분전이 더 돋보였다.

최대 변수는 20세 공격수 이승우

 헬라스 베로나 FC 이승우(자료사진)

헬라스 베로나 FC 이승우(자료사진)ⓒ 연합뉴스


이근호와 김신욱은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신태용호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크로스능력이 좋은 염기훈(수원)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불혹의 나이에도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이동국(전북)도 끝내 신태용 감독의 외면을 받았다. 공격자원의 다양성이 부족한 신태용호에서 지난 월드컵 본선멤버 출신인 두 선수의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이근호는 신태용호에서는 아직까지 득점이 없다. 신태용호의 전술상 득점보다는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연계능력과 수비 가담 같은 역할을 더 주문받고 있다. 김신욱은 지난 동아시안컵과 터키 전훈 등을 통하여 물오른 득점력으로 주목받았으나 지난 3월 유럽 원정에서는 북아일랜드-폴란드등 체격조건이 좋은 수비수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유럽팀과의 경쟁력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최대 변수는 역시 이승우(베로나)를 꼽을수 있다. 대표팀 소집 멤버 가운데 최연소인 이승우는 신태용호 출범 이후 첫 소집에서 월드컵 28인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화제의 중심이 됐다. 소속팀에서 올 시즌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또래 세대의 한국 선수중 재능과 기술은 단연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는 확실한 개성으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월드컵에서 약관의 이천수와 무명의 차두리를 발탁하며 조커로 쏠쏠히 활용했던 것처럼 이승우 역시 최종엔트리까지 살아남는다면 같은 역할을 맡게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 대표팀 공격진에서 최종엔트리 안정권으로 꼽히는 선수는 손흥민, 황희찬, 이근호, 김신욱까지 4명이다. 2선에서 활용할수 있는 이승우를 미드필더로 분류한다면 발탁 가능성은 높아진다.

28인 명단에 들지못한 선수 중에서는 석현준(트루아)도 주목할만한 카드다. 석현준은 올 시즌 프랑스리그 트루아에서 6골을 기록했다. 비록 부상 이후 후반기에 주춤했지만 네덜란드, 포르투갈, 헝가리, 터키 등 유럽 여러 리그를 거치며 단련된 풍부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신태용호에 공격진의 대체 자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타깃형 공격수로 김신욱의 활약상이 저조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엔트리 발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석현준 카드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은 열려있다. 신태용 감독이 최종엔트리에서 다시 한번 과감한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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