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V리그 여자부 최초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청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1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세트스코어 3-0(25-19, 25-17, 26-24)으로 꺾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창단 후 4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기업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5전3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을 치를 예정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은행의 보물' 메디슨 리쉘이 56.91%의 공격 점유율로 30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2차전에서 9득점으로 부진했던 토종 에이스 김희진도 65%의 공격성공률로 16득점을 보탰다. 한편 2차전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투혼의 승리를 따낸 현대건설은 3차전에서도 소냐 미키스코바를 제외하고 경기에 임했지만 원정에서 기업은행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조화, 도로공사에게 '몰빵배구'란 없다

 '토종거포' 박정아의 가세는 도로공사를 좌·우, 중앙의 조화를 갖춘 팀으로 변화시켯다.

'토종거포' 박정아의 가세는 도로공사를 좌·우, 중앙의 조화를 갖춘 팀으로 변화시켯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6년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영입하고도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국내 거포 부족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도로공사는 FA시장에서 다시 거액을 투자해 박정아를 영입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를 얻어 V리그 경험이 있는 이바나 네소비치를 지명해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려 일약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이바나, 박정아로 구성된 강력한 좌우 쌍포와 정대영, 배유나로 이어지는 든든한 센터진, 임명옥, 문정원의 견고한 수비와 이효희 세터의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겸비한 도로공사는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형성했다. 여기에 김종민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까지 더해지면서 도로공사는 V리그 출범 후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도로공사가 정규리그에서 따낸 62점의 승점은 도로공사의 팀 역대 최고기록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3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3-0으로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후 10일 GS칼텍스 KIXX전(0-3 패)에서 이바나, 박정아, 배우나, 문정원, 이효희 등 주전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줬다. 덕분에 도로공사의 주전 선수들은 챔피언 결정전 전까지 무려 19일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시리즈 초반 도로공사가 기업은행을 체력적인 부분에서 압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플레이오프에서 기업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단기전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도로공사에도 정규리그 득점 4위(752점)를 차지한 이바나라는 검증된 외국인 공격수가 있다. 하지만 이효희 세터는 굳이 이바나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도로공사에는 정규리그 득점 8위(478)에 오른 박정아라는 확실한 토종거포가 있고 속공 부문에서 나란히 2, 3위에 오른 배유나(49.69%)와 정대영(44.08%)의 공격력도 믿음직하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여자부 6개구단 가운데 아직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도로공사의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은 유신시대인 1977년 전국체전까지 올라가야 한다. 도로공사는 지난 2014-2015 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기업은행에게 3연패를 당한 바 있다. 이번 챔프전이야 말로 도로공사에게는 3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김천 실내체육관에 'V1'이라는 문구를 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V리그 여자부 최초 4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기업은행

 기업은행은 메디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고예림의 분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기업은행은 메디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고예림의 분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 한국배구연맹


기업은행은 정규리그에서 승점 61점을 따내고도 도로공사에 1점 차이로 밀려 챔프전 직행이 좌절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외국인 선수 문제 때문에 정규리그를 6연패로 마감한 현대건설을 만나 3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고전했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기어이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연속 시즌 챔프전 진출 기록을 6으로 늘렸다.

기업은행의 '믿을 구석'은 역시 최고의 외국인 선수 메디다. 정규리그에서 득점 2위(852점), 공격 성공률 1위(43.36%)에 오른 메디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더 큰 무대로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V리그 외국인 선수 재계약은 한 번까지만 할 수 있어 메디가 V리그에서 뛰려면 다시 드래프트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의 활약으로 미국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주가가 오른 메디가 다시 V리그의 문을 두드릴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메디는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무려 205번의 공격을 시도했다. 현대건설의 황연주(110번)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메디가 챔프전에서 도로공사 수비의 집중 마크를 당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토종 공격수 김희진이 공격 기회가 한정된 센터 포지션에서 활약해야 하는 만큼 고예림이나 김미연 같은 국내 날개 공격수들이 서브리시브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활약해 줘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베테랑 센터 김수지의 활약도 매우 중요하다. 흥국생명 소속이던 지난 시즌 챔프전 4경기에서 55득점을 기록했던 김수지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단 22득점에 그쳤다(그나마 블로킹이 12득점이고 공격 득점은 단 9점이었다). 정대영과 배유나를 봉쇄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김수지가 주특기인 이동공격을 통해 도로공사의 블로킹 라인을 흔들어 줘야 주포인 메디가 더 편한 상황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V리그 출범 후 4번째 챔프전에 진출한 도로공사와는 달리 역대 4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는 기업은행은 챔프전이 매우 익숙한 팀이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떨어졌던 체력적인 부담만 극복할 수 있다면 기업은행의 전력은 도로공사에게 결코 뒤질 게 없다. 지난 2014-2015 시즌 챔프전에서 도로공사를 3연승으로 제압했던 좋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과연 기업은행은 창단 8년 만에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우승팀으로 등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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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챔피언 결정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IBK기업은행 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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