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포스터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의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흥미로운 가정을 제시한다. 상황은 이렇다. 극중 공장 직원들은 사장의 지시로 보너스와 동료의 복직 중 선택을 강요받는다. 즉, 욕심과 연민이 충돌하는 것이다. 보너스를 택한다면 보다 재정적 여유가 생긴다. 그렇다고 죄를 짓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양심에 찔릴 뿐이다. 반대로 동료의 복직을 선택한다면 죄책감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보너스를 포기하긴 쉽지 않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가장 강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우울증이 심해져 일을 쉬던 그녀는 두 자녀를 둔 엄마로서 가정을 위해 복직해야 한다. 당초 이미 퇴직이 결정됐으나 복직이 걸린 투표에서 팀장의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행히 재투표가 결정됐고, 이제 그녀는 회사 직원 16명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그녀는 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구걸하는 듯한 자신이 싫고 남의 돈을 뺏는 듯한 기분도 든다. 남편 마누(파브리지오 롱기온)의 인내심과 도움마저도 사랑이 아닌 동정으로 왜곡하며 쏘아붙인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주인공, 그를 안아주는 건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마누 역을 맡은 파브리지오 롱기온과 산드라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마누 역을 맡은 파브리지오 롱기온과 산드라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 ⓒ 그린나래미디어(주)


그녀는 이틀 동안 복직의 찬성자와 반대자를 만나며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수차례 오간다. 찬성자들은 절벽 끝에 서 있는 그녀의 눈빛을 쉽게 외면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처지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감정이입을 하는 듯하다. 다들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실직했을 때의 충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는 것이다. 또 예전 그녀의 도움을 기억하며 꼭 찬성하겠다고 하는 이도 있다. 한 계약직 사원은 괜히 찬성했다가 피해를 입을까 두렵지만 결국 그녀의 손을 들어주기로 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각양각색이다. 그녀를 적대시하며 화내는 이도 있고, 자신의 상황을 말하며 어쩔 수 없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중 그녀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이는 나딘이다. 친하던 나딘은 자신의 딸에게 지금 없다는 거짓말까지 시키며 그녀를 피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비겁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16명의 직원 중 많은 이가 하나같이 그녀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냐'는 것이다. 이는 결정이 강요되는 상황 속에서 나름의 탈출구를 찾으려는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포착한 대사다. 다른 사람도 반대하면 자기합리화가 가능하고, 조금이나마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수가 찬성한다면 자신 또는 배우자의 욕심을 억누르며 죄책감에서 벗어날 명분이 생긴다.

이처럼 16명을 만나며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이 돼주는 이는 남편이다. 물론 동료인 줄리엣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기는 하지만 남편이야말로 바로 옆에서 그녀의 불안, 히스테리를 다 받아주며 버팀목이 돼준다. 포기하려는 그녀에게 희망을 북돋아 주려 노력하고, 버티기 힘들어 우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안아준다. 

이 영화가 우리의 공감을 사는 이유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산드라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와 동료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산드라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와 동료들. ⓒ 그린나래미디어(주)


산드라의 상황은 비단 영화 속 허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자존심이 짓밟히고 남들의 아량을 구해야 하는 상황을 언제 맞이할지 모르고 또는 이미 겪고 있다. 이때 이를 피하거나 버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이다. 만약 돈이 많아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산드라도, 동료들도 압박받을 일이 없다. 그냥 자신의 신념대로 선택하면 된다. 그녀는 쿨하게 복직을 포기하면 되고 동료 역시 그녀를 돕고 싶지만 여유가 없어서 갈등할 필요가 없다. 그냥 욕심과 양심 중 자신의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여유롭지 않다. 먹고 사는 것만 해도 결코 쉽지 않다.

다행히도 그런 우리를 위한 차선책은 있다. 우리는 주로 사람에게서 상처받지만, 치료받는 것도 사람이다. 누구든 가족 또는 애인, 친구, 동료 등 곁에서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이 돼줄 이가 적어도 한 명쯤은 있다. 결국 좋든 싫든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 또한 자살시도까지 할 만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16명의 직원 중 과반수가 그녀의 손을 들어줄지는 밝힐 수 없다.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영화 내내 복직의 여부와 관련하여 극을 진행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남편과 통화하는 그녀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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