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광주 북구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는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KIA는 상승세를 달리던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3연전에서 스윕을 당했고, 롯데는 13일 경기 이전까지 4승 12패에 그치며 KBO리그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기 때문에 이 날의 선발투수 매치업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KIA는 연패를 끊기 위해 에이스 양현종을 투입했고, 롯데는 재활로 인해 이정후(넥센 히어로즈) 등의 드래프트 동기들보다 1군 데뷔가 1년 늦어진 대형 유망주 윤성빈을 선발로 투입했다.

절대 물러설 수 없었던 만큼 두 선발투수는 모두 호투를 펼쳤다. 양현종은 7이닝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에이스의 역할을 다 했다(109구). 6회말 로저 버나디나의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승리투수 요건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은 신예 투수 윤성빈의 투혼

하지만 롯데의 선발로 등판했던 윤성빈도 만만치 않았다. 2006년 여름 1차 지명을 통해 롯데에 입단했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발견된 어깨 부상으로 인해 재활이 필요했다. 드래프트 동기 이정후가 2017년 144경기를 모두 출전해 신인상을 수상하는 동안 윤성빈은 첫 해를 재활군에서만 보냈고, 가을 마무리 캠프부터 1군 훈련에 합류할 수 있었다.

2018년 스프링 캠프에 참여한 윤성빈은 일단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거나 1군 불펜으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발투수 박세웅의 부상으로 인해 개막 2선발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한 윤성빈은 데뷔전부터 김광현(SK 와이번스)을 상대했고, 두 번째 등판에서는 로건 베렛(NC 다이노스), 세 번째 등판에서는 차우찬(LG 트윈스) 그리고 네 번째 등판에서는 양현종까지 상대했다.

김광현, 차우찬, 양현종 등 각 팀의 토종 에이스들을 상대한 윤성빈은 4경기 중 차우찬과의 맞대결에서 데뷔승을 거뒀다. 롯데의 투수들 중 유일하게 선발승을 거둔 윤성빈은 데뷔 시즌부터 최하위로 처진 팀을 이끄는 사실상의 소년 가장이 된 셈이었다. 윤성빈은 KIA의 타선을 상대로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의 위력투를 펼쳤다(103구).

이 날 경기에서 윤성빈의 유일한 흠은 버나디나와의 대결이었다. 6회말 선두 타자 이명기를 볼넷으로 내보낸 윤성빈은 버나디나와의 맞대결을 펼쳤으나, 버나디나가 2구째 들어온 공을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 홈런을 날렸다(0-2).

홈런을 맞은 뒤 흔들릴 듯도 했지만 윤성빈은 흔들리지 않았다. 윤성빈은 이어지는 KIA의 중심 타선 3명을 상대하게 되었는데, 김주찬과 최형우(스트라이크 낫 아웃)는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나지완까지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모두 범타 처리하며 이 날의 투구를 마쳤다.

승리 위해 뭐든지, 역대 최초 4타자 연속 번트 시도한 KIA

2점 차 리드를 안고 7회말 공격을 시작했던 KIA는 2점 차의 불안한 리드보다는 안정적인 점수 차를 원했다. 선두 타자 김선빈이 2루타로 출루한 뒤 최원준은 김선빈의 3루 진루를 위한 희생 번트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의 교체된 포수 김사훈의 송구 실책으로 앤디 번즈가 공을 잡지 못했고, 김선빈의 진루와 함께 최원준도 출루에 성공했다.

KIA의 다음 타자 김민식도 희생 번트를 댔다. 그러나 이번에는 롯데의 3번째 투수 이명우가 실책을 저지르며 김민식도 출루했으며 3루에 있던 김선빈은 홈을 밟았다(0-3). 롯데가 4번째 투수 노경은을 투입했는데, KIA의 다음 타자인 황윤호도 희생 번트를 댔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리 번트가 실패하면 삼진이 될 수도 있었지만, 황윤호의 희생 번트가 성공하면서 1사 주자 2,3루 득점권 찬스가 더 이어졌다.

KIA의 다음 타자는 최근 부진에 빠져있던 이명기였다. 하지만 이명기도 1루수 앞으로 번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3루에 있던 최원준이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0-4). 다음 타자 버나디나가 번트를 시도하지 않고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색적인 기록을 만든 KIA의 7회말 공격이 끝났다.

