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A.I.C.O. 인카네이션’ 포스터 이미지

▲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A.I.C.O. 인카네이션’ 포스터 이미지 ⓒ BONES


인간성이란 인간의 본성 혹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존재는 인간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어 스스로 배우고 사고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성으로 통칭되는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다면 어떤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요즘, 이와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아이, 로봇>(I, Robot,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그녀>(Her, 스파이크 존즈 감독),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드니 빌뇌브 감독) 등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를 관심 있게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관련 의제들이 결코 범상한 것이 아니며 조만간 입법이라는 구체적인 과제로 도래할 수도 있는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출시한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 A.I.C.O. 인카네이션>(A.I.C.O. Incarnation, 무라타 가즈야 감독)은 인공지능과 인간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A.I.C.O.'는 '인공 지능 세포 유기체'를 뜻하는 약자다. 서기 2037년 일본을 배경으로 인공지능 및 인공 유기체 관련 기술을 둘러싼 파벌들의 음모에 말려든 소녀 아이코의 악전고투가 기본 줄거리다.

이를 중심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추종자들과 회의주의자들의 다툼, '버스트'로 통칭되는 인공 유기체 이상 증식에 따른 재앙의 진실, 특정 인간의 뇌를 복제한 인공지능을 지닌 존재를 과연 하나의 인격체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이 작품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물답게, 수용자들이 이런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할 법한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인공 유기체에 관한 설정과 묘사다. 본 작품 설정에 따르면 이것은 세포조립이라는 기술로 만들어지는데, 이야기 속에서는 의수와 의족 같은 '생체 제품' 생산에 활용되거나, 내의 형태의 '생체 슈트'를 만드는 기본 소재로 등장한다.

이 생체 슈트는 착용자의 근육과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신체 기능을 극대화하는 일종의 강화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기본 소재가 되는 인공 유기체 역시 생명인지라 스스로 위험을 회피한다거나 영양보충과 배설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인간의 뇌를 복제한 인공지능, 인격체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A.I.C.O. 인카네이션’ 본편 캡처 이미지

▲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A.I.C.O. 인카네이션’ 본편 캡처 이미지 ⓒ BONES


반면 전투 장면의 독창성이나 박진감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각종 슈트와 무기, 이동 수단 등을 묘사한 테크니컬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한 번쯤 볼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 속에 적절히 녹여낸 명징한 메시지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인공 유기체 이상 증식에 따른 재앙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이 작품의 태도는 단호하다. 지금 인간의 지식수준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서 제어하기가 어려운 과학기술이라면, 이를 활용하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 중 가장 첨예한 문제와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즉 인간의 예측과 제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반해 인간의 뇌를 복제한 인공지능의 존재를 인격체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존재가 느끼는 감정을 인간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그 존재와 상호작용하면서 느낀 주변 인물들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궁극적으로는 그 존재를 소모품처럼 사용해도 좋은지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 작품이 어느 일방의 주장을 취사선택하기를 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네가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 반드시 있을 거야. 만약에 없다면 내가 만들겠어"라는 한 중심인물의 대사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 전반에 대한 선언이라기보다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한 이례적인 인공지능에 대한 존중 혹은 인간성 그 자체에 대한 경의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성에 대한 규정 혹은 인간에 대한 규정 자체가 유동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앞으로 도래할 시대 상황을 적확히 반영한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과 합의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보는 것인데,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인간 중심의 이해타산이 아닌 생명 존중 사상이 가장 큰 고려사항으로 적용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A.I.C.O. 인카네이션>은 기본적으로 오락물이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성의 관계라든가 과학기술을 수용하기 전에 견지해야 할 비판적인 자세 등 현대 인간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15세 관람가'라는 접근성, 흥미로운 활극 형식에 명징한 교훈 그리고 당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영리하게 담아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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