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 ⓒ 소니픽쳐스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남쪽의 어느 별장에 한 가족이 기거한다. 열일곱 살 청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는 책 읽기와 악기 연주, 작곡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화사한 햇살 아래에서 하릴없이 누워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그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누구일까.

어느 날 아버지 필먼 교수의 인턴으로 스물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 분)가 찾아온 것이다. 다름 아닌 엘리오가 그를 데리고 다니며 동네 여기저기를 안내한다. 올리버는 잘생기고 키 큰 외모에 자유분방함과 박식함으로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엘리오도 그런 올리버에게 빠져든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올리버, 그럴수록 떨쳐내기는커녕 더욱더 빠져드는 엘리오. 결국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보다 솔직해지기로 하고 욕망에 몸과 마음을 온전히 맡기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해 여름은 짧았고, 올리버는 떠나야 했으며, 엘리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첫사랑의 아픔을 삭일 수밖에 없다.

사랑의 범 통과의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2007년 출간 당시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으며 화제를 뿌린 바 있는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원작으로 했다. 정확히 10년 만에 영화로 재탄생되었는데, 원작보다 더한 찬사를 받았다. 소설에서 영화로의 재탄생에 대한 찬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색상 수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4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016년의 <캐롤>, 2017년의 <문라이트>, 그리고 2018년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우리는 매년 감각적이고 사려 깊으며 사랑스러운 동성애 이야기를 만나는 축복을 누려왔다. 이제 더 이상 동성애는 '특별한' 사랑의 한 종류가 아니다.

영화는 여타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과 명백한 차별점을 두었다. 그동안 동성애는 상당히 조심스레 다뤄졌다. 시대와 조우하는 동성애의 아픔이 가장 많이 다뤄졌고, 동성애가 극의 중심이 되지 않게 잘 포장하는 영화도 많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첫사랑과 조우하는 한 청년의 아픔으로 승화시켰다. 동성애를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고, 동성애의 아픔을 동성애에 국한하는 게 아닌 사랑의 범 통과의례로 확대한 것이다. 

첫사랑 성장 이야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


다분히 엘리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영화는, 이루어지지 않는 첫사랑을 통해 성장해가는 엘리오의 이야기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오래된 농담, 그만큼 첫사랑은 여러모로 강렬하다는 통념, 강렬함은 오래가지 않아 사그라진다는 정설까지 아우른다. 그저 그 대상이 남자였을 뿐.

이탈리아 남부의 찌는듯한 더위와 나른한 분위기는 첫사랑의 강렬함을 수반하며 상당히 노골적인 에로틱 판타지와 굉장한 조화를 이룬다. 어느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 강렬하고 노골적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엘리오의 첫사랑은 남부 이탈리아의 날씨와 분위기에 큰 빚을 지고 있다.

한편 필먼 교수와 올리버가 역사고고학을 연구한다는 설정에 의해 등장하는, 고대 조각상들에서 보이는 관능적인 젊음과 모호성의 곡선이 엘리오에 투영되어 올리버로 하여금 엘리오를 열망하게 한다. 엘리오의 그것과는 다를 수 있는 올리버의 행위는 다분히 인간 본성에 따른 것일 테다. 그저 아름다움을 쫓는 순수 인간이랄까.

무엇이 어쨌든, 자연의 섭리든 인간의 본성이든,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엘리오와 올리버였다. 그들이었기에 그들은 서로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고, 나아가 우정 그 이상의 특별한 사랑을 나누었다. 동성애는 특별한 게 아니지만, 우정과 사랑은 그 자체로 특별하지 않은가.

자유로움과 다양함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한 장면. ⓒ ?소니픽쳐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특별한 건 엘리오의 부모님이다. 시대가 개인을 완전히 규정할 순 없지만 최대한의 통제는 가능한 바, 1980년대 미국의 '절제와 통제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은 진솔하고 너른 품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 엘리오는 시대를 거스르는, 아니 시대를 찾아볼 수 없는 자유로움은 부모님 덕분이다.

여기서 우린 사랑의 의미, 마음의 의미를 조우할 수 있다. 환경에 영향을 받고, 본성을 따르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사랑이고 마음이다. 그건 때론 불같이 빠르고 강렬하게 달려들고, 때론 물처럼 느리고 안정적으로 스며든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그해 여름도 불과 물이 함께했을 것이다.

우리의 사랑은 다양한가. 다양함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가. 우리의 마음을 진솔하고 너른가. 그런 크기의 그릇을 지니고 있는가. 엘리오에게 진심을 다해 건네는 아버지 필먼 교수의 진지한 격려와 가르침을 마지막으로 옮긴다. 그의 대사는 경청할 만하다.

"너희 둘은 아주 멋진 우정을 나눴어. 넌 너희가 가진 게 얼마나 특별하고 얼마나 드문 건지를 알기엔 너무 똑똑하단다. 너희 둘이 나눈 그건 말이야... 그 모든 것은 지적인 것과는 상관이 없단다. 그는 그냥 좋은 사람이었던 거야. 너와 올리버는 서로를 발견하게 되어 굉장히 운이 좋은 거란다. 너도 굉장히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지."

"세상은 교활한 방법으로 네 약점을 찾는단다. 그러면 내가 옆에 있다는 걸 명심하렴.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단다. 아마 넌 어떠한 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그리고, 네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내가 아닐 수도 있지. 그렇지만 분명 무언가를 느꼈을 거야. 너희 둘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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