KIA가 시도한 4타자 연속 번트는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이었다. 이범호의 부상 이탈 등 팀 타선이 전체적으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KIA는 어떻게든 득점을 하기 위해 주자 1명이 나간 뒤 계속 번트를 시도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작전에 롯데의 내야는 당황했고, 실책까지 겹치면서 점수는 4점 차로 벌어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KIA는 승리를 굳히는 듯했다. 양현종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올 시즌 KIA는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선발투수 후보군에 있던 롱 릴리프들이 주로 등판하면서 필승조들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던 상태였다.

승리에 대한 집념, "캡틴" 이대호의 3타점

그러나 양현종에 의해 7회까지 완벽하게 봉쇄당했던 롯데의 타선은 양현종이 내려간 8회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 김문호가 KIA의 2번째 투수 박정수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손아섭의 2루수 앞 땅볼로 2사 주자 2루 득점권 상황이 되었고, 타석에는 롯데의 주장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대호는 박정수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2루에 있던 김문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 2루타를 만들었다(1-4). 이대호의 적시타로 추격이 시작되었고, 롯데는 민병헌이 볼넷을 기록하며 주자를 점점 쌓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이병규가 바뀐 투수 임기준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얻어내면서 동점 주자까지 2사 만루가 됐다.

동점 주자가 출루하여 세이브 상황이 성립되었고, KIA는 마무리투수 김세현을 8회초 2사 상황에서 조기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등판한 김세현은 대타 채태인을 상대로 3구 삼진을 잡아내면서 일단 동점 상황을 종결지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롯데는 역전의 기회를 완전히 날린 듯 했다. 하지만 9회초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선두 타자 신본기가 2루타를, 두 번째 타자 김사훈이 연속 안타를 기록하면서 무사 2,3루 득점권을 만들었다.

이어진 공격 찬스에서 문규현의 2루타가 터지면서 신본기가 홈을 밟고(2-4), 김문호가 볼넷을 얻어내면서 롯데는 무사 만루 역전 찬스를 맞이했다.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김세현과의 5구 대결 끝에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롯데 타석에는 8회에 첫 점수를 만들었던 "캡틴" 이대호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대호는 김세현의 3구째 공을 잡아당겨 좌측 외야로 흘러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김사훈과 문규현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며 경기는 동점이 되었고,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양현종의 승리는 날아갔다(4-4).

세이브 상황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한 KIA는 김세현을 내리고 베테랑 투수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마지막 이닝에 불타오른 롯데의 불방망이를 진화하지 못했다. 이대호의 다음 타자 민병헌도 스퀴즈 번트를 댔고, 김문호가 홈으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홈 송구 과정에 대한 비디오 판독 과정까지 거치면서 김문호의 득점이 인정되어 경기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5-4).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다음 타자 이병규가 임창용과의 승부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볼 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4루 째 들어온 시속 131km 짜리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실투가 되었고, 이병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8-4).

이 홈런으로 김세현이 남겨 놓았던 책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김세현이 5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등판하지 못했던 김세현은 8일 세이브 상황 이후 4일을 쉰 뒤에 마운드에 올랐는데, 선발투수만큼이나 너무 길게 쉬었던 것이 경기 감각 유지에 걸림돌이 된 셈이었다.

사실 이 날 3타점으로 동점까지 만들고 득점까지 성공한 이대호는 전날까지 0.241 타율에 그치며 마음 고생이 컸다. 팬들로부터 오물 투척 세례까지 받았던 만큼 캡틴으로서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KBO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선수(4년 150억원 FA 계약)였던 만큼 롯데 팬들의 비난을 가장 많이 받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 날 경기에서 동점을 이끌어내는 3타점 활약으로 꼭 필요할 때 점수를 만드는 클러치 히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 날 승리로 롯데는 5승 12패를 기록했고, 상대 팀 KIA(8승 9패)와의 승차를 3경기로 좁혔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롯데는 17경기만을 치렀다. 선두 두산 베어스가 8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1위와 10위의 승차가 8경기 반이나 벌어져있지만, 아직 4월도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9회에만 7득점을 올렸던 롯데의 집중력이 앞으로 남은 127경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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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